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을 먹고 하루를 산다
잠을 자다가 깨어나면 꿈을 잊기 전에 먼저 그 꿈에 대한 해몽을 찾는 습관이 있다.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끌어올려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본다. 그리고는 기억이 나는 단편적인 장면의 단어를 골라 해몽을 찾는다. 몸을 뒤척이거나 일어나서 다른 일을 하다 찾아보려고 하면 꿈을 잊어버리기 일쑤다. 때문에 비몽사몽 한 상태로(말 그대로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는 상태로) 찾아야 꿈에서 본 장면을 확실히 해몽할 수 있다.
요즘은 물에 대한 꿈을 많이 꾼다. 갑자기 떠 밀려오는 거대한 강물을 미처 피하지 못해 차 위에서 오들오들 떠는 꿈도 있었고, 엄청난 홍수로 가족 모두가 떠내려 가는 꿈을 꾸거나 세찬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에서 수영하고 있는 꿈을 꾼다. 뭐 어떤 꿈은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재앙에 대한 암시라고 하고, 어떤 꿈은 행운이 따르는 꿈이라고 한다. 좋은 꿈이나 나쁜 꿈이나 연달아 다양하게 꾸고 있지만, 해몽을 보면 가지각색이다. 같은 장면이라도 그 장면에 가장 인상 깊은 것에 따라 해몽이 바뀌게 된다.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고르듯이 그다지 좋지 않은 해몽이라면 다시 그 장면을 떠올린다. 그리곤 해몽 요소를 조금씩 다르게 생각해 좋은 꿈으로 포장한다. 큰 비로 홍수 나는 꿈은 우환이 생기는 꿈이지만 집에 홍수가 나는 꿈은 대박 나는 꿈이라니 취사선택을 하는 것이다.
물론 좋은 꿈을 꾸었다고 해도 막상 엄청난 행운이 따르는 날은 거의 없다. 꿈을 믿고 로또를 사도 5등조차 되지 않았다. 다만 일종의 징크스 비슷한 것이 생겼다. 꿈을 꾸고 좋은 해몽을 얻은 날에는 그래도 하루를 기대하게 된다. 아무런 약속이 없는 날이라도 새로운 인연이 생기지 않을까 두근거린다. 중요한 일이 없는 날이라도 무슨 일이라도 생길 듯한 기분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대부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평범하게 지나간다.
사실 무슨 일이 일어나기엔 확률적으로 나의 일상은 너무나 단조롭다. 너무 평범하다 못해 만약 내 삶을 영화로 만든다면 거진 대부분이 삭제될 부분이다. 일어나는 시간도 대개 비슷하고, 먹고, 일하고, 집을 가거나 누군가를 만나거나 별 다른 일은 없고, 밤이 오면 잠든다. 너무나도 평범해 지루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좋은 꿈을 가지고 하루를 지내며 작은 일이라도 확대 해석하게 된다. 실낱 같은 행운이라도 꿈 덕분에 좋은 일이 생겼다고 판단해 ‘역시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길 줄 알았어.’라고 하는 식이다.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면 펠릭스 펠리시스라는 마법의 물약이 나온다. 이 물약의 효과는 바로 행운이다. 물약을 마신 사람에게 완벽한 행운이 찾아온다고 한다. 얼마나 좋은 물약인가. 데이트를 신청하기 전에 마신다면 무조건 성공할 것이고, 큰 사업을 앞두고 마신다면 성공한다는 말이다. 로또나 주식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된다면 정말 행운 그 자체의 물약일 것이다. 때문에 소설에서는 운동 경기나 시험 전에 이 물약을 복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해리포터는 친구인 론을 위해 이 물약을 중요한 경기 전에 마시게 했다. 론은 미친듯한 활약으로 경기를 승리를 이끌었다. 펠릭스 펠리시스를 마신 덕분에 경기를 이겼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해리는 이 물약을 사용하지 않았었다. 약을 마셨다는 플라시보 효과로 인해 행운이 아니라 자신감이 채워져 제 실력보다 월등한 힘이 나왔던 것이다.
나에게 해몽도 일종의 펠릭스 펠리시스였다. 확대 해석으로 얻는 만족감도 있지만 그보다 해몽이 주는 더 좋은 가치는 자신감인 셈이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하루지만, 좋은 꿈을 꾼 아침에는 해몽으로 인한 자신감을 얻게 된다. 생각 없이 넘긴 평범한 일상들을 조금이나마 자세히 들여다보고 특별함을 찾아 행운이라고 포장하는 것이다. 때문에 좋은 꿈을 꾼 아침에는 무언가 기대를 하게 된다. 혹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채워진 기대감 덕분에 자신감이 생겨 다른 날 보다 훨씬 생기 있는 하루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