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여행기 -6
벨베데레 궁전에서 나와서 이제 오늘의 다음 목표인 쿤스트 하우스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이 헷갈려서 잘 갈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궁전 앞에서 버스를 타려 하는데 버스표를 구매하는 법을 모릅니다. 어디서 구매해야 하는지 몰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웬 공원이 나옵니다. 넓은 정원 같은 공원에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서 여유롭게 햇빛을 즐기고 있습니다. 여름이 한껏 다가왔습니다. 이런 기세라면 그리스에 도착하게 된다면 시원하게 바다로 다이빙을 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습니다.
대신 여름이 다가온 이곳에선 뛰어들 바다가 없습니다. 손으로 부채를 만들어 흔들어 보아도 여전히 덥습니다. 얼음 가득해 유리잔에 이슬이 맺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습니다. 어디로 가야 쿤스트하우스로 가는 트램이나 버스를 타야 하는지 몰라 한참을 공원 안을 헤매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어머님들을 만났습니다. 단숨에 다가가 길을 물어보고 싶으나 혹시나 싶어 우선 뒤를 졸졸 따라갔습니다.
언제나 동양인을 만나면 혹시 한국인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신기하게도 얼굴이나 옷을 보면 대부분 한국인이다 싶은 느낌이 오는데 얼추 높은 확률로 맞습니다. 그래도 한국인인지 아닌지 알아보는 확실한 방법은 바로 뒤에서 슬쩍 대화를 들어보는 것입니다. 남에게 다가가기 조금 쉽다면 가서 한국인인지 물어보고 아니더라도 이야기를 하며 친해질 수 있지만, 아직 그 정도로 다가가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어머님들이 하는 이야기를 가까이 다가가며 들어보니 한국어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습니다. 언제나 한국인을 만나면 반갑습니다. 빈에 거주하시는 교민이라 다행히 한국어로 오스트리아 교통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1회권과 다회권으로 나뉘는 오스트리아 교통권은 정거장에 설치된 매표 기계나 승차권 판매 사무실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또한 Tabacco라고 쓰여 있는 담배가게나 트램에서 직접 구매할 수 도 있습니다. 구매한 티켓은 반드시 트램이나 버스 탑승 전 기계를 통해 펀칭을 해야 합니다. 파란색 기계가 있는데 마치 지하철 개찰구 통과하듯이 티켓을 집어넣어 스탬프에 탑승 시간을 기록하는 펀칭을 해야 후에 합법적인 탑승이 되고, 펀칭을 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 수도 있다고 합니다.
활어처럼 살아있는 싱싱한 정보를 얻어서 다행입니다. 혹시나 놓친 설명이 있을까 한 번 더 확인 후에 말씀해주신 길을 따라 트램을 타고 드디어 쿤스트 하우스를 만나러 갑니다. 생각해보니 오늘 제대로 된 끼니를 한 번도 먹지 못했습니다. 빈에서의 관광에 눈이 돌아가 배가 고픈지도 몰랐습니다. 눈 앞에 띄는 중국 음식점에 들러 간단히 볶음 국수를 하나 주문했습니다. 안에서는 TV를 통해 익숙한 한국 노래가 들려옵니다.
밖으로 나와 공원에서 주문한 음식을 펼쳤습니다. 미드를 보다 보면 가끔 나오던 누들 박스입니다. 바삭한 오리고기와 함께 달달한 양파와 아삭한 양배추를 기름으로 만든 볶음 국수입니다. 어쩌다 보니 오늘 첫 끼니를 이제야 먹었습니다. 그만큼 이 곳 비엔나에서 볼거리가 많고, 기대되는 것이 많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