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앞으로 나아가라고만 하죠?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대학교에 입학하고, 창업을 시작하면서 배웠다. 성공하려면 멈추지 말고 나아가라고. 고등학교를 처음 가봤기에 그 말이 맞는 줄 알았다. 대학교를 처음 들어가 봤기에 그 말이 맞는 줄 알았다. 창업을 처음 해봤기에 그 말이 맞는 줄 알았다. 성공하 사람들의 이야기, 이미 나보다 앞서 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실천했다. 그들은 나보다 더 많은 경험이 있고 적어도 더 좋은 방법을 알고 있을 테니깐.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도 했지만 성공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렇기에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그런데 공부도, 창업도, 취업도 막상 해보니깐 그게 아니더라.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누가 들어도 기분 좋은 말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라는 책임지지 못할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나아가기만 하는 게 정답이 아니라고 느꼈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해야 할 일을 했다.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학교를 다닐 땐 공부가 전부인 줄 알았다. 물론 공부를 안 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적어도 학생이면 공부는 기본적인 부분 중 하나다. 그게 직업학교가 됐든 인문계가 됐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기본 때문에 주변을 둘러보지 못한 게 후회가 됐다. 부모님, 선생님 말을 너무 잘 들었을 뿐이다. 기본에 충실했고 내가 해야 할 일에만 집중했다.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많은 줄 모르고 해야 할 일에만 몰입했다. 정말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 결국에 내가 원하던 사범대에 입학하게 됐고 선생님의 꿈에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수학교육과에 입학했다. 대학교를 다니면서도 해야 할 일을 했다. 임용고시를 합격해야 선생님을 할 수 있었고, 기본적으로 최소 학점을 넘어야 교직이수를 할 수 있었다. 부족한 학점은 계절학기까지 들어가면서 열심히 들었다. 성적이 좋았던 건 아니지만 열정은 정말 남달랐다. 가르치기 가장 어렵다는 음수를 연구하고 나만의 교수법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4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도 합격하기 힘든 시험이라며 축제에도, 휴일에도, 밤에도 공부하라고 강조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마찬가지로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잠깐 멈춰봤다.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공부를 했다. 군대에서도 전공책을 펼쳐서 공부했고, 전역해서 방학 때도 학교를 나와 공부했다. 그렇게 계속 달려오다 선생님과 학교교육에 회의감을 느껴 달려오던 꿈을 내려놓고 잠깐 멈추게 됐다. 계획된 꿈을 바라보며 정말 앞만 보고 달려갔었다. 그래서 잠깐 멈추게 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몰랐다. 항상 계획된 앞길만 바라보고 달려오다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바라왔던 꽃길보다 더 예쁜 꽃들이 피어 있었고, 더 재미있는 일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땐 몰랐다. 그 꽃들과 재미있는 일들을 더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방법을.
다시 달렸다.
아름다운 꽃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갈수록 더 예쁜 꽃들이 가득하기에 멈추지 않고 달려갔다. 그렇게 난생 살면서 처음 가보는 창업이라는 길을 선택했다. 지금까지 해야 할 일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서 달려갔다. 기간으로 3년, 햇수로 4년의 시간 동안 창업을 이어왔다. 해야 할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달려가고 있지만 학생 때 느꼈던 부족함이 아직 남아있었다. 처음 창업을 시작했을 땐 굉장히 풍요롭고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뭔지 모를 부족함과 공허함이 계속 함께했다.
결국 다시 멈춰 섰다.
결국 다시 멈춰 섰다. 전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땐 더 많은 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돌아온 길들이 보였고 내 앞길이 어떻게 펼쳐져있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당장의 내일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꽤 괜찮다고 생각이 든다.
하염없이 달리라고 이야기한다. 이미 지금 죽도록 열심히 뛰고 있는데 멈추지 말라고 한다. 아니 걸어도 좋으니깐 멈추지 말라고 한다. 적어도 성공하기 위해서 멈추면 큰일 나듯 이야기한다. 물론 앞으로 나아가는 건 당연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 가는 길이 정말로 앞으로 나아가는 길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어디로 가는지 확인도 해봐야 하고 내가 지금까지 잘 걸어왔는지 뒤돌아보기도 해야 한다. 또 간혹 길을 잘못 들면 되돌아가기도 해야 하고, 옆에 더 좋은 길이 있으면 그 길로 갈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길을 보기 위해서는, 또 돌아보기 위해서는 멈출 줄 알아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도 괜찮고 꿈이 있어도 괜찮다. 하지만 쉬지 않고 달려 나가기보단 내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걷고 주변을 항상 돌아보는 쉼이 있었으면 한다. 스스로 조급해하지 말고 더 예쁜 길이 있는지 또 해야 할 일이 아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멈춰서 둘러봤으면 좋겠다.
어떤 길을 달려왔는지 몰랐다.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몰랐다.
어딜 지나쳐왔는지 몰랐다.
그런데
잠깐 멈췄을 뿐인데,
잠깐 둘러봤을 뿐인데,
많은 게 변했다.
_by pu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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