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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Feb 15. 2016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이유

말이 필요 없는 마음


이렇게 글을 쓰고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세상에 여자는 많고 아직 젊은데 왜 그렇게 그녀한테 빠져있냐고, 더 좋은 사람 아직 못 만나서 그렇다고. 오늘은 조금이나마 기분이 좋은 그녀 자랑을 해보려고 한다.


그녀는 동네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냥 어떤 대학생이나 마찬가지로 학자금을 위해 그리고 생활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루는 카페 매출에 대해 고민하더니 마치 카페 주인이 된 것처럼 신메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를 쉬는 날 데이트를 하며 새로운 카페를 찾아다녔고, 마음에 드는 메뉴가 있으면 맛을 적어가며 진지하게 맛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 둘 찾은 메뉴는 카페 사장님과 이야기를 하고 적합한 메뉴들은 맛있는 음료로 만들어지곤 했다. 홍대에 있는 바리스텔라 요거솜솜을 맛보며, 대방역 카페에서 블루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진지했던 그녀가 생각난다.


어떤 날은 카페 냉장고가 지저분하고 복잡하다며 시키지도 않은 냉장고의 물건들을 들어내고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냉장고가 왜 이렇게 복잡하냐며 불만만 가지지 않고 직접 움직이고 스스로 변화시켰던 그런 사람이다. 안 좋아 보이고 남들이 하기 싫어하고, 그리고 꼭 하지 않아도 될 그런 것들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변화시키는 남을 위했던 사람이다.


하루는 이런 적도 있었다. 주변에서 그녀에게 호텔리어로 취업하라고 할 때 자기소개서를 써야 한다고 늦은 저녁 일이 끝나고 나를 찾아왔다. 그래도 나름 써본 적 없는 자소서를 가져와서 나에게 잘 썼는지 봐달라고 했다. 결국 미숙했던 그녀의 자소서는 8시간이 넘도록 첨삭이 됐고 결국엔 다음날 아침에 꽤 그럴싸한 자소서로 다시 탄생했다. 하지만 그녀가 원해서 지원하는 곳이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 교수님이 원해서 지원하게 된 호텔이라 내가 꼭 가야 하냐며 눈물을 흘리며 지원했다. 마냥 강할 줄 알았던 그녀한테도 이런 약한 모습이 있구나 생각했다. 결국에 지원한 자기소개서는 사원에서 매니저급으로 채용하길 원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신념처럼 결국에 가지 않았다. 눈 앞에 있는 이익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길을 멀리 바라보고 결정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다.


이런 이야기 말고도 그녀는 날 보고 싶다며 애교도 부릴 줄 알았고, 항상 긍정적인 말과 행동으로 옆에 있기만 해도 힘이 나게 해줬다. 유일하게 내 친한 모든 친구들을 다 봤고, 내 가족과 함께 밥을 먹었던 그런 사람이다. 그녀의 옆에 있기만 해도 배울게 많고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고, 항상 열정이 넘치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한들 주변에서는 항상 같은 이야기를 했다.



살다 보면 그녀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어



맞는 이야기다. 살다 보면 그녀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그녀보다 더 긍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처음 봤을 때 너무 좋아서 내 눈에서 눈물을 나게 했던 그런 사람은 다시 못 볼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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