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여행기 -8
감옥의 으스스한 기분을 탈출하고 시장으로 넘어오니 구름 사이로 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맑은 하늘을 보니 기분은 따듯해집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따듯한 햇빛을 받으며 천천히 골목 사이를 걸어갑니다.
올드 타운이 아닌 탈린도 골목골목 구경할 맛이 납니다.
파스텔 톤의 색색의 건물들이 길거리에서 서로의 모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4월 중순이지만 드디어 에스토니아에도 느지막이 봄이 도착했습니다.
걷다 보니 어느새 탈린 시장에 도착했습니다.
알록달록한 꽃과 싱싱한 과일들이 입구부터 손님들을 반겨줍니다.
과일 향기와 꽃 향기가 합쳐져 넓은 들판에 있는 기분입니다.
꽃집과 과일 가게 사이로 들어오니 네모난 큐브 컨테이너 안에 갖가지 상점들이 널려 있습니다.
커피와 허브티, 방향제부터 아이들 장난감까지 다양한 상점들입니다.
깊숙이 들어가면 마치 우리나라 대형마트처럼 현대식으로 잘 꾸며둔 거리가 나옵니다.
벽돌은 유럽 특유의 질감을 살린 회벽돌이지만 깔끔해서 구경하기 좋습니다.
신선한 과일들을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습니다.
반찬 가게처럼 생긴 상점에서는 우리나라 오이지와 비슷하게 생긴 피클들이 나무통에 들어있습니다.
사람들 옷만 바뀌면 중세 시장에 와 있는 기분입니다.
1층의 상가에는 이런 전통 음식들과 과일들이, 2층에는 각종 음식점들이, 3층에는 옷과 장식품들이 있어 구경하는데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3층까지 모든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자 이제야 이 곳에 온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서서히 배가 고파옵니다.
2층에 서서 뭘 먹을지 돌아다니는데 너무 먹을 것이 많아 고민됩니다.
끝에서 끝까지 다 보았는데도 모든 음식이 맛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순간 동양적인 분위기의 음식점이 보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TOKUMARU라고 쓰인 일본 라멘집입니다.
따듯한 국물이 먹고 싶어서 들어가니 반갑게 맞아줍니다.
메뉴판을 보는데 라멘 중에 김치 라멘이 있습니다.
일본 라멘집에 김치 라멘이 있는 것이 신경 쓰이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기무치가 아닌 게 어디야 라고 생각하고 김치 라멘을 주문합니다.
수란과 함께 김치가 올려진 라멘이 나왔습니다.
마치 컵라면처럼 생겼습니다.
따듯한 국물을 한 모금 마셔보니 외국인 입맛에 맞추기 위한 것인지 칼칼한 맛은 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렸을 때,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해 할머니가 달달하게 끓여주시던 김치찌개 생각이 났습니다.
김치가 익기 전에 만든 것이라 겉절이에 가까운 배추는 아삭하고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씹힙니다.
고기와 함께, 김치와 함께 순식간에 해치웠습니다.
오랜만에 우리 음식을 만나니 음식 없어지는 순간순간이 아쉽습니다.
생일상이라 생각하며 맛있게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난 후,
밖으로 걸어 나오니 이제 구름이 햇빛에 사라진 듯 온 세상이 눈 부십니다.
입구에서 1유로로 라즈베리 한 봉지 사서 입가심하며 다시 여행을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