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작은 편이다. 150을 겨우 넘는 151cm.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키가 작다는 사실이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내가 못 큰 탓도 있지만, 부모님도 키가 작으셔서 유전적인 영향도 많이 받은 것 같다. 초등학생 3학년 때까지만 해도 작지 않은 키여서 반에서 맨 뒷자리에 앉기도 했었는데, 나를 제외한 주변 친구들의 키가 커지면서 나는 점점 난쟁이가 되고 말았다. 그러다 고등학생 땐 영락없는 땅딸보가 되어 반 친구들에게 ‘꼬맹이’로 불리게 되었다. 특히 키가 큰 남학생들은 나를 쫓아다니며 꼬맹이라고 놀려댔다. 키가 작은 걸 어떡하나…. 남학생들의 놀림은 그런대로 참을 수 있었지만 다른 반 여학생으로부터 수모를 당해야 했다. 다른 친구들까지 불러 모아 날 괴롭히던 그 여학생은 여러 번 곤욕을 주기도 했다. 그 아이가 나를 싫어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내 키가 작기 때문이었다.
‘난 그 친구가 싫지 않은데, 왜 미움을 받아야 하지?’
오히려 친해지고 싶은 여학생이었는데 나를 경멸하는 표정이 눈에 띄어 남몰래 고민한 적도 많았다. 그저 키가 작아서, 괴롭히기 쉬워서 나를 심심풀이 땅콩으로 삼아 미워하는 줄로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 뒷골목 으슥한 곳으로 날 불러낸 그 친구가 그렁그렁 눈물이 고인 채로 한마디 말을 전했다. 그때 이 말은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키 작다고 좋아하지 마. 나도 다리 자르면 너처럼 작아질 수 있어.”
난 키가 작은 게 불만인데, 이 친구는 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지…? 당시 순둥순둥하기만 했던 내가 듣기에 그 말은 좀 잔인한 데가 있었다. 다소 충격적인 표현이랄까? 그 친구의 말을 바로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 일로 인해 난 외려 자존감이 높아졌다. 내 키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다니…! 아무리 작아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도 키는 자라지 않았다. 지금도 151cm의 키로 살아가는 중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보다 좀 더 크게 봐주는 사람들이 많다. 여전히 나는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사람들에 가려 앞을 잘 볼 수 없고, 겨울철에 지하철을 타면 두꺼운 옷을 껴입은 사람들 속에 파묻혀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고등학생 시절 그 여학생의 말은 잊히지 않는다. 한 편으론 나에게 용기를 준 그 말. 내가 가진 하찮은 것이 어떤 이에겐 부러움이 될 수도 있다는 그 사실을 남몰래 마음속에 간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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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9.
야, 꼬맹아 비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