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여행 -6
슬로바키아에서의 짧은 일정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 헝가리로 향해야 합니다. 허름해 보이는 브라티슬라바의 버스 정류장에는 그 동안 다른 도시의 정류장과 달리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시골이나 다름 없던 체스키 크룸로프만큼이나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언제 버스가 오는지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습니다. 한적하게 앉아서 사람들 지나가는 구경이나 하면서 휴대폰에 적힌 시간에 맞게 버스가 오길 기도하며 기다렸습니다.
다행히 버스는 거의 정시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가는 방향이 이상합니다. 제가 도착해야 하는 버스 번호는 확실한데 오스트리아 행입니다. 분명 강박증이 걸릴 정도로 표를 살 때 확인했고 심지어 휴대폰에도 올바르게 표시 되어 있어서 검표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알고보니 브라타슬라바 바로 옆의 오스트리아 공항을 경유해서 헝가리로 가는 버스 표입니다.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버스로 40분 가량밖에 떨어지지 않은 매우 가까운 거리의 오스트리아 공항에 짐과 함께 덩그러니 떨어지고 나서 또다시 헝가리행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해가 어깨 너머로 넘어갈무렵, 드디어 헝가리로 가는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헝가리로 향하는 설렘을 가득 안고 버스 맨 뒷자리에 호기롭게 앉았습니다. 이제 8번째 나라이자 열 번째 도시로 떠납니다. 버스는 동쪽으로 향했고 태양은 서쪽으로 향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경으로 유명한 로맨틱의 도시를 드디어 가봅니다. 첫사랑을 만나는 설렘이 가슴 속에서 부터 뿜어져 나옵니다. 지평선을 타고 오늘의 태양은 유유히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