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딩버스 Jun 10. 2023

나우이즘의 장점

오해가 있다면 풀어보고자 합니다

어제 새로운 마케팅 캠페인의 카피를 결정하는 회의가 있었다.

에이전시가 제안한 여러 개의 카피 문구 중에 한두 개로 추려야 하는 회의였다.

‘오늘’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카피는 팀원 모두가 좋아하지 않아 빠르게 걸러졌다.

”오늘이 들어간 세 번째 안이 싫은 이유는 오늘만 사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YOLO를 떠올리게 해요 “라는 게 나의 이유였다.


나우이즘은 ‘오늘’보다도 더 짧은 시간의 단위인 ‘지금 이 순간’을 추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책 없이 시간을 보내자주의는 아니다.

지금 당장 편하고, 지금 나에게 효용이 큰 것을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다.

오히려 한 번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 미리 계획하고 대안까지도 세워놓는다.

그래서 나우이즘을 실천하려면 게으르면 안 된다.

뭘 하고 싶은지가 명확해야 하고 그걸 실천에 옮길 실행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나우이즘을 실천한다는 것은 사실상 자기 계발이 필요한 일이다.

내 관심사도 알아야 하고 그와 관련된 정보도 수집해야 한다.

파워 J형인 나는 이번 주말에 뭘 할지 뿐만 아니라 다음 달 일정까지도 캘린더에 이미 적혀있다.

여기에는 굉장한 리서치가 선행되어 있는 것이다.

6월 둘째 주에만 열리는 페스티벌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는 7월 말 종료된다.

그리고 그것을 언제 행할 것인지 조율한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그런 약속과 투두 리스트가 빼곡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계획이 없으면 불안해하고, 약속이 안 잡혀있으면 심심해 죽는 그런 편집증적인 사람은 아니다.

그때가 아니면 못하는 것들 위주로 일정을 짜놓는 것뿐이다.

전시나 팝업은 종료되는 날짜가 정해져 있다.

그 기한이 지나고 나면 후회해 봤자 소용이 없다.

남들이 다녀온 후기로 대리만족을 하거나 자료가 없다면 영영 그 경험을 소비할 수가 없어진다.

유명 셰프와의 저녁 식사 자리 모임은 주최자가 원래 계획과는 다르게 운영하게 되는 바람에 딱 두 번 모이고 끝났다.

빠르게 참여하지 않았다면 나는 영원히 기회를 놓쳤을 것이다.

사람에게는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무엇을 창조할 능력이 없다.

결합만이 우리에게 주어진 능력이고 그게 정반합을 거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우리가 어떠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면 그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데드라인이 언제인지 알고 움직이는 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도 한다.

일정 상의 우선순위를 정하기가 용이하고, 다음 기회가 또 있는 것들에 대해선 오히려 관대해진다.

꼭 지금이 아니어도 되니까.

이번 제주 여행에서 일정이 안 맞아서 그 맛집에 못 갔다고 해서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 제주 여행할 때 오면 되지.

음식점이 폐업하면 어떡하냐고?

그런 걸 아까워하는 데에 시간을 쓰는 게 더 아깝다.


내가 무엇을 언제까지만 할 수 있다, 이렇게 끝을 생각하는 것은 어찌 보면 죽음을 생각하는 것과 닮아 있다.

마감 시한을 생각하면 역산해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준다.

우울해하는 동생에게 내년 봄의 딸기뷔페만 먹고 죽으라고 말했다는 짤이 생각나는데,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역설적이지만 끝을 생각하면 마음이 바빠지고 손가락을 움직여 검색하고, 몸을 일으켜야 한다.

그 이유만으로도 나우이즘은 이미 훌륭하다.

작가의 이전글 나우이즘의 부작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