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기 -23
러시아 젊은이들의 거리는 어디일까요.
서울에는 명동이 있고 도쿄에는 시부야가 있다면, 모스크바에는 아르바트 거리가 있습니다.
크렘린에서 나와서 서쪽으로 천천히 걷다보면 다리가 아파질때즈음 아르바트 거리에 도착합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따듯한 햇살 아래에 가득합니다.
벤치에 옹기종기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동상 분장을 하고 서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르바트 거리에서는 꼭 이것을 해야 한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냥 걸어다니며 천천히 거리를 음미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어디선가 흘러오는 음식 냄새도 이 기분을 풍족하게 해줍니다.
귀에 이어폰을 낄 필요도 없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버스킹 하는 사람들의 음악 소리 덕분에 귀가 즐겁습니다.
수 많은 화가들도 자신의 그림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화풍의 그림들이 가득합니다.
여기 어딘가에 반 고흐가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고, 애드 시런이 노래를 부르고 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노래를 틀고 춤을 추는 소녀들, 자유로운 풍경을 그리는 화가들 사이에 한 젊은이들이 눈에 띕니다.
작은 나무 턱 위에 올라서서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무언가를 외치고 있습니다.
호기심이 일어 옆에 서 있는 사람에게 무슨 이야기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러시아 고전 시를 읊는 중이랍니다.
알아듣지 못하지만 강한 목소리로 세상을 향해 시를 내뱉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말을 던지는 중일까요.
한 명이 끝나고 내려오면 다른 사람이 올라가 다시 외치기 시작합니다.
러시아인들이 문학을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여기까지 온 마당에 빅토르 초이의 벽을 구경해보고 싶었습니다.
고려인 출신의 빅토르 초이는 록그룹 키노의 리더로 러시아 록의 선구자이자 음악으로 러시아를 자유주의로 이끌는데 일조한 가수입니다.
정제된 음악으로 드 넓은 대륙에 자유의 목소리를 던졌지만 만 28세의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난 비운의 가수이기도 하지요.
영원한 가객 김광석을 닮은 듯 합니다.
슬픔을 머금고 읊조리듯 노래하여 우리에게 아직까지도 큰 울림을 주는 김광석과 자유주의의 물결을 일고 아직까지 러시아인들에게 전해지는 빅토르 초이.
아쉽게도 빅토르 초이의 벽을 찾지 못해 한동안 서성이기만 했습니다.
저는 만나뵙지 못했지만 만약 이 거리를 찾는 분이 계시면 꼭 찾아가 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