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여행기 -8
오전에 돌아다니며 빈을 느꼈던 슈테판 광장의 한가운데는 슈테판 성당이 있습니다. 빈의 랜드마크답게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거대하고 웅장한 위엄은 단연 최고의 성당 답습니다. 체코 프라하 성에서 만났던 성당과 비슷한 양식인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인 성당은 중세 시대 가톨릭의 위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높게 뻗은 첨탑은 놀라운 조각 되어 있습니다. 장인이 수공예로 한 땀씩 만든 작은 유리 보석처럼 너무나 섬세하고 놀랍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마치 영상 크로마키처럼 세세한 조각들이 잘 보이도록 해줍니다. 목이 아플 때까지 고개를 하늘 높이 치켜세우고 한 바퀴 돌아봅니다. 웅장한 성당이 마치 나를 삼킬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성당 외벽에는 프레스코화와 동상이 가득합니다.
부조 조각이나 그림이나 동상 모두 표정이 제각각입니다. 마치 레고 조각을 밟은 것처럼 짜증이 솟구친 표정도 있고,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를 바라보지만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도 있고, 은근한 미소를 짓는 표정도 있습니다. 하나씩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성당을 한 바퀴 다 돌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성당 입구 쪽으로 가니 어디선가 국도를 달리다 시골에 들어섰을 때 날법한 냄새가 납니다. 주변을 바라보니 경마장처럼 말과 마차가 가득합니다.
갈퀴를 휘날리며 멋진 모습을 하고 있지만 말의 오줌은 통제할 수 없는 탓인지 여기저기 바닥이 흥건히 젖어 있습니다. 눈 앞에서 말 한 마리가 오줌을 뿜어내는데 생맥주 기계에서 맥주를 뽑아내듯 우렁차게 나옵니다. 오전에 봤던 마차의 집합소가 바로 여기인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성당 앞에 참변이 따로 없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에서 관광을 위해 가져다 둔 동물이라지만 안타깝습니다.
안타까운 말들을 뒤로하고 성당으로 들어왔습니다. 휘황찬란한 성당의 내부는 그동안 봤던 그 어떤 성당보다 화려합니다. 높게 뻗은 첨탑처럼 내부에도 높고 아름답습니다. 외부처럼 성당 안도 화려한 조각들의 연속입니다. 성당 안에서는 미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성당 전체에 울려 퍼지는 웅장한 신부님의 말씀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자동적으로 정숙하게 됩니다. 물론 말할 상대도 없지만요. 신부님의 말씀을 들으며 헌금을 내고 작은 초에 불을 붙였습니다. 언제나 비는 소원이지만 오늘도 역시 무사히 여행을 마쳐달라는 소원으로 종교에 기대 봅니다.
밖으로 나오니 슬슬 해가 저물기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햇빛이 성당에 부딪쳐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이제 이 아름다운 도시도 마지막입니다. 성당은 마지막으로 슈테판 광장을 둘러보는 작은 여행가를 위해 찬송가를 온 거리에 넘치도록 불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