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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Jul 08. 2016

사랑하는, 사랑받는 #3

사랑하는 사랑, 이별

사랑하는, 사랑받는 #3

사랑하는 사랑, 이별


우연히 그녀를 만났다. 함께 일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고 그녀에게 먼저 다가갔다. 어떻게 사랑을 표현해야 할지 몰랐던 나에겐 큰 변화였다. 그녀는 내게 큰 맘이 없었던 거 같았다. 그래도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거 같다가는 생각에 그녀에게 고백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세상에 이렇게 나와 딱 맞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고, 연애하기 전부터 이미 그녀에게 푹 빠졌었다. 그녀는 일주일 동안 따라다니던 내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진심이 통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연애를 하게 됐다.


연애를 하면서 누가 더 좋아하고 덜 좋아하는 연애는 없었다. 아니 어떤 연애에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받는 연애에서도 그렇고 사랑하는 연애에서도 그렇다. 그래서 우리의 연애는 큰 문제없이 무난하게 흘러갔다. 그때까진 그렇게 생각하며 연애했다.



그녀는 술을 잘 마셨다.



그녀가 술을 좋아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술을 꽤 잘 마셨다. 술자리가 있으면 함께 갔고 내 친구들과도 꽤 잘 어울렸다. 털털한 성격에 주변에 남자인 친구들이 많아서 성별 관계없이 잘 어울렸다. 질투가 나긴 했지만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설령 술을 좋아해도 설령 술을 잘 마셔도 그녀가 잘할 거라고 믿고 있었기에.  딱히 그녀를 변화하고 싶진 않았다. 그냥 있는 그대로도 좋았고 그녀를 믿고 있었으니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흡연을 했다.



나는 술, 담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녀 역시 흡연하는 걸 알았다. 평생을 함께 하고 싶었던 사람이기에 조금씩 끊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너무 스트레스를 주고 싶진 않았기에 줄였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만 했다. 천천히 조금씩 함께 변해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결혼했을 때, 아이를 낳을 때를 생각하고 더 오래오래 건강하게 함께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담배가 싫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나는 그녀에게 아낌없이 줬다.



그녀를 만났을 때 이런저런 일들이 수습되고 조금씩 풀려나갔다. 그녀도 나에게 많은걸 줬지만 그녀 이상으로 나도 많은걸 그녀에게 줬다. 일 끝나고 피곤해도 돌아가는 길에 꼭 그녀를 한 번씩 만나고 갔고, 맛있는 걸 먹다 생각나면 꼭 조금씩이라도 싸갔다. 밥을 안 먹었다고 하면 그녀를 위해 도시락이라도, 김밥이라도 사갔다. 그렇게 그녀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며 아낌없이 줬다.



연애를 하며 나는 성격도 변했고
가치관도 많이 달라졌다.



그렇게 그녀와 100일 정도 연애를 해왔다. 그녀가 누구와 술을 마시고 누구와 놀아도 질투는 났지만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싫은 내색을 보였겠지만 그만큼 그녀를 믿을 수 있었다. 평생 담배 치는걸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싫어했던 사람이 그 사람에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걱정되는 마음은 있었지만 충분히 기다려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내 가치관과 성격에 맞는 연애를 하려고 애써왔던 거 같다. 하지만 내 마음 다 줘도 부족한 그녀를 만나고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썼다. 운동하는 사람이 좋다는 말에 운동을 시작했고, 먼저 이야기하고 다가왔으면 좋겠다는 말에 그렇게 변하려고 애썼다. 결국 그녀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썼지만 그녀가 원하는 사람이 되지 못했다. 뒤늦게 헤어지고 나니 요즘엔 이런 생각이 들더라. 억지로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보단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 모습을 사랑하게 만들었다면 이렇게 됐을까? 뒤늦은 후회지만 그냥 그렇게 생각해본다.





그녀는 술을 잘 마셨다.
그녀는 담배를 폈다.
그녀는 나와 달랐다.

술을 마셔도 괜찮았다.
담배를 펴도 괜찮았다.
그녀를 위해 나는 변했다.

그녀를 위해 싫어하는 걸 참았다.
그녀를 위해 습관도 변했다.
그녀를 위해 성격도 변했다.

그런 그녀를 위해 내 모든 게 변했다.
그녀를 이해하고 그녀에게 사랑받고 싶었다.
그렇게 내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녀는 내 사랑을 알아줄까?


_by puding



사랑하는 사랑을 해보니 그녀에게 더 잘 보이고 사랑받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싫어하는 걸 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었고 조금씩 변해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끝사랑이라고 생각하며 평생을 함께할 고민만 했다. 하지만 내 진심을 보여주지 못했던 건지 내가 그녀의 성에 안찼던 건지 결국 헤어졌다. 누가 더 사랑하고 덜 사랑하고는 없다. 내가 얼마큼 사랑했는지만 남는다. 최선을 다해 사랑을 줬는지, 나를 위해 적당히 사랑을 줬는지. 결국 사랑을 못 받았다고 느낀다면 그만큼 사랑을 덜 줬을 뿐이다. 그 사람이 사랑받는다고 못 느낀다면 그건 네 잘못이다.


아직도 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그런 내 모습을 좋아할지 의심해보길 바란다. 그녀의 진심이 느껴진다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녀에게 억지로 맞추기보단 진짜 네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녀에게 억지로 맞추는 행동이 정말 그녀를 위해서 하는 행동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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