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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성 Sep 11. 2021

출간 계약 : 취업과 닮은 듯 다른 이 녀석

<여행같은 소리하네>의 출간 계약을 알립니다

처음 브런치를 만난 지 4년, 브런치에 처음 글을 올린 지 3년이 된 2021년 9월. 드디어 지난 글 들을 가다듬은 책을 계약했습니다.


흔히들 출산과 출간을 비교하던데요, 열 달, 혹은 그 이상의 긴 시간 동안 머리를 싸매며 만들어낸 글을 직접 만난다는 황홀한 이 경험은 가히 출산과 맞먹는 듯합니다. 출산을 해 본 적도 없고, 아이를 낳아 본 적도 없지만, 아마 이런 기분이겠지요. 후련하고, 시원하지만 내심 뿌듯한 이 기분. 거기에 더해 자랑스럽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기분일 겁니다.


언제나 휴대폰에 올라오는 브런치 글들의 절반은 출간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출간을 하고 싶은 내적 욕망을 알고리즘이 알아서 보여주는 건지, 출간 계약을 했다는 글은 휴대폰을 볼 때마다 있었습니다. 작가로의 첫 발을 내디딘 출간 계약이 부럽기도 했고, 함께 글을 쓰고 좋은 생각을 나누는 동지애도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축하를 드리기도 하고,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책이라면 사서 읽어 보기도 했습니다. 확실히 책으로 만난 글들은 브런치에서 보던 글과는 사뭇 다른 기분입니다. 액정으로 보던 글이 활자로 바뀌면서 구성도 달라지니 확연히 새롭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내 책도 드디어 활자로 나온다는 계약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물론 액정으로도 같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평소 자랑할 일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성취감이 생깁니다. 파랑새를 찾기 위해 떠났던 수많은 여행.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났던 다양한 존재로의 나. 나의 감정, 삶, 그리고 떠났던 이유까지. 적나라하게 나를 보여주면서 만들어낸 책의 계약이니 더 벅찹니다.


3년이라는 시간의 글 쓰기와 1년 간의 책 쓰기. 그리고 수 차례의 거절 끝에 만난 좋은 대표님과 주간님. 출간 계약의 과정은 아무리 봐도 취업과 닮았습니다. 취업을 하던 고난의 지난날들과 출간 계약을 위한 지난날들이 겹쳐 보입니다.


취업을 하기 위해 수년간 공부를 했고, 공모전이니 외부 활동이니 하며 스펙을 쌓고, 이후에 수십 군데의 회사에 이력서를 돌렸습니다. 부단한 노력과 별개로 저 보다 뛰어난 인재들은 널리고 널렸었고, 언제나 ‘안타깝게도, 아쉽게도’라는 답장만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그런 답장을 받은 후에는 거절의 메일이 두려워 다시 지원하기 어려웠습니다.


출간 계약을 위한 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글을 쌓아 두고 수정하는 오랜 기간을 겪은 후, 완성된 원고를 메일로 보냈습니다. 가끔 서류 합격한 듯 답장이 온 적이 있었지만, 제가 원하는 이상적인 답장은 아니었습니다. 마치 마케팅 부서에 지원했지만 재무 부서로 가지 않겠냐는 답장처럼 말이죠. 완성된 원고도 들고 있고, 아직 두드리지 않은 출판사의 문도 있었지만 거절이 두려워 다시 지원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내 글을 정리하고, 글쓰기가 아닌 책을 위한 원고를 준비한 끝에 마침내 ‘안타깝게도, 아쉽게도’라는 말이 없는 답장을 받은 순간의 쾌감은 잊을 수 없습니다. 나의 노력이 선택을 받은 기쁨, 지난 노력이 허사가 아니라는 안도, 내가 나로 살기 위해 한 걸음 나아갔다는 성취까지. 결국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 있었고, 그토록 원하던 <여행 같은 소리 하네>의 책을 출판사와 함께 준비할 순간이 되었습니다.


200군데가 넘는 출판사를 두드린 작가님도 있고, 단 한 번도 출판사에 연락하지 않아도 브런치를 통해 출간 제의를 받은 작가님도 계시죠. 출간 계약의 팁을 얻으러 오신 작가님들이 계신다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계약했다는 사실이 얼떨떨하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 취업을 하고 직장을 다니는 보통의 사람들처럼, 기다리면서 글을 쌓고 고치며 때를 기다리면 언젠가 결과가 오는 것 같습니다.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출판사를 두들겼는데, 포기할까 하는 순간 연락이 온 저처럼 말이죠.


어떻게 결론을 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글이 사라지는 시대에 아직 글을 잡고 있는 모든 작가님들, 때를 기다리는 예비 작가님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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