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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Jul 06. 2016

사랑하는, 사랑받는 #2

사랑받는 사랑, 이별

사랑하는, 사랑받는 #2

사랑받는 사랑, 이별



우연히 그녀를 만났다. 함께 대화하고 가끔 만나서 술도 한 잔 했다. 영화도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첫눈에 반했던 건 아니지만 계속 대화를 하다 보니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맘이 갈까 말까 할 때 그녀에게 고백을 받았다. 죽을 만큼 사랑했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 사람과 함께 지내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 세상에 나와 딱 맞는 인연은 없다고 생각했고, 연애를 하면서 점점 가까워진다고 생각했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나를 사랑해준 사람과 만나게 됐다.


연애를 하면서 누가 더 좋아하고 덜 좋아하는 연애는 없었다. 아니 어떤 연애에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받는 연애에서도 그렇고 사랑하는 연애에서도 그렇다. 그래서 우리의 연애는 큰 문제없이 무난하게 흘러갔다. 그때까진 그렇게 생각하며 연애했다.



그녀는 술을 좋아했다.



나를 그토록 사랑해준 사람은 술을 참 좋아했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술을 마셨고 술 때문에 많이 싸웠다. 딱히 문제를 일으키거나 하진 않았지만 걱정되는 마음과 함께 술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녀와 싸웠던 거 같다. 매주 한 번씩 싸우는 거 같아 서로 약속했다. 너무 늦게까지 술 마시지 말고 조금씩 그런 자리를 줄이기로. 그렇게 그녀는 점점 술을 줄였고 덕분에 술로 싸우는 일이 적어졌다.



그녀는 흡연을 했다.



나는 담배도 마찬가지로 술만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많은 고민이 있었던 건지 힘들 일이 많았던 건지 담배를 했다. 주변에 친구들 대부분이 담배를 피우는 만큼 끊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건강에 나쁘다는 것쯤은 둘 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고 천천히 줄여가자고 설득했다. 그렇게 그녀는 조금씩 담배를 줄여갔고 나를 만나는 동안 거의 손대지 않았다.



그녀는 나에게 아낌없이 줬다.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녀는 나에게 나 이상으로 아낌없이 줬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서울에서 대전으로 찾아왔다. 차비도 만만치 않고 차를 타면 피곤할 텐데 보고 싶다며 그렇게 찾아왔다. 그에 비해 나는 학업과 알바를 한다며 서울에 자주 올라가진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그녀에게 말하고 서로 당연시됐다.





연애를 하며 그녀는 성격도 변했고,
가치관도 많이 달라졌다.



그렇게 그녀와 1년 정도 연애를 해왔다.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줄이고, 끊지 못할 거 같았던 담배도 끊었다. 할 수 없을 거라 먼저 외치던 사람이 할 수 있다고 변하기 시작했고 점점 내가 말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아니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도록 만들었다. 그만큼 나를 사랑해줬던 그녀는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그렇게 변했다. 하지만 그런 연애를 하면서 정작 나는 그녀가 원하는 사람이 되지 못했고 끝까지 내 생각만 하며 이별을 하게 됐다. 헤어진 후에야 뒤늦게 후회하고 생각해보지만 그녀에게 할 말이 없었다. 그 사람을 위한다고 생각하며 술도, 담배도, 성격도 변화시켜줘야지 생각했지만 결국엔 나를 위한 이기적인 생각이었다. 평생 이렇게 사랑받는 연애를 두 번 다시 못할 거 같다. 그런 사랑을 느끼게 해 준 사람에게 난 단 한순간이라도 사랑을 느끼게 해줬을까?



그녀는 술을 좋아했다.
그녀는 담배를 폈다.
그녀는 나와 달랐다.

그녀는 술을 끊었다.
그녀는 담배를 끊었다.
그녀는 나를 위해 변했다.

나를 위해 좋아하던 걸 끊었다.
나를 위해 습관도 변했다.
나를 위해 성격도 변했다.

그런 그녀를 위해 나는 아무것도 안 했다.
끝까지 이기적인 사랑을 했다.
사랑을 받기만 했다.


_by puding



사랑받는 사랑을 해보니 내게 다 줬던 그 사람이 부족해 나에게 더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녀가 어떤 상황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보단 내가 싫어하는 걸 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누가 더 사랑하고 덜 사랑하고는 없다. 내가 얼마큼 사랑했는지만 남는다. 최선을 다해 사랑을 줬는지, 나를 위해 적당히 사랑을 줬는지. 결국 사랑을 못 받았다고 느낀다면 그만큼 사랑을 덜 줬을 뿐이다. 그 사람이 사랑받는다고 못 느낀다면 그건 네 잘못이다.


아직도 상대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고 있다면 지금의 사랑을 의심해보길 바란다. 그녀가 정말 날 사랑하냐 의심하고 물어본다면 지금 네 사랑을, 마음을 돌아보길 바란다. 정말 그녀를 위해서 하는 행동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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