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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단이 Aug 22. 2023

아가미 인간


 입추와 말복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습하고 덥다. 작년 여름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오늘도 폭우가 쏟아졌고 잠시 나갔다 왔음에도 뻘뻘 땀을 흘리다 돌아왔다. 내가 그렇게 기다리는 가을은 언제 오려나…?


 물에 빠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마음보다 몸이 현실에 먼저 적응하기 위해 아가미가 생겨버릴지도 모르겠다고. 괜한 걱정에 거울 앞에 앉아 목 주변을 살피다 깜짝 놀랐다. 몇 겹의 줄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어서. 제대로 보니 그냥 목주름이었다. 이젠 넥크림을 바르지 않으면 목주름이 생기는 나이가 되고 말았다. 이럴 바엔 차라리 아가미를 가진 인간이 되어 살아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어디 하나 쓸데없는 목주름만 가득한 인간보다 이 공기 속에서 숨 쉬는 기능이라도 갖춘 아가미를 가진 인간이 되는 것이. 이 여름날, 코보다 아가미로 숨을 쉬는 것이 제격일 테니까.


 내일이라도 아가미가 돋으면 난 좀 더 살기 편해질까 쉬워질까. 좀 더 누군가의 시선을 낚아챌 수 있을까 사랑받을 수 있을까. 누군가의 눈에 띄어 유명인이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좀 더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어떨까?


 음, 어쩌면 좀 더…!



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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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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