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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Aug 20. 2016

끝내 하지 못한 말, 너에게

헤어진 사람들을 위한 사랑 보관함#3

내가 그녀에게 말한다.


그녀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 그녀는 누구보다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잘 알고 있었고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알고 대답해줬다. 그렇게 우리의 중요한 대화는 대부분 끝이 났다. 조심스럽게 하나씩 말해주는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했고 거기에 마음이 반응했다. 두근거리기도 했고, 조용해지기도 했고, 쿵쾅거리기도 했다. 사실 정말로 물어보고 싶은 말과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있었지만 하지 못했다. 오늘 그녀를 만났던 내 마음은 그녀를 보고, 그녀가 뭐하는지 궁금하기만 했던 건 아니니깐. 그녀와 다시 만날 수는 없을까 분명히 이런 생각도 했으니깐. 이미 나와 선을 그어버린 그녀의 말에 그녀가 그어준 선 바로 앞까지 가서 딱 멈췄으니깐.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깐.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이렇게 대답해줬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조금은 이기적일 수 있는 말일 수 있지만, 지금의 그녀 옆에 꼭 있어주고 싶었으니깐.



나도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던 만큼 오빠도 쉽진 않겠지,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괜찮아질 거야. 시간이 약이니깐



맞아. 나는 5년 동안 누군가를 기다려보지 않았고,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로 잊을 수 있겠지.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있어. 네가 비록 지금은 여자 친구가 아니지만 내 인생의 큰 부분을 바꿔준 사람 중 하나야. 그런 사람으로 항상 옆에서 지켜주고 잘해주고 싶어. 네가 알진 모르겠지만 나에겐 동갑내기 멘토가 한 명 있어. 넌 나에게 사랑하는 사람이자 그런 존재야. 시간이 지나 이 감정이 식어가고 사라질 수 있겠지만 넌 잊고 싶은 사람이 아니야



그녀는 나한테 자꾸 잊으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그녀의 말이라면 어떤 의미가 있어도 말을 참 잘 들었던 나였지만 그 말에 알겠다고 할 순 없었다. 그녀는 나에게 진짜 사랑이 뭔지 가르쳐준 사람이다. 그리고 내 인생의 가치관부터 모든 걸 변하게 해 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잊을까? 그녀는 지금 내 전부이자 나에게 큰 변화를 준 사람이다. 그렇기에 이 감정이 식어갈 순 있겠지만 잊을 순 없다고 대답했다. 그녀가 잊어달라고 이야기해도 이번엔 고집을 부려봤다. 사실 이렇게 이야기해도 내 감정이 언제 식을지 모르겠다. 1년 동안 한결같이 널 생각했는데 사실 정말 식기는 할까 이런 생각도 든다.





사는 건 타이밍이 정말 중요한 거 같아



이 말에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에 말하고 싶진 않았다. 그 자리에선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어쩌면 그녀에게 나는 그 정도일 수 있으니깐. 정말로 연애도 그렇고 사는 건 타이밍이 중요한 거 같다. 어쩌면 그녀는 내가 아닌 그 사람을 더 잘 만났을 수도 있고 그 사람이 말하는 결혼 상대가 그녀가 될 수 있었을 테니깐. 아마 여러 가지 의미로 나한테 이런 이야기를 한 게 아닐까 싶었다. 그녀가 첫사랑에게 상처를 받고 다가왔던 그 사람이 만약 나였다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를 테니깐, 그런데 타이밍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이 아닐까 싶었다. 아무리 좋은 타이밍에 찾아와도 서로에게 아무 감정이 없었다면? 아무리 좋은 타이밍이 와도 그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결국 타이밍 이전에 실행할 수 있는 용기와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그녀를 찾아왔던 거였으니깐. 물론 타이밍도 중요하다. 지금 내가 그녀를 찾아온 건 좋은 타이밍이 아니었으니깐. 그래도 괜찮다. 아직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니깐. 살면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쫓아다녀봤고 누군가에게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나도 그녀를 만날 수 있는 타이밍을 얻었으니깐. 그녀 역시 나와 헤어진 후 첫사랑을 만난 타이밍을 얻었으니깐. 그건 우연히 찾아오기보단 보이지 않는 노력 속에 있었으니깐.



나는 오빠가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사람이 아니야, 지금은 너무 힘들고 긍정적이지도 않아. 사실 이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포기도 하고 싶고 너무 힘들거든.



이 말에도 다른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으니깐. 그래서 이렇게 그녀에게 이야기해본다. 어쩌면 당장에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치며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니깐.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건 내가 좋아하던 사람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그때 그 사람이 아니니깐 그만 잊어달라는 뜻이었을까? 그런데 그게 중요한가?



