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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성 Oct 22. 2023

다시 돌고 돌아 델리로

1월 6일 18시 20분, 델리 쇼핑몰

1월 6일 15시 20분, 델리 쇼핑몰

인도 여행이 벌써 막바지에 다다랐다. 공식적으로 24시간이 남았네. 쇼핑몰은 좋은데 와이파이가 안 된다.

어제 카페에서 한참을 쉬었다. 오랜만에 와이파이도 잡고, 일기도 쓰고, 여유로웠다. 아니 다 여유로웠나. 이제 여행의 끝에 다가오니 관광보다는 휴식을 찾게 되었다.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 하니 성 안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려 했는데, 안에 찾아둔 곳이 폐업처리 되어 있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발견한 곳이었는데 허탈했다. 어쩔 수 없이 밖에 나가서 먹어야 했다. 언제 또 볼 지 모르는 아름다운 요새를 한 바퀴 돌면서 천천히 바라봤다. 드디어 안녕이구나.



천천히 노을 지는 포트를 뒤로 하고 성문을 나섰다. 나서자마자 성문 바로 앞에 2층 테라스가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었다. 포트를 배경으로 하는 전망은 무척 뛰어났지만 비둘기가 여기 다 모여 있었다. 요리 나오기 전에 손으로 휘휘 저으며 쫓아냈다.


성문 위에서 한 20분을 기다리며 느근하게 노을이 비치는 포트를 구경했다. 잠시 후 감자로 된 전채가 나왔다. 뭔가 엉성한 플레이팅이었다. 감자를 삶고 파슬리와 바질로 함께 볶은 후 토마토와 함께 내왔다. 그런데 토마토를 한쪽에, 감자를 다른 쪽에 반대되게 두었는데 이게 맞나 싶었다. 뭐 맛은 있으니까. 아니 사실 너무 맛있었다. 플레이팅은 엉성해도 감자가 너무 맛있게 잘 익었다. 향기도 좋다. 맛있어서 다른 음식이 나오기 전에 음식이 사라졌다. 덕분에 다음 음식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어 나온 피자는 치즈 피자였다. 꼬리꼬리한 치즈가 올라갔는데 희한하게 냄새는 버섯 매운탕 향이 났다. 말도 안 되는데 토마토와 채소와 이 치즈가 합쳐지면 버섯 매운탕 냄새가 나는 건가 싶었다. 나름 나쁘지는 않았다. 이국적이지만 익숙하달까. 먹고 있으니 파스타도 나왔다. 크림 파스타였는데 앞서 먹은 버섯 매운탕 피자가 맛이 강해서 그런지 약간 싱거웠다.


먹고 바로 나와서 혹시 모르니 100달러 정도 더 환전했다. 내일, 그러니까 오늘 델리로 가니 돈을 쓰긴 쓰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호텔에서 버스 잡아준다고 했으니 우선 호텔로 가서 잠시 쉬었다. 호텔에서 기다리니 잠시 후 릭샤를 하나 무료로 불러주었다. 기차역 건너편에서 타야 했는데, 우리끼리 갔으면 찾지 못했을 거 같다. 기차역 건너편에 깊은 골목을 타고 들어가야 나오는 작은 호텔에 버스가 서 있었다. 릭샤 덕분에 무사히 왔다.



버스를 탔는데 우리 자리에 짐이 올려져 있었다. 그래서 내리고 들어갔는데 주인들이 오더니 자기네 자리란다. 우리 표를 보여주고 우리 자리라고 했는데 결국 졌다. 알고 보니 우리가 예약한 버스는 취소되어서 다른 버스 남은 자리에 우리가 타고 가는 거였다. 몰랐지… 군말 않고 맨 뒤에 침대칸으로 갔다. 조금 좁지만 다행히 짐은 짐칸에 넣어서 작은 침대라도 편하게 누워갈 수 있었다. 그래도 이전에 타던 버스보다 따듯했다. 따로 옷을 입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하지만 맨 뒷자리인 탓에 버스가 덜컹거리는 움직임이 다 느껴졌다. 덜컹거리는 버스는 밤새 멈추지 않고 달렸다. 그래도 가끔 울리는 차량 클락션을 제외하고는 은근히 잘 만 했다. 이제 어디서든 잘 자는 듯하다. 잘 자다가 11시쯤 차가 멈춰서 일어났다. 다들 영어를 못해 손짓과 발짓으로 화장실을 찾아서 잠시 다녀왔다. 밤이 되니 쌀쌀하기는 했다. 많이 춥지는 않았지만 옷이 필요하기는 했다. 자다가 깨고 또 자다가 깨다를 반복하다가 보니 8시였다. 내려보니 휴게소였다. 인도의 휴게소라. 신기했다.


여기서 한동안 쉬어가는 듯했다. 화장실부터 다녀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있었다. 앞에는 놀이터였고, 작은 레스토랑 같아 보이는 것도 들도 보였다. 한국 휴게소랑 다를 바가 없다. 이른 아침인데도 문을 열었다. 약간 배가 고파 프링글스 하나만 사서 다시 버스로 향했다. 버스 앞에는 트럭이 한 대 서 있었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인도의 기상이 눈앞에 있었다. 트럭 안에는 짐과 함께 사람들이 가득했는데, 트럭 위로도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위험해 보이지만 막상 눈앞에 있으니 신기했다. 인터넷이랑 TV로만 보던 그런 모습이었다. 마지막날까지 인도의 새로운 문화라니. 역시 인도는 즐겁다.



버스에 올라타 잠깐 자고 나니 버스가 구르가온 근처에 도착했다. 지도를 보니 숙소랑 거의 가깝길래 걸어가면 되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리니 고속도로 한가운데였다. 고속도로 위에 고가도로가 하나 지나갔는데 그 사이에 작게 섬처럼 되어 있는 곳에서 내린 것이었다. 결국 우버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금방 우버가 와서 타고 떠나는데 우리가 서 있던 곳 뒤쪽으로 릭샤가 한가득이었다. 아마 원래 이곳이 시외버스 터미널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외지인한테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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