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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단이 Sep 27. 2023

찰나의 움직임


 마음이 움직이는 때란 생각보다 별것 아닌 한순간일 수 있다. 보통 어느 누가 생각해도 이치에 맞고 도덕적인 기준에 맞는 이야기라면 상대방을 재빠르게 설득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혀를 움직이고 애를 써도 그 노력이 허탈할 만큼 상대방에게 먹히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는 것이다. 상대가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어서 합리적인 논리를 쉼 없이 펼치더라도 아주 가끔은 여느 때와 다를 수 있는 것처럼. 그 순간 그의 귀에 들린 어떤 말 토씨 하나가, 눈에 비친 그림자 하나가, 피부에 닿은 낡은 모직 천 하나가 그 사람의 마음을 동요시킬 때가 있다. 한 사람이 걸어온 삶을 꿰뚫듯 그에 대한 모든 것을 아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신이 아니라면. 그러나 그 사람의 삶 속 가장 애틋하게 혹은 농후하게 감정이 남은 기억 한 조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자극이 그의 뇌리를 스친다면, 이제부터 풀리지 않는 모험은 시작된다. 어떠한 말로도 먹히지 않던 게임도 스르륵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로 풀려나갈 수 있는 것처럼. 그 찰나가 바로 신이 손가락으로 톡, 건드려준 시간은 아닐까.


 그 시간을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오늘 밤 간절히 외친다.



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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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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