미안해. 지금 이렇게 힘들게 지내고 있는 줄 몰랐어. 사실 우리 이렇게 헤어지고 항상 밝은 모습만 봐왔던 나이기에 잘 지내고 있는 줄 알았어. 그래서 마음 한편으로는 밉기도 하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라. 이렇게 힘들게 지내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좋은 사람이 옆에 있다고 이야기를 해줬으니깐 그걸로도 다행이야. 사실 그게 나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고 있지만 말이야. 그런데 내가 널 좋아했던 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도 아니고,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도 아니야. 나도 알고 있어. 내 글을 읽어봤다면 알겠지. 헤어진 이유도 그렇고 나한테 왜 이렇게 매정하게 대했는지 조금은 알고 있었으니깐. 그런데도 네가 밉지 않고 좋았어. 당연하지. 그냥 너이기에 이렇게 사랑했고, 너에게 빠져있는데. 누군가 바라보면 넌 좋은 사람이 아닌 수 있겠지. 그런데 나에게 너는 좋은 사람이고, 나에게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 그렇기에 사랑했고 좋아했던 사람이야. 지금의 넌 내가 생각했던 내가 생각하던 그 사람이 맞아.



목 넘어까지 대답을 할까 하다가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게 맞을까 짧은 시간 동안 수십 번도 더 생각하다 그렇게 그냥 고개를 끄덕인다. 평생 말 못 할 수 있지만 적어도 아직은 할 수 없는 말이니깐. 그렇게 할 수 없었던 말들이 참 많이 있었다.





나에게도 아직 기회가 있을까?



그녀에게 할 수 없었던 말이다. 이렇게 그녀를 만난 이유는 처음 글을 썼던 것처럼 나에게도, 어쩌면, 혹시라도 이런 생각도 가지고 찾아왔으니깐. 그래서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나도 아직 다가갈 기회가 있을까? 다시 널 사랑해도 괜찮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 그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런 타이밍은 분명히 찾아올 테니깐. 그녀를 향한 마음과 용기를 버리지 않으면. 1년이 지난 지금껏 그렇게 믿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믿고 있을 거니깐.



지금은 마지막으로 내년 상반기 승무원을 준비해보려고, 이리 치이고 저기 치이면서 준비하니깐 아무것도 못하겠더라고. 그래서 이번엔 현실의 벽은 한 번쯤 무시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도전해보려고.



그래. 내가 지금껏 봐왔던 사람들, 많이 살아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나이에 비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 강연을 하면서, 사업을 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그런 사람들 중에서 내가 제일 믿을 수 있고 괜찮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바로 너야. 그러니깐 꼭 성공할 거야. 그리고 포기하지 마. 너라면 해낼 수 있으니깐. 이 감정이 언제 식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취업할 때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줘. 자기소개서도 좋고 뭐든 도와줄 수 있으니깐.



어떻게든 보고 싶고 이어지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진 않았지만 이 말은 꼭 해야 했다. 사실 어쩌면 그녀에게 자기소개서라는 연결고리로 나를 보려고 하지 않을까? 이렇게 느껴질 수 있는 말이 될 거 같았지만 그냥 그녀를 도와주고 곁에서 지켜주고 싶었다. 주변에서 나밖에 못 하는 일,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은 꼭 나를 이용했으면 좋겠다. 나를 바꿔준 그런 사람이기에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전부 도와주고 주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진짜 내 속마음은 그녀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조금이라도 연락을 하고 싶다는 걸 표한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마 내가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고 연락할 수 있는 건 6개월이 지나서 나를 필요로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괜찮다. 1년을 기다리고 아파왔는데 6개월쯤은 별거 아니니깐.






그녀와 대화하면서 하고 싶었던 말들, 그리고 목까지 차올랐지만 다시 삼킨 말들이다. 그녀가 나에게 이야기했다. 궁금한 거 있으면 전부 물어보라고. 오늘이 지나면 또 후회할 거고 말해도 후회할 거고 말하지 못해서 또 후회할 테니깐. 하지만 단순히 나에게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 이상의 존재다. 나에겐 정말 소중했기에 내 생각만을 가지고 그녀를 대할 순 없었다. 내 질문이 그녀를 더 아프게 만들 수 있고 나를 더 밉게 만들 수 있었으니깐. 그래도 돌아서 생각해보니 말하지 않는 게 더 좋았던 거 같았다. 그렇기에 오늘 그녀를 찾아갔던 것도 그리고 그녀에게 모든 걸 물어보지 않았던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 그렇게 그녀와 1시간이 넘는 시간의 대화가 끝났다.





