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여행 -1
아름답던 예술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을 뒤로하고 이제 다음 도시로 이동합니다. 다음 도시는 생소한 나라인 슬로바키아입니다. 체코슬로바키아라는 말을 제외하면 슬로바키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습니다. 여행을 할 때는 그 나라에 대해 공부를 하고 가야 더욱 풍성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었으나 슬로바키아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했습니다. 사실 원래 계획 상으로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로맨틱하고 아름답다는 형용사로 모든 관광객을 끌어당기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가려했습니다. 하지만 지도를 둘러보니 빈에서부터 부다페스트까지 가는 길목에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가 큰 눈을 부릅뜨고 있었습니다.
마치 운명처럼 이끌린다는 말이 이런 건가요. 이름도 어려운 브라티슬라바는 왠지 모를 매력을 뿜어내 홀린 듯이 빈에서 부다페스트 가는 버스표 대신 브라티슬라바로 향하는 버스를 예매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브라티슬라바를 가는 길을 급하게 정해 숙소도 잡지 못해 하루 당일치기로 브라티슬라바를 둘러보고 부다페스트로 향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부랴부랴 브라티슬라바 여행 계획에 앞서 슬로바키아에 대해 공부해 보았습니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윌슨이 제창한 민족자결주의로 인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체코슬로바키아로 독립한 이후 우리에게도 체코슬로바키아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습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점령되어 있다가 나치의 항복 이후에는 소련군의 주둔으로 곧바로 사회주의 체제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벨벳 혁명이라고 불리는 체코슬로바키아 초유의 민주화 바람으로 공산정권이 무너지고 새로운 민주적인 정권이 들어섭니다.
이제 평화로운 나날만 기다리는 줄 알았지만 체코와 슬로바키아 간의 내분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하이픈 전쟁이라고 불리는 뜬금없는 분쟁입니다. 하이픈은 누군가의 이름도 아니고, 국경선도 아니고, 다름 아닌 " - "입니다. 민주정권이 들어선 이후 이름을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으로 하자는 신임 대통령의 제안에 슬로바키아 출신의 국회의원들이 반대를 하고 일어난 것입니다. 두 국가 사이에 하이픈을 넣자 말자 하며 의견이 다분히 갈렸습니다. 유혈사태가 일어난 진짜 전쟁은 아니지만 체코와 슬로바키아 간의 갈등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결국 체코슬로바키아는 다른 길을 걷기로 합의 이혼을 거쳐 1993년 독립된 두 나라로 갈라서게 됩니다.
오스트리아와 작별 인사를 하고 만난 슬로바키아는 찬란한 태양으로 맑은 첫인상을 보여줍니다. 내리자마자 보이는 브라티슬라바 성과 잎이 반짝이는 나무 사이로 보이는 붉은 벽돌이 새로운 여행을 암시합니다. 바로 뒤에는 헝가리를 거쳐 흑해로 통하는 동유럽에서 가장 긴 도나우강이 맑은 햇빛을 머금고 반짝이는 빛을 내뿜습니다. 이 도나우강을 기준으로 제가 서 있는 북쪽으로는 브라타 슬라바 성을 포함한 붉은 지붕의 구시가지가 있고, UFO처럼 생긴 다리를 건넌 남쪽으로는 현대식 유리 건물들이 즐비합니다.
보통 버스 정류장에는 캐리어 보관소가 있어서 무겁고 몸집만 한 캐리어를 보관하고 홀가분하게 돌아다니려 했으나 캐리어 보관소가 없습니다. 무거운 캐리어를 덜거덕 거리며 걸어가는데 다행히 골목 사이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부실한 아침때 문에 배가 고프니 오늘은 고급스러운 점심을 먹어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