비만치료제 주사, 괜찮을까

누구나 날씬해지고 싶다.

by 영샘

“아무래도 살 빠지는 주사라도 맞아야 할까 봐.”

“에이, 그럴 필요 없어 보이시는데 왜 그러세요.”

그래도 내가 공직약사라고 몇몇 지인들이 슬며시 다가와 이런 고민을 털어놓는 것. 정말, 진심으로 반갑다. 공직에서 근무하니까 나한테 약을 팔려고 애쓰지 않겠지, 믿어주는 것 같아서 더 고맙기도 하고.


솔직히, 지금 내 체중, 내 체형에 만족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올라가는 체지방률을 보면 나도 한숨만 나온다. 근육통 참아가며 억지로 운동도 하는데, 여기에 먹는 것까지 줄여야 한다니 억울하다. 이러니 많은 사람들이 약의 힘이라도 빌려 강제 다이어트를 하고 싶겠다, 그 마음이 이해된다.


살 빠지는 주사는 공식적으로, ‘GLP-1 계열 비만치료제’라고 한다. GLP-1(Glucagon-like peptide-1) 호르몬은 식사 후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데, 이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성분의 주사를 맞으면 인체는 공복임에도 식사를 한 것처럼 인식한다. (출처: 식약처,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안전사용 환자용 안내서) 본래는 당뇨병 환자를 위한 약으로 개발되었는데 체중감량 효과가 두드러지면서 제약사 주력 마케팅의 방향이 바뀌었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인데 이런 식으로 방향이 바뀐 약 중에는 유명한 발기부전 치료제, 탈모증 치료제도 있다.


처음 개발된 약은 매일 주사를 맞아야만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먹는 약 하루 한 번은 괜찮은데, 주사를 매일 맞는 것은 다소 부담스럽다. 마침내 한 제약사가 체내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성분을 개발했고, 그 결과 주 1회로 번거로움을 줄인 제품을 출시했다. 그러다 다른 제약사도 개발에 성공, 추가로 출시하여 현재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주사는 3개 종류이다. 이 세 가지 주사제의 상세 내용에 대해서는, 식약처에서 공식적으로 발간한 안내서가 있다.


출처: 식약처,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안전사용 환자용 안내서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비만 환자(초기 체질량지수 30kg/m2 이상)이거나 체중 관련 동반질환(당뇨병 전단계 또는 제2형 당뇨병 등 이상혈당증,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폐쇄성 수면 무호흡 또는 심혈관 질환)이 있으면서 과체중 환자(초기 체질량지수 27~30kg/m2)의 체중 관리를 위한 보조 요법 제제로 허가받았다. 키 160cm인 사람을 예로 들면, 76.8kg 이상의 체중인 비만 환자 또는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을 치료 중인 69.2kg 이상의 과체중 환자가 이에 해당한다. 달리 치료 중인 질환이 없는 키 160cm의 여성이라면 체중이 76 kg라도 비만치료제를 맞을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렇게 식약처에서 정한 BMI 기준이 있는데도, 그 기준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을 찾는 이유는 뭘까.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비만치료제 주사를 맞아 쉽게 체중감량을 할 수 있다고 부추기는 온라인 매체의 영향이 크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만치료제 주사의 상품명만 검색해도 어느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지,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심지어 비대면 진료 후 처방받는 방법까지 알려주는 게시글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전문의약품의 대중 광고를 제한하고 있는 약사법을 위반한 광고이며, 보건복지부는 2024년 12월부터 비대면 진료 시 비만치료제 처방을 제한했다. (출처: kbs뉴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19913) 이에, 식약처와 지자체에서는 주기적으로 비만치료제 불법 광고를 단속하고 있다. 대상은 비대면 진료를 통한 처방, 허가 범위 외 사용을 유도하는 불법 의료광고 및 온라인 불법 거래이다.

비만치료제에 대한 사람들의 후기글을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개개인의 경험과 상황이 곧 나의 경우와 동일한 것은 아니다. 나 자신에게 어떨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신약은 축적된 데이터가 그리 많지 않다.


어쩌면 이 약이 팔리고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선택에 앞서 온라인 게시글을 이것저것 파는 것보다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의 「매직필」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온라인 게시글 중에는 교묘한 불법 광고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비만으로 망쳐진 삶과 비만치료제를 맞은 후 일어난 그의 변화를 사실적으로 기술한다. 그는 비만치료제를 독이 든 성배에 비유하며 그가 겪은 부작용을 알리고, 취재하면서 알게 된 잠재적 위험에 대해 경고한다. 그는 우리 앞에는 두 가지 임무가 있다고 한다. 내 몸이 어떻든 내 몸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과 내 몸이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건강한 몸을 만드는 법을 배우는 것. 둘 다 자기애의 한 형태이므로 이 둘은 충돌하지 않는다.


나는 최근에도 이 주사가 어떠냐고 묻는 지인에게 “지금도 괜찮은데 굳이 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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