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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건너서 - 에스토니아로

러시아 여행기 -44

by 박희성

드디어 오늘, 생애 처음으로 국경을 건넙니다.

긴장된 마음으로 잠들었더니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났습니다.

친절하게 대해준 스텝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정류장 근처의 버스 회사에서 인터넷으로 예매한 티켓을 인쇄했습니다.

정류장은 구글 지도에 좌표로 찍혀 있는 곳이었습니다.

다른 어떤 표시도 없지만 몇몇 사람들이 서 있습니다.

지도를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적적함을 적셔주는 비가 오기 시작했고 불안함만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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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가 되자 탈린행이라 적힌 버스가 왔습니다.

승무원이 내려 직접 검표를 하고 여권도 확인합니다.

짐을 차에 싣고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2층 버스라는 것이 너무 신기합니다.

애처럼 두리번거리고 이것저것 만지작 거려 봅니다.

자리도 넓고 커피도 무료 제공이고 글을 쓸 공간도 넉넉합니다.

버스는 사람들을 모두 태우고 출발합니다.

2층에서 바라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지막에게 인사하고,

창가에서 사색에 잠겨 새로운 나라로 떠난다는 감정을 느끼자마자 편히 잠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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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난 탓에 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는데 차가 멈추는 바람에 일어났습니다.


국경입니다.


사람들을 따라 차례로 내려서 국경검문소로 들어갔습니다.

죄지은 것도 없으니 당당하게 들어가려 하는데 무장한 경찰과 경찰견을 만나니 아무런 죄가 없어도 눈치 보입니다.

국경검문소 직원은 언제 돌아갈 것이냐, 다음 목적지는 어디냐, 어디서 비행기를 타냐 꼬치꼬치 캐물어 봅니다.

힘겹게 모든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버스로 돌아왔습니다.

출발한 지 3시간 만에, 드디어 에스토니아에 도착했습니다.

버스는 또다시 몇 시간을 달려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 도착했습니다.

비가 내리던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달리 날씨는 화창하고 깨끗합니다.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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