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희성 Oct 22. 2023

안녕, 인도. 또 만나자

1월 7일 13시 52분

1월 7일 13시 52분

이제 인도에서 할 일은 다 끝냈다. 비행기 타러 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전에 눈 떴는데 생각보다 추워서 몇 번 일어났다. 사막에서 남은 핫팩을 오늘 다 까서 다행이었다. 이불은 따듯한데 몸부림 치다가 찬공기가 닿으면 깼었다. 아침에 모닝콜처럼 전화를 받고 일어나 내려가 체크아웃 시간을 물어봤다. 11시에 체크아웃이니 씻고 천천히 호텔을 나섰다. 두고온 것은 없어 보인다. 모든 짐 다 챙기고 아쉬움도 챙기고 미련도 챙겼다. 언젠가 더 길게 더 오래 인도에 오리라.


구르가온에는 신기한 동네가 있다. 이름이 사이버시티였다. 사이버허브라고도 불리는데 인터넷 찾아보니 사이버시티가 사이버허브로 이름을 바꾼 듯 하다. 어제 들린 엠비언스 몰에 가까웠는데 도로에 유턴할 곳이 없어서 빙 둘러서 왔다. 20분 걸렸는데 돈 거스름돈 없다고 하는 바람에 25루피는 팁으로 주었다. 



오전이라 그런지 사이버허브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 돈이 3천 루피 정도 남길래 뭐하지 하다가 밥부터 먹기로 했다. 푸드코트 같아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밥은 델리, 아니 인도에서 먹는 마지막 음식이다. 중식 비슷한 음식으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익숙한 스타벅스로 갔다. 구르가온 여기는 어디를 가도 익숙한 느낌이다. 새로운 도시를 온 기분이지 여행을 온 기분은 아니다. 아아 한잔과 프라프치노 한잔 시키니 밥값만큼 나왔다. 밥값이 550루피였는데 커피가 600루피다. 스벅 커피는 확실히 한국과 비슷한 가격에 비슷한 맛이다. 여기도 어제처럼 와이파이를 쓰려면 휴대폰 번호가 필요했다. 친절한 점원에게 부탁했는데 자기 폰 번호로 해 주었다. 확실히 이 사이버허브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다른 도시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깔끔하고 댄디하다. 다들 맥북을 쓰고 있고 전화기도 아이폰이다. 삼성과 화웨이 쓰던 다른 동네와 다르다. 예전에는 빈 에서 격차를 느꼈다면, 여기서는 부 에서 격차를 느낀다. 이제 곧 공항으로 가야한다. 아쉽다. 이 동네에서 더 머물면서 인도의 현재에 대한 부분을 더 돌아보면 어땠을까. 인도하면 떠오르던 딱 스테레오 타입만 보다 돌아가는 기분이다. 이런 아쉬움과 미련, 아까 호텔에다 차마 버리고 오지 못한 감정들을 가지고 가야 또 다시 돌아올 수 있겠지.


20시 55분 한국행 비행기

드디어 한국으로 떠나는 대한항공 비행기 안이다. 이번 여행은 후반 들어서 여유롭게 진행한 덕분인지 일기가 밀리지 않았다. 사이버허브에서 나와 우버를 타고 바로 공항으로 들어갔다. 공항으로 가는 도로 위에 릭샤가 보이지 않아 부자 동네는 다른건가 싶었는데 공항 안으로는 릭샤가 금지되어 있던 것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동네에 있던 릭샤 탔으면 큰일 날 뻔했다. 


우버에서 내릴 때 팁으로 들고 있던 모든 동전 털어서 주고 공항으로 들어갔다. 와이파이는 뭐 당연히 안되었다. 인터넷 쓰려면 휴대폰 인증을 해야 한다니 얼마나 힘든 일인가. 대한항공 수속 오픈까지는 40분이나 남아서 크리스피 도넛에서 간단하게 커피와 도넛을 샀다. 한국과 가격이 비슷하다. 인도에 있는 동안 저렴한 가격에서 생활하다가 갑자기 물가가 한국과 비슷한 델리에 오니 적응이 되지 않는다. 바라나시 길에서 5~10루피 주고 마시던 짜이도 여기서는 150루피다.


앉아서 기다리다가 대한항공에 수속했고, 친구는 다른 비행기니 수속 기다려주다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출국장을 지나니 면세점이 나오는데 생각보다 거대했다. 들어가자마자 술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친구가 위스키 하나 사려 해서 같이 돌아 보았다. 그런데 딱히 살 만한 가격대의 술은 없었다. 너무 비쌌다. 그런데도 우리가 부자처럼 보이는지 자꾸 비싼 술만 권했다. 그래서 그냥 제일 싼 거로 달라고 하고 구매했다. 

그리고 드디어 친구들에게 줄 기념품을 사러 왔는데 그냥 길거리에서 아무거나 사다줄걸 후회되었다. 어차피 진열장에 있으면 똑 같은 기념품인데… 괜히 좋은거 사려고 공항에서 사려 했나 보다. 밖에서 100~200루피 하던 것들이 여기서는 기본 천이 넘었다. 피눈물을 흘리며 인도산 차와 공예품 몇 개, 노트 하나 샀다. 실랑이 하는 게 싫어서 사지 않았더니 여기서는 카드사와 내가 실랑이 해야 할 판국이다.


사고나서 푸드코트로 서서히 움직였다. 인도에서 마지막 식사를 아까 한 듯 한데, 여기는 공항이라 면책 조항 있는 곳이니 예외로 해야지. 도미노 피자가 눈에 띄어서 가 보았다. 이젠 진짜 한국에 다가온 기분이다. 여기도 피자가 비건과 논비건 피자로 나뉘어 있었다. 첫날 인도에서 밥 먹은 식당 메뉴판에 비건, 논비건을 봤는데 마지막도 여기서 보게 되었네. 참 신기한 나라다 이렇게 보면.


먹고 게이트 앞으로 가서 친구와 한국에서 보자는 인사를 남기고 줄을 섰다. 그리고 한명씩 비행기에 올랐다. 인도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5시간 50분 후면 한국이다. 나는 인도에 왜 갔을까. 그리고 무엇이 내게 남았을까.



이전 29화 익숙한 듯 낯선 인도의 모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