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희성 Oct 22. 2023

자이살메르에서의 하루

22시 14분 자이살메르 호텔

22시 14분 자이살메르 호텔

피곤하다. 빨리 일기 쓰고 자야지. 하루를 아침 7시에 시작하니 하루가 길다. 


티베트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는데 국수는 별로였다. 피망이 가득한데 양은 적고 피망맛밖에 나지 않았다. 모든 음식이 피망 맛이다. 푸쉬카르 티베트 음식점은 너무 맛있었는데 여긴 별로다. 주문하고 음식도 늦게 나오고 말이다. 모모는 티베트식 만두니 어디서나 맛이 비슷하니 그렇다 치고. 치킨 비리아니는 인도식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 중국식 볶음밥이었다. 중국 볶음밥은 확실히 맛있다. 하지만 나머지는...



현금이 거의 다 떨어져 환전소를 찾아갔다. 한 환전소에 들어갔는데 사장은 없고 사장의 사돈에 팔촌까지 다들 모여 있었다. 한국인이 신기한지 돌아가면서 말을 걸었다. 말을 막 걸면서 돈 뺏는 사기인가 싶어 경계했다. 바라나시에서 당한 게 있으니 환전소에서 경계를 못 풀겠다. 200달러를 환전해 100루피만 수수료로 가져갔다. 


마지막 날 델리로 가야 하니 델리행 티켓을 구하는데 기차는 애매하고 버스를 타야 했다. 버스랑 기차가 가격 차이가 거의 두 배가 나지만 버스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도착하니 인당 3천 루피에 버스를 예약했다. 똑같이 야간버스다. 너무 비싸 약간 멈칫했지만 어쩔 수 없다. 자이살메르 자체가 머니까 말이다. 인도의 서쪽 끝에서 중앙까지 가야 한다.



표를 예약하고 할 일이 없으니 자이살메르의 유명한 관광지이자 인공 호수인 가디 사가르로 향했다. 포트를 나가 마을을 지나가야 했는데 흘끗 흘끗 쳐다보는 눈초리가 느껴져 조금 무서웠다. 운동화를 신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여차하며 뛰어야 하니까. 가장 무서운 건 육교였다. 호수를 가기 위해서는 육교를 건너야 했는데 육교 근처에 깨진 병이 널려 있었다. 그래도 무사히 도착했다. 




호수는 잔잔하고 좋았다. 호수 근처에서 구경하다가 오리배를 발견해서 구경하러 가는데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우리를 보고 까르르 소리 지른다. 역시나 유명인. 셀럽이 된 기분. 우리한테 다가오더니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맞다고 하니까 블랙핑크 아냐, BTS 아냐 물어본다. 당연히 안다고 하니까 더 좋아한다. 감사합니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확실히 한국 뮤지션들 덕분에 여행하기도 수월하다. 예전에는 유럽에서 24K랑 몬스터엑스 팬들 만나서 맥주도 얻어 마시고 즐겁게 시간 보냈는데 여기서도 이렇게 호의를 받는다. 사진 찍어주고 인사하고 우리는 오리배를 타러 갔다. 30분 정도 타는데 여유롭고 느긋하게 물 위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애들처럼 속도 내면서 즐기기도 했다. 오래전에 만들어둔 인공 호수인 탓에 여기저기 구조물도 보기 좋고 넓어서 좋다. 



내린 이후에는 호숫가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와 초콜릿 스무디 마시면서 쉬다가 해가 지기 전에 호수를 떠났다. 가이드북에서 어두워지면 위험하다고 하니 서둘러 도망치듯 떠났다. 배가 고파서 식당을 찾아 돌아다녔다. 생각해 보니 인도에서 탄두리 치킨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잘하는 곳 찾아서 돌아다니는데 익숙한 곳이었다. 어제 아니, 오늘 아침에 버스에서 내려서 갔던 길이었다. 하루 일정이 엄청 힘들긴 하다. 


음식점을 가니 청소 중이라 방 같은데 들어가서 기다리라고 한다. 탄두리 치킨과 샐러드를 주문했다. 탄두리 치킨은 한국에서 인도인이 하던 인도 음식점에서 먹은 맛과 비슷했다. 그곳이 현지 맛을 잘 표현한 것일까. 종각에 있는 곳인데. 샐러드는 푸성귀보다는 토마토, 오이, 양파뿐이었다. 그래도 신선해서 맛있었다. 먹고 보니 부족해서 양고기가 들어간 거 하나 더 주문했다. 첫날 먹었던 치킨커리 소스에 양고기가 들어간 맛이었다. 그런데 양고기가 마치 도가니탕의 도가니처럼 너무 부드럽고 촉촉하고 간도 잘 배어 있어서 맛있었다. 메뉴판에 추천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추천할 만하다. 이렇게 부드러운 양고기는 처음이다. 탄두리에는 입가심하는 허브 맛이 살짝 났는데 양고기에는 고수가 들어있었다. 그런데도 고수가 오히려 풍미를 자극해 주었다. 이제 하도 고수를 많이 먹으니 고수가 익숙하다. 한국에서 쌀국수 먹을 때 고수 먹으려나 싶다. 



먹고 8시 정도에 숙소로 돌아와서 쉬고 있었다. 밖에 나가고는 싶지만 밤이라 무서워서 그냥 호텔에만 있는 중이다. 마지막 날 숙소 리뷰를 다시 보는데 사막 낙타 사파리를 강매한다고 한다. 아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자고 내일 생각해야지.

이전 21화 (길을) 잃고자 하면 찾을 것이오, 찾고자 하면 잃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