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시 16분 자이살메르 호텔
16시 16분 자이살메르 호텔
사파리에서 사람들이 돌아온 다음에 겨우 호텔로 출발했다. 다같이 호텔로 온 이후 우리 방을 체크인 했다. 깨끗하고 좋다. 아침을 안먹어서 배가 고팠다. 루프탑 올라가서 파스타와 알루커리, 난을 주문해 먹었다. 오늘은 호텔 루프탑에서 성이 잘 보이는 걸 보니 미세먼지가 적어 보였다. 파스타는 크림 맛이라 그냥저냥 먹을 만 했다. 커리는 한국에서 먹던 오뚜기 카레 맛이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인도인 럭키의 친구가 오뚜기 카레 먹고 알루커리랑 비슷하다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진짜였구나. 먹다가 부족해서 감자튀김에 치즈를 올린 것을 시켰는데 어제 닭고기와 먹었던 알감자를 잘라서 굽고 그 위에 파스타에 올라가던 치즈를 올렸다. 소금 찍어서 다 먹고 내려왔다. 어제 사막에서 샤워를 하지 못해서 이제야 샤워를 했다. 샤워하고 빨래 널러 갔는데 가지 아저씨가 옥상에 널라고 했다.
가지 아저씨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형님이라고 한다. 동생이라고 알려줘도 형님이란다. 한국어가 꽤 능숙한데 이게 비즈니스 마인든가. 가지 아저씨는 만날 때 마다 뭐 필요한거 있는지 물어봤는데 1층에 사진을 보니 현지 코디로 한국 방송사들과 일하기도 했었나보았다. 오늘은 그냥 씻고 숙소에 누워서 유튜브나 보다가 밥먹고 그래야겠다. 마땅히 할 일은 없다. 이런 날도 나쁘지 않다. 날이 선선해서 좋다.
18시 36분 전망대
숙소에서 일어나서 옥상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다시 내려갔다. 어제 입었던 알라딘 바지를 다시 입고 늦게나마 형식적인 체크인을 했다. 체크인 하면서 구글 평점 5점 달라고 하길래 주었다. 한국은 네이버 평점만 따지는데 인도는 참 구글 평점 달라고 많이들 한다. 밖에 나가보니 날씨가 생각보다 더웠다. 겨울인데도 종잡을 수 없는 날씨다. 한국은 아마 롱패딩만 입고 다닐텐데, 가벼운 후드 티 하나면 충분하다. 그런데 밤은 왜이리 추울까. 오늘 밤은 안 추웠으면 좋겠다.
길거리에서 100달러 환전하고 자이살메르 포트로 다시 갔다. 할게 없을 때는 유유자적 성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포트에 들어와서 오늘도 노을을 보기 위해 자주 가던 전망대에 갔다. 오늘따라 미세먼지가 적어 볼 만 했다. 사막의 기운을 받은 노란 암석으로 지어진 건물들 덕분에 노랗게 물들어가는 풍경이 멋있다. 여유롭다. 이 맛에 여행을 하나 싶다. 이렇게 오랫동안 노을을, 이렇게 자주 노을을 볼 수 있다니.
노을을 보고 어디서 밥먹지 싶었는데, 그냥 이 전망대 근처에서 먹어도 좋겠다 싶었다. 오늘은 토요일인데 목요일보다 사람이 없었다. 재롱떨던 개만 우리를 반겨주고, 잠시 후 종업원이 왔다. 여유롭게 메뉴를 골라 보았다. 레스토랑 이름은 오늘 컨셉과 딱 어울린다. 이름부터 노을 레스토랑(sunset restaurant). 말라이 어니언이라는 커리와 라선 차타니라는 음식을 시켰다. 사실 이미 알고 있어서 주문하지는 못했고, 양파 커리와 마늘이 많이 들어간 커리라는 말을 듣고 무난해 보여서 주문했다. 말라이 어니언은 그냥 양파가 들어간 커리 맛이었는데 맛있었다. 라선 차타니는 작은 통마늘이 잔뜩 들어갔다. 구운 마늘 느낌인데 마늘 잔치가 열렸다. 난도 갈릭 난으로 주문했더니 더욱 마늘 향이 진동했다. 미스터 초밥왕에 참치 잔치가 있다면, 여기 선셋 레스토랑은 마늘 잔치다. 통마늘을 조금 다져서 커리를 만든다면 한국에서도 분명 맛있게 잘 팔릴 음식같았다.
다 먹고 나서 다시 항상 가던 전망대 카페로 왔다. 해가 진 자이살메르의 은은한 야경을 구경하다가 맥주 한 잔 주문해서 마시고 있다. 아까 식당에서는 구름과 미세먼지가 없는 일몰의 아름다움을 봤다면, 지금은 주황빛으로 물든 도시를 보고 있다. 온 도시에 미세먼지 없이 은은하게 펼쳐지는 가로등이 한 폭의 그림같다. 미세먼지 없는 오늘이 제대로 된 자이살메르 같은 기분이다. 라면 하나 사서 숙소 들어가야 할 시간이다. 더 어두워지면 무서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