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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성 Jun 28. 2019

체코에서 마지막 추억

체코 여행기 - 17

 한바탕의 축제를 마치고, 이제 다시 여행꾼이 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한 다른 가족들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벌써 떠나야 한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지만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겼습니다. 아침을 챙겨주시는 D의 어머니께서는 조심해서 여행을 잘 마무리하라는 의미로 작은 천사 조각상을 꺼내 주셨습니다. 이 천사가 여행하는 동안 저를 지켜줄꺼라며 꼭 가지고 다니라고 하십니다. 작은 천사 모형이 눈물이 핑 돌게 합니다. 저도 감사의 인사를 표시하기 위해 한국에서 가져온 갖가지 한국 기념품을 꺼냅니다. 태극기 모양과 신랑 신부 모양의 자석은 냉장고에 붙여두고 한복 모양의 작은 핀을 식탁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친구의 어머님은 마치 소녀가 된 것처럼 행복한 미소를 띄우십니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마을을 바라보고 있는데 먼지와 함께 차가 한대 들어옵니다. 오스트리아로 향하는 차량을 이용하기 위해 체스키 크룸로프로 이동해야 하는데 오전 근무를 마친 C가 저를 데려다 주기 위해 돌아왔습니다. 단 하루 함께 했을 뿐인데 벌써부터 수 년간 만난 친구같은 고마움이 전해집니다. 이 가족에게 느낀 따스함을 또 만나볼 수 있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분위기를 두고 이제 오스트리아로 떠납니다. 체코에서의 일주일이 이렇게 지났습니다. 여행도 이제 서서히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러시아 모스크바부터 시작한 여행은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북해를 지나 동유럽 한 가운곳으로 도달했습니다. 군대도 다녀왔지만 남들보다 겁이 많고 말주변도 없는 탓에 혼자 여행하는 모든 것이 두려웠습니다. 어느덧 시간은 흐르고 이제 남은 여행의 순간이 아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체코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난 것은 처음 여행할 때는 절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꼭 무언가를 얻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의 이 추억은 그것은 그 어떤 경험보다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어머님이 챙겨주신 천사와 함께 다음 여행지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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