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여행기 -5
클림트와 인사를 나누고 이제 다른 작품들을 만나기 위해 다른 방으로 이동해 보았습니다. 이곳저곳 들쑤시며 여러 작품을 두 눈과 마음에 담아두고 다녔습니다. 다만 클림트와의 만남이 너무 강렬해 다른 작품들은 보는 둥 마는 둥 한 기분입니다. 아직 들뜬 마음으로 어느 붉은 방으로 들어섰습니다.
나폴레옹의 동상이 나왔습니다. 붉은 벽과 함께 마치 살아있는 듯 한 동상은 힘이 가득합니다. 이런 멋진 작품은 흥미를 끌었지만 금세 다시 흥미가 꺼졌습니다. 나폴레옹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것이 없나 오디오 가이드를 귀에 가까이 댄 채 다른 방으로 이동하니 의외의, 그리고 뜻밖의 작품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다비드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입니다. 여기서 이 작품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라는 말로 어린 시절 위인전 1~2위를 다투던 나폴레옹을 상징하는 이 그림은 사실 러시아에서부터 찾아 헤매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 궁전에서 이 그림이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보았는데 하루 종일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러시아에는 이 그림이 없으니 당연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연찮게 이렇게 만나게 되어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유럽 정복을 위해 알프스를 넘는 위대한 영웅의 면모를 보여주는 이 그림과는 달리 실제로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을 때는 백마가 아닌 노새를 타고 군대를 먼저 보내고 이후에 현지 안내원과 함께 천천히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다비드는 그림을 통해 역동적인 말의 모습과 그 위에서 위엄 있는 모습을 표현해 그림을 통한 영웅담이 전해지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림 밑을 보면 한니발과 같이 나폴레옹처럼 알프스를 넘어 세상에 이름을 떨친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시대가 만든 영웅은 그림을 통해 이미지를 얻었고, 영웅을 그린 화가는 궁정화가로 부와 명예를 챙겼습니다.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은 유럽 각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에는 도달하지 않아 겨울궁전에서는 만날 수 없었지만 총 5 점의 작품이 세상에 있습니다. 처음 완성본을 본 나폴레옹은 극찬하며 3점의 그림을 더 그리게 하였습니다. 이후 자신의 소장을 위해 다비드가 한 점 더 그려 총 5 점이 되었는데, 프랑스 파리의 센 강변에 위치한 나폴레옹의 성인 말메종 성에 제일 처음 그려진 그림이 위치합니다. 이외의 작품들은 독일의 샬롯 텐 부르크,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에 각각 한두 점씩 있고 마지막 그림이 바로 이 곳 벨베데레에 있는 것입니다.
그림 앞 소파에 앉아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천천히 감상했습니다. 5 점의 그림은 모두 같은 화가가 그렸더라도 색감이나 질감이 다릅니다. 이곳 벨베데레의 그림은 다른 그림들보다 망토가 더욱 짙고 어두워 성장하는 히어로를 보는 기분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림 앞을 감탄하며 오갑니다. 사람들이 슬슬 많아지니 이제 나갈 시간입니다.
밖으로 나오니 내리쬐는 태양이 강하게 반겨줍니다. 과장 조금 보태면 유럽을 정복하던 나폴레옹의 기세입니다. 오늘의 첫 번째 관광을 마쳤으니 이제 다음 목적지로 향할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