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여행기 -7
헝가리를 가장 깊게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진 치타델라 요새는 마치 높은 산속에 숨어있는 기분입니다. 복엽기가 날아온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엘리자베스 다리를 건너자 마치 중세 성으로 향하는 듯한 멋진 계단이 나타납니다. 중간중간 물이 흐르는 폭포수와 수풀 사이로 보이는 돌계단들은 정말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듯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보기에는 낮은 산처럼 보이지만 길을 따라 올라가는 동안은 마치 군대로 복귀한 기분입니다. 훈련받는 기분으로 산을 오르다 보니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땅만 보며 걷다 보니 어느 순간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눈을 제대로 뜨고 앞을 바라보니 어느새 멋진 풍경이 땀에 젖은 저를 반겨줍니다. 아직 에어쇼가 한창이라 이곳뿐만 아니라 다리 위도 사람들로 빽빽합니다. 하지만 시원한 바람과 함께 그늘 아래에서 바라보는 비행기의 곡예는 훨씬 멋집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빨리 올걸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흙냄새와 풀내음이 순식간에 코를 자극합니다. 힘들게 올라오느라 산의 냄새를 맡지 못했었는데 정상에 도착하니 이제 여유가 생겼나 봅니다. 마지막 언덕을 넘어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넓은 하늘만큼 넓은 부다페스트의 전경이 기가 막힙니다. 콧노래가 시원한 바람을 타고 부다페스트를 향해 날아갑니다. 도시 전체가 고도제한이 걸려 있어서 모든 도시가 레고 장난감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도나우 강가를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에어쇼를 구경하고 있습니다. 개미보다 작아 보이지만 뭉쳐 있으니 마치 그림 같은 풍경입니다.
하루도 채 남지 않은 부다페스트에서의 관광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하지만 너무나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보니 움직이기가 싫습니다. 그냥 이대로 해가 질 때까지 앉아있고 싶습니다. 다만 눈치 없는 배가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것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조금 이따가 배부르게 밥을 먹여준다고 협상하고 싶지만 말도 듣지 않는 위장을 애써 무시하고 그냥 자리에 드러누워버렸습니다. 그냥 떠나기에는 이 아름다운 풍경이 너무나도 아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