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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단이 Aug 21. 2023

어떤 목소리


 늦은 아침, 눈을 뜨고 겨우 잠자리에서 일어난 후 내내 집에서 작업만 하다가 오후 4시쯤 커피를 마시러 집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시 집. 시간에 맞춰 할머니, 엄마와 함께 저녁을 먹고 나서 퇴근한 동생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다시 일. 만보기를 보니 1,138걸음밖에 걷지 않은 오늘은 정말 움직이지 않았구나, 생각에 잠긴다. 물론 스마트폰을 들지 않고 이동한 거리가 조금 빠지긴 했겠지만. 그렇지만 어쩌다 보니 오늘도 참 다양한 사람들의 음성을 들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할머니가 온종일 틀어놓고 계신 TV 드라마 속 배우들의 목소리를 제외한다 치더라도. 이 무료한 하루 사이에 전화도 네 통이나 했다. 물론 모두 일 때문이었지만, 각기 다른 사람들 목소리라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가짓수를 세어보니 이렇게나 조용했던 하루, 내가 들은 목소리는 예상외로 열댓 명이었다. 그중 나는 어떤 목소리와 어떤 이야기에서 마음이 놓였을까?


 아쉽게도 목소리는 종이에 찍어낼 수 없었다. 귀로 들은 다정함과 온기만 전해질 뿐. 내용만 떠올려보자면 힘을 실어주는 이야기였다.


 저녁 먹었냐는 그런 간단한 안부 같은.



2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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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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