내가 너를 만났던 건 그리고 너에게 빠졌던 건 그 어떤 것도 아니야. 우리 처음 만났던 날 기억해?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만났다가 잠깐의 대화를 통해서 너에게 푹 빠졌어. 그땐 네가 긍정적인 것도 몰랐고, 이렇게 열정이 있는 줄도 몰랐어. 그런 너에게 빠졌던걸 생각해보면 그냥 네가 좋아서 이렇게 빠졌던 게 아닐까 싶어.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세상에 존재할까 했는데 나에게 직접 찾아오니깐 믿을 수밖에 없더라고. 사람은 살면서 몇 번의 기적이 일어난다고 해. 그런데 지금껏 살아오면서 너와 나 사이에 일어났던 기적이 지금껏 살아오며 경험했던 기적보다 많았던 거 같아. 너와 나 사이에 일어났던 기적은 말이지. 처음으로 널 만났던 기적, 그땐 나도 정말 힘들어서 아르바이트든 뭐든 해야 할 때였어. 우연히 처음으로 시작했던 알바인데 널 만났고 그걸 끝으로 넌 다른 아르바이를 구했었지. 어떻게 단 한 번의 기회에서 널 붙잡았는지 모르겠어. 두 번째는 네가 날 찾아왔던 기적, 그렇게 먼 거리에 친구를 위로해준다며 신림으로 가던 네가 다시 1시간이 넘는 양재까지 찾아와 소소한 모임에 함께 참여했지. 사실 이렇게 먼 거리를 네가 올 줄은 몰랐어. 그때 얼마나 두근거리고 좋았는지 몰라. 아마 기억날지 모르겠어. 산책하면서 하루 종일 네가 좋다며 따라다니고 네가 좋다며 노래를 불렀지. 세 번째 기적은 대전에서 돌아왔을 때 날 기다리고 있던 너였어.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이게 현실인가 싶더라. 지금도 혹시라도 집에 가는 길에 널 만나지 않을까? 버스를 타고 너의 집 앞을 지나가면 마주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 우리가 서로 만나게 된 날이 이때부터였지. 그날은 하루 만에 두 번의 기적이 일어났던 거 같아. 우리 만나기 전부터 이렇게 4번의 기적이 찾아왔어. 그러니 앞으로 찾아올 기적을 믿고 이렇게 있어도 괜찮겠지?

사실 너와 만나면서 많은 걸 바라고 다가간 게 아니야. 그냥 네가 좋았기 때문에 다가갔고, 뭔가 특별한 걸 하고 싶은 건 아니었어. 퇴근할 때 늦은 밤, 새벽에 얼굴이라도 보는 걸로도 행복했고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 종일 너와 대화하는 걸로도 행복해. 가끔 지치고 힘들 때 서로에게 기대는 걸로도 행복하고, 가끔 시간이 날 때 당일치기로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행복했어. 공부할 게 있으면 함께 카페에서 밤을 새우는 것도 행복했고, 머리 좀 식히자며 같이 심야영화를 보는 걸로도 행복했어. 큰 걸 바라고 거창한 데이트 같은 건 생각하지도 않았어. 그냥 옆에 있고 함께 대화하고 서로를 위해줄 수 있는 그런 걸 그렸는데 그것조차 지금은 할 수 없게 됐네.

괜찮아. 아무리 너를 잊으라고 이야기해도 아무리 멀어지려고 해도 나는 그럴 수 없나 봐. 소소한 것도 좋고 아주 작은 것도 좋아 그냥 함께하고 싶었을 뿐이고 곁에서 지켜보고 지켜주고 싶었을 뿐이야. 그러니깐 잊으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평생을 마음속에 두더라도 네가 아니면 아니니깐. 네 말처럼 시간이 지나고 이 감정이 식을 수도 있겠지. 그리고 정말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깐. 그런데 적어도 지금은 아니야. 아마 내년도 아닐 거 같고, 내후년도 아닐 거 같아. 나도 한 5년쯤 너를 기다려봐도 괜찮을까? 보고 싶다.

그때 너에게 했던 그 약속 기억하니? 언제든 네가 부르면 달려갈 거라고. 그게 지금이 될지라도, 새벽일지라도, 내일이 될지라도, 1년 후가 될지라도 괜찮아. 그 약속 나는 아직 기억하고 있어.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성격이 아닌 것도 알고 스스로 헤쳐나가려는 것도 알아. 그리고 그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그래도 있지 힘든 짐은 둘이 들면 더 가벼워지잖아. 그냥 그 정도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 정도라도 내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말해줘.





여름 감기가 참 독하다고 하더라.
더위도 조심하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의 집 문 앞에.



내가 그녀에게 말한다.
그녀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

사랑해.
보고 싶어.

pm. 8:37


_by pu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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