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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몬테네그로는 처음이지

몬테네그로 여행기 -1

by 박희성

국경을 넘던 버스가 갑자기 멈췄습니다. 몬테네그로의 코토르라는 들어보지도 못하던 작은 해안 도시로 가던 버스는 크로아티아에서 국경을 넘자마자 갑자기 퍼져버렸습니다. 잠에서 깨니 버스 왼편으로는 거대한 기암괴석 같은 돌산이 무너질 듯 위협적으로 서있었고, 오른 편에는 마치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가 돌산을 막아섰습니다. 이 비현실적인 풍경 속에서 두 시간째 버스는 멈춰 섰고, 사람들은 걸어서 코토르로 향했습니다. 비몽사몽 휴대폰을 보니 3G도 터지지 않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걸어서 터미널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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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라는 나라는 정말 생소했습니다. 어린 시절 세르비아-몬테네그로라는 나라는 들어본 기억은 있지만, 몬테네그로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유고슬라비아 연방으로 90년대까지 동구권의 한 지역으로 자리 잡았던 몬테네그로는 세르비아와 함께 신 유고연방이라는 세르비아-몬테네그로라는 나라로 재탄생했지만, 2006년 국민투표로 세르비아와 이별해 지금의 몬테네그로가 되었습니다. 동구권의 나라여서 우리나라와는 큰 접점은 없었습니다만 K리그에서 뛰었던 데얀 다미아노비치와 제난 라돈치치의 나라로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조금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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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에 쌓여있는 항구 도시는 험준한 산맥으로 둘러싸여서 대체 무슨 도시인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잔잔한 호수 도시처럼 보이지만 이 바다는 아드리아해와 연결되어 있는 엄연한 항구입니다. 거대한 페리도 선착장에 정박해 사람들을 반겨줍니다. 코토르의 명물인 코토르 성벽은 험준한 산 위에 위엄 있고 웅장한 모습으로 이 도시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그리스, 로마 제국의 일원이었다가 세르비아 왕조의 품에 있기도 했었고 한때는 베네치아,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기도 했던 탓에 다양한 건물 양식들이 조금씩 모여 있어서 동유럽 문화의 총천연색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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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숙소의 이름은 Kotor Korean guest house입니다. 이렇게나 낯선 도시에 한국이라는 이름이 버젓이 들어있는 것이 신기해서 예약을 잡았습니다. 구시가지 안으로 들어가 길을 헤매는데 기념품 상점 주인이 가만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따라오라고 합니다. 의심하는 저에게 한국인 아니냐고 되묻고는 바로 옆에 있는 계단으로 데리고 갑니다. 계단 위에는 동유럽 분위기와는 낯설지만, 우리에게는 친숙한 한국식 장식이 있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안으로 들어가니 사장님 내외분께서 버선발로 마중 나와 주십니다. 코토르로 여행 오는 한국인이 오랜만이라는 말과 함께 하루밖에 없는 일정을 아쉽지 않게 보내야 한다며 코토르 관광청보다 상세하게 모든 여행 장소를 설명해주시고 길을 알려주십니다. 말 그대로 '어서와, 몬테네그로는 처음이지' 였습니다. 처음 오는 나라의 처음 오는 도시가 낯설지 않게 상세하고 세밀한 설명을 해주십니다. 한국식 수다는 나중에 털어두기로 하고, 마치 오랜만에 만난 손자나 조카 보듯이 마른 몸을 타박하시며 고기가 유명한 식당을 안내해 주십니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밖으로 나왔습니다.


여행을 하며 가장 그리웠던 것은 한식이 아니라 이런 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한국인에게 이 도시에서 좋은 기억만 남길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주시는 사장님들 덕분에 저렴한 가격에 고기를 포식해보았습니다. 오랜만에 볼록 튀어나온 배를 잡고 이제는 코토르를 가장 아름답게 지켜주는 거대한 성벽으로 향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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