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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폴리스에 쏟아지는 햇살들

그리스 여행기 -8

by 박희성

드디어 아테네 최고의 랜드마크인 아크로폴리스로 가는 날입니다. 그리스 문화의 정수, 서구 문명의 발상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중심 등 모든 수식어가 어울리는 그리스 최고의 유적지입니다. 아테네 중앙의 높은 산에 있는 아크로폴리스는 아테네에 도착한 순간부터 언제나 저 산 위에서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아크로폴리스로 가게 되었습니다.


날씨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매우 맑고 따듯합니다. 지중해의 내리쬐는 태양은 아침부터 머리 위에서 쫓아옵니다. 덕분에 저 멀리 산 위의 아크로폴리스는 마치 거울에 비친 듯 반짝입니다. 한껏 부푼 가슴을 안고 숙소를 나섰습니다. 길가의 가로수에 열린 오렌지들은 마치 하늘의 태양이 열매로 다시 열린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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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처럼 평탄한 돌바닥을 따라 높은 아크로폴리스로 향해 가면 주변 가로들 사이로 디오니소스 극장과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이 보입니다. 나무가 가득한 숲을 따라 올라가면 아크로폴리스로 들어가는 매표소가 나옵니다. 표를 끊고 걸어가니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의 뒷공간이 관광객을 반겨줍니다. 서기 161년에 지어진 이 극장은 원래 3층짜리 석재 벽과 당시 비쌌던 레바논 삼나무로 된 지붕이 있었습니다. 무려 5천 명이나 되는 인원들을 수용할 수 있었습니다. 잊힌 극장은 그리스가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1950년대 다시 복원되었습니다. 현재는 다시 원래의 가치를 돌려받아 아테네 페스티벌이라는 축제에서 여러 공연을 선보이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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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극장을 지나 올라가면, 드디어 아크로폴리스가 나옵니다. 아크로폴리스를 찾은 사람들의 수가 그리스 관광객 수와 동일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일 수많은 인파가 이곳에 찾아옵니다. 그 때문인지 바닥의 돌이 거의 거울처럼 반질거립니다. 심지어 태양이 돌에 난반사되어 아크로폴리스로 들어가는 문은 마치 신비한 공간으로 들어가는 곳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아이보리색의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눈을 뜨기가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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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곳을 통과해 들어가면 드디어 아크로폴리스의 정수인 파르테논 신전이 나옵니다. 유네스코의 상징이자 서양 고대 문명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입니다. 황금 사각 비로 만들어진 이 아름다운 신전은 드디어 그리스에 왔다는 기분과 동시에 이 여행이 끝났다는 것을 동시에 느끼게 해 줍니다. 터키의 지배를 받던 시절 화약고로 이용되는 등 수천 년간 고난과 역경을 받아서 성한 구석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웅장함이 느껴집니다.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거대한 기둥을 보니 마치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 안으로 들어온 기분입니다. 사라진 부분들을 상상력으로 채우기 위해 눈을 감았다 뜨니 찬란한 과거의 영광들이 가슴 깊이 들어옵니다. 주변에 떨어진 모든 파편들을 다시 복원해 그리스 시대의 완벽했던 신전이 아테네 시민들에게 돌아오기 위해서는 수십 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스 경제 위기로 잠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인류의 중요한 유산을 단지 관광객을 받기 위해 시멘트질로 때우며 대충 공사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의 노력이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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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테논 신전에서 더 앞으로 가면 광활한 아테네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내리쬐는 태양 덕분에 더욱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위에서 바라보니 다양한 유적지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제 갔던 제우스 신전부터 저 멀리 올림픽의 성지 파나티나이코 경기장도 보입니다. 미세먼지도 없고 날씨도 좋으니 작은 미니어처를 보는 기분입니다. 햇빛이 부서지며 만들어진 작은 안개들 때문에 재채기가 나옵니다. 전망대의 가운데는 그리스 국기가 휘날립니다. 푸른 지중해와 창공을 의미하는 파란 국기는 정말 이 풍경과 너무도 잘 어울립니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면 그 유명한 아고라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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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폴리스에서 따가운 햇빛을 받다가 살이 더 타기 전에 아래쪽으로 내려갔습니다. 드디어 디오니소스 극장이 나왔습니다. 콘서트홀을 보는 듯 둥근 형태의 극장은 위에서 바라봐도 그 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화려한 현대식 건물 바로 옆에 이따 보니 더욱 시간이 멈춘 고대 유적의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고대 사회의 최고의 유흥은 연극이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다들 이 극장에 둘러앉아 신화를 희곡으로 해석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이 공간은 현대 극장처럼 음향이 잘 퍼지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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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바로 이런 점 아닐까 싶습니다. 어디를 가도 유적지가 가득하니 언제 어디서나 상상력을 자극하게 해 줍니다. 안타깝게도 이 멋진 공간들을 다시 완벽하게 복원하는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따가운 햇살은 그런 관광객들을 위로하듯 빛을 하얀 대리석 위에 쏘아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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