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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성 Jul 11. 2019

브라티슬라바의 행복한 동상과 행복한 하루

슬로바키아 여행기 -3

 식사를 마치고 브라티슬라바에 대한 본격적인 관광을 나섰습니다. 시원한 분수가 개울처럼 구시가지로 가는 길로 이끌어 줍니다. 시민들은 분수 좌우로 시원한 바람을 만끽합니다.



 개울 같은 파란 물을 따라가다 보면 국립극장이 나타납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관광의 시작입니다. 여타 다른 도시들에서는 크고 웅장한 건물들만 보다 보니 국립 극장이라고 나타난 조그마한 건물은 아기자기한 미니어처를 보는 기분입니다. 특히 "국립"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도 주변 건물들과 높이 차이가 없어 약간 김이 새기도 합니다.



 이제부터는 구시가지로 들어섭니다. 브라티슬라바의 가장 소문난 명물은 바로 동상입니다. 사실 브라티슬라바의 관광 요소는 다른 나라들보다 적은 편입니다. 유럽 문화 예술의 기반이자 합스부르크 왕가로 문화적으로 크게 부흥한 오스트리아 빈이 서쪽에 있고, 이름만 들어도 로맨틱한 동유럽 관광의 강호 헝가리 부다페스트가 도나우 강을 따라 동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강대국 사이에 끼어서 사실상 큰 관광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안타까운 자신들의 도시를 위해 브라티슬라바 이곳저곳에 동상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관광객이 기괴하고 이해할 수 없는 현대 미술보다는 이야기가 살아있는 재밌는 동상을 만들어 어디서나 만날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구시가지에 들어서면 이렇게 많고 재밌는 동상을 보는 쏠쏠한 재미가 숨어 있습니다.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나머지 수많은 관광객들이 너도 나도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을 찍는 포즈는 하나같이 똑같아도 표정은 제각각이라 동상뿐만이 아니라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가 더욱 큽니다.



 가장 유명한 동상 하나를 소개하자면 바로 <일 하는 사람>이라는 이 동상입니다. 맨홀 뚜껑 아래에서 일하다 올라와 턱을 괴고 잠시 쉬고 있는 사람입니다. 흐뭇한 것인지 음침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미소 때문에 엿보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는 동상입니다. 이 동상의 머리 부분을 만지면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소문 때문에 머리 부분과 코가 반질반질합니다. 어느 나라를 가도 동상을 만지는 행위는 똑같습니다.



 <일 하는 사람>을 지나 모자 아저씨를 만나고 나면 중앙 광장인 흘라브에 광장이 나타납니다. 광장과 건물의 모양새가 마치 에스토니아 탈린에서의 시청 앞 광장을 떠오르게 합니다. 넓고 평화로운 광장에서는 여유로운 사람들의 휘파람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동안 숨 가쁘게 여행하며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한 관광을 해왔다면, 오늘의 관광은 천천히 도시 분위기를 즐기는 관광이 되었습니다. 눈이 아프지 않게 해주는 자극적이지 않고 심심한 맛이라 편안합니다. 상점을 들어설 때도 여유롭게 반겨주는 기분 좋은 도시입니다.



 어느덧 구시가지를 가로질러 미카엘 탑문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구시가지를 다녀 보았지만 이처럼 거대한 관문은 처음입니다. 브라티슬라바를 통하는 오래된 관문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갑니다. 도시가 뿜어내는 행복한 기분 덕분에 사람들의 표정도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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