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uding Feb 14. 2016

우리 사랑했던 시간만큼

그 시간 지나면 그땐 괜찮아질까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같은 생각을 한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자신이 없다. 그냥 그녀를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그녀를 아무리 응원한다고 해도 지금 이 상태로는 계속 그녀 옆에 있을 자신이 없다. 반년을 넘게 나 나름대로 노력했다 생각했고 최선을 다했다 생각했기에 이제는 그냥 잊어버리자 다짐을 하지만, 이렇게 그녀를 잊지 않으려 무의식 중에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이 나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길 기다렸다.


윤도현의 <우리 사랑했던 시간 만큼>이라는 노래가 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이 노래를 듣고 읽어보길 추천한다. 만약 오랜 시간 연애를 했고 지금 그 인연과 헤어졌다면 역시 이 노래를 추천해본다. 헤어진 직후 음악으로 눈물을 흘렸던 첫 노래였던 거 같다. 노래는 2년 전 14년 9월에 나왔지만 지금 내 마음과 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지금부터 쓰는 글은 <우리 사랑했던 시간 만큼>의 가사와 `나`의 이야기다.



우리 함께했던 시간의 흔적들
이젠 모두 지웠다고 생각했지만
서랍 속 깊숙이 숨어있던 네가 준 작은 메모 한 장
우리 서로 마지막 사랑이 됐으면 좋겠단 바람



그동안 짧지만 함께 했던 시간의 흔적들이 지운다고 생각하고, 지웠다고 생각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504번 버스처럼 항상 내 삶 여기저기에 숨어 있는걸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헤어지고 도저히 그녀를 잊을 수 없어서 그녀와 관련된 주변 물건들부터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저장된 그녀 사진을 지우고, 페이스북을 끊고, 그녀와의 문자를 삭제하고 이렇게 시작했지만 여전히 그녀가 생각난다. 지갑 속에 있던 그녀가 밝게 웃는 사진 역시 버리지 못해 그녀에게 돌려주고 하나둘씩 그녀의 흔적을 지워갔다. 사진도, 핸드폰 케이스도 함께했던 시간의 흔적들을 다 지웠다고 생각했을 때 서랍 속에 그녀가 적어 준 작은 메모 한 장을 발견했다.


그녀가 알바를 하면서 밥도 못 먹고 일할 때 집에서 맛있는 도시락을 싸들고 그녀가 일하는 카페로 찾아갔다. 부모님이 해준 반찬과 함께 정성스럽게 담은 도시락을 받은 그녀는 도시락을 먹고, 다음에는 사랑이 듬뿍 담긴 도시락을 싸준다고  이야기했다. 맛있는 거 많이 먹으러 다니는 상상으로도 기분이 좋다고 고맙다며 쪽지를 남겨줬다. 노랫말처럼 그녀가 준 작은 메모 한 장을 발견하니 그녀 생각이 더 많이 난다. 잊으려 하고 지웠다고 생각했지만 그녀 흔적은 나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인가 보다.



나 없이 너는 행복한 건지 혹시 나만 아픈 건 아닌지
우리 사랑했던 시간만큼만 힘들면 널 잊을는지



그녀와 헤어지고 이렇게 나만 아픈 건 아닌지, 행복하게 잘 지내는데 이렇게 연락하는 건 아닌지 궁금하지만 그녀의 안부조차 물어보기 힘든 지금은 그냥 행복하길 바란다. 우리 사랑했던 시간만큼만 힘들면 널 잊을는지라는 말처럼 우리 사랑했던 시간만큼 기다려봤지만 그 곱절의 시간이 지나도 널 잊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헤어진 후 내 마음을 대신해주는 말이었다.



좋은 친구로 남아 달라던 부탁
정말 미안하지만 난 못할 것 같아



헤어진 직후 그녀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그냥 좋은 오빠 동생으로 남아서 옆에서 날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노래 가사에서도 좋은 친구로 남아 달라던 부탁을 정말 미안하지만 난 못할 것 같아라며 거절했던 마음을 알 것 같다. 나 역시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 못하고 그녀의 맘을 돌리는 일에만 집중했다. 결국에 그녀는 답장을 안 하기 시작했고, 그녀와 연락이 끊킨 시점이 이 시점인 것 같다. 하지만 "평생 못 만날 것 같은 인연"과 헤어지고 그냥 친구로 남아달라고 이야기하면 정말 `친구`로 그녀 옆에 남아있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친구로 그녀 옆에 있을 자신이 없기에 거절했고, 조금은 후회하지만 이게 맞다고 생각했다.



난 가끔 마시던 술도 마시지 않아
혹시 술에 취해 또 너에게 전화해
너무 힘들다 말할까 봐



그렇게 헤어지고 일주일 동안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하게 나는 그녀 생각에 더 이상 술을 마실 수 없었다. 혹시라도 술에 취해 그녀에게 전화할까 그 이후로 술을 입에 댄 적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술에 취해 변하지 않은 지금 내 모습 그대로 그녀에게 연락하기보단 더 성장하고 발전한 내 모습 보여주기 위해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언젠간 다른 사랑 하겠지 내 맘을 모두 주게 되겠지
하지만 네가 가져 가버린 내 맘만큼 작아져 있겠지

그렇게 그녀는 다른 사랑을 시작하게 됐고, 나 역시 그녀와 헤어지고 힘들었기에 다른 사랑을 시작하게 됐다. 이 사람으로 그녀를 잊고 이 사람에게 집중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가 가져 가버린 내 맘만큼 그 사랑 작아져 있었고, 다른 사람에게 내 사랑 다 주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났지만 제대로 사랑하지 못했다. 적어도 우리 사랑했던 시간만큼 힘들어도 내 사랑은 그 정도로 잊혀지 않는다.


그녀와 헤어지고 몇 달 동안 이 노래만 반복해서 들었다. 마치 내 이야기인 것처럼 나와 똑같은 생각, 똑같은 경험밖에 없어서 놀랐다. 그녀에게도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을 만큼..


"헤어진 그녀가 생각나는 나만의 노래 혹은 이별 후 들었던 노래가 있으신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