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여행기 -7
드디어 쿤스트 하우스에 도착했습니다. 쿤스트 하우스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근처에 도착해서 하늘을 바라보면 어딘가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올 것 같은 건물이 멀리서도 보입니다. 가까이 가서 바라보면 헛웃음도 납니다. 처음 만난다면 집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이런 올록볼록한 곡선의 건물이 만들어 진 것은 이 건물의 건축가 훈데르트 바서의 이념이 확실히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건축가이자 환경 운동가인 훈데르트 바서는 "직선은 죄악이며 죽음의 선이다. 곡선은 신이 만든 선이다." 라는 말로 유명합니다. 지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지평선을 따라 뻗은 도로를 걸어가며 인간만이 이렇게 아름다운 직선을 만들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때는 인간만이 이렇게 아름다운 직선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죠. 훈데르트 바서는 이런 저의 생각을 뿌리채 바꿔주었습니다. 물론 직선도 직선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다만 쿤스트하우스에 머무른 시간동안 훈데르트 바서는 건물을 통해 온 힘으로 곡선의 아름다움을 말해줍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곡선을 사랑하는 건물이라는 것이 온 몸으로 느껴집니다. 표를 사기 전에 건물 1층에서 자연을 따라한 바닥을 느껴봅니다. 자연에서의 푸른 들판이나 산기슭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평소에 밟는 도로나 건물 바닥과 다르게 오르락 내리락합니다. 나무와 땅이 만나는 부분도 직각으로 마주하지 않고 적절한 곡선으로 우아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이런 모든 곡선의 존재들이 1층에서부터 관광객을 매료시킵니다. 건물의 기둥이나 벽과 이어지는 바닥은 마치 뱀처럼 꿈틀거리며 만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계단도 평범하게 터벅거리며 올라가는 계단이 아닙니다. 무심한 듯 굽이치는 강물처럼 돌아오르는 계단은 이솝 우화에 나올 듯 합니다.
모든 건물 중에 직선은 계단의 난간과 손잡이 뿐입니다. 마치 훈데르트 바서의 의견이 들어가지 않은 보수된 물건들인가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곡선이라 직선이 이질적입니다. 드디어 2층에 들어왔습니다. 화가이자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훈데르트 바서의 모든 작품들을 세세히 공개해 두었습니다. 색채가 뚜렷한 그림들을 하나씩 음미하는데 무엇보다도 집 자체를 즐기며 돌아다녔습니다. 창문도 단지 밖을 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초록색 가득한 정원입니다.
태어나서 공간을 느낀 것은 처음입니다. 건물을 들어가거나 어딘가 들어가더라도 위치의 이동을 느끼더라도 공간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우리는 시간 안에서 살며 위치 위에서 살고 공간 안에서 삽니다. 하지만 시간이나 위치는 너무 추상적이라 느끼기 힘듭니다. 쿤스트하우스에서는 평소에 느끼기 힘들었던 공간이라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건축이나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한번 오면 흥미를 끊기 힘듭니다.
이렇게나 신기하고 멋진 현대식 건축물을 만났고, 이제는 고전 건축의 꽃인 성당을 만나러 가볼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