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운동의 의미를 찾은 올림픽 스타디움

그리스 여행기 -10

by 박희성

아테네에서 마지막 관광을 위한 아침이 밝았습니다. 드디어 여행의 마무리를 할 날입니다. 아쉬움과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교차합니다. 집 앞 빵집에서 간단히 아침을 때우고 오늘은 2500년 전에 만들어진 경기장인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으로 향했습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뜨거운 지중해의 태양은 눈이 부시게 빛나고 하늘은 지중해를 닮아 새파랗습니다.


1526381720292.jpg?type=w1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은 아름다운 대리석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멀리서도 흰빛이 뿜어져 나옵니다. 이 경기장은 고대 그리스에서 아테나 여신을 위한 축제를 벌였던 장소였습니다. 도시의 수호 여신을 위한 경기장이니 모든 시민들이 들어갈 만큼 거대합니다. 대리석 계단이 모두 좌석이며 증축을 거쳐 무려 8만 명이나 수용이 가득한 거대한 경기장은 현대에도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국제 경기에서 승리를 한 이후 축하를 위한 세리머니 장으로 사용됩니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꽂혀 휘날리는 그리스 국기가 더욱 위엄 있어 보입니다.


1526382153012.jpg?type=w1


햇빛이 뜨겁게 쏟아지는 경기장으로 들어가니 열기가 후끈 느껴집니다. 물론 관중들의 열기는 아니고 이 넓은 경기장 곳곳에 떨어지는 햇빛이 대리석에 반사한 열기입니다. 뜨거운 경기장 안으로는 시원하게 뻗은 육상 트랙 위에는 몇몇 사람들이 달리기 시합을 하고 있습니다. 소심하게 몰래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 저도 한 번 뛰어 봅니다. 트랙 한 편에는 1등부터 3등까지 적힌 시상대가 서 있습니다. 가족끼리 순위 발판에 올라 사진을 찍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순위표의 정반대 편에는 신기한 조각상이 서 있습니다.


1526382437509.jpg?type=w1


이 유적지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쪽은 발달한(?) 성기를 지닌 노인의 모습이고 한쪽은 젊은이지만 빈약한 성기를 가지고 있는 조각상입니다. 늙어서도 운동을 하면 젊은이만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지만 아무리 젊더라도 운동을 하는다면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산다는 뜻입니다. 심오하고도 단순한 이치를 이렇게 잘 표현한 조각상은 없을 것입니다.


조각상을 보고 뜨끔한 기분입니다. 나이로는 팔팔한 젊은이지만 운동을 하지 않으니 목 디스크, 뱃살, 만성피로를 달고 살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 무엇보다 운동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웹툰 <미생>을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이 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야." 몸이 피곤하거나 힘들면 가장 먼저 드는 기분은 짜증과 우울입니다. 이 조각상이 말하는 것이 바로 이것 아니었을까요.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지 않도록 이 트랙을 한 바퀴 돌아보았습니다. 오랫동안 운동하지 않은 탓에 반 바퀴만 돌아도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막힙니다. 운동 부족입니다.

1526382488593.jpg?type=w1


흐르는 땀을 닦으며 구석에 있는 올림픽 박물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오래된 동굴 같은 모습으로 구성된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땀을 좀 식히고 안으로 들어가니 올림픽에 관한 모든 것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올림픽 정신부터 이 경기장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사진들과 각종 올림픽 성화와 공식 포스터까지 모두 전시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펼쳐진 서울 올림픽과 평창 동계 올림픽의 성화도 나란히 전시되어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먼 땅에서는 언제나 우리나라에 관련된 무언가를 만나면 반갑습니다.


1526382714803.jpg?type=w1


밖으로 나오니 아까 저처럼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트랙 위를 뛰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합니다. 운동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저렇게 즐기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체력이 부족해 몸이 지배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억지로 운동하는 것보다는 저 사람들처럼 운동 자체를 또 하나의 즐거운 취미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하게 건강한 조각상의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리움을 낳은 여행 마지막 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