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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Mar 07. 2017

우리가 했던 그런 사랑

누구나 해봤던 평범한 사랑, 하지만 가장 가슴 아픈 사랑

우리가 했던 그런 사랑은 정말 평범했던 사랑이었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 본 모습에 호감을 가지고 너와의 대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첫 번째 만남에 우리는 가볍게 밥을 먹고 카페를 갔다. 아직은 어색하지만 너와 대화를 하는 게 좋았고 그냥 같이 있는 게 행복했다. 두 번째 만남에는 영화를 보고 너의 손을 잡았다. 설레는 맘 두근거리는 심장에 식은땀이 났지만 세상 누구보다 행복했다. 세 번째, 네 번째 너를 보다 보니 어느덧 우리는 서로 애칭을 부르며 `연인`관계로 성장했다. 그렇게 너와 사랑을 시작했다. 누구나 해봤던 그런 평범한 사랑이 시작됐다.





우리 연애하자, 사랑해



그래,

그 사람이 너무 사랑스러웠고 보고만 있어도 행복했다. 이런 사람을 만나도 될까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사랑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그 사람이 일하는 카페를 찾아가 조용히 옆에서 일을 했다. 시간이 안되면 그 사람이 내가 일하는 곳에 찾아와 조용히 응원을 해줬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보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면서 찾아갔다. 우린 시간이 될 때마다 일주일에 한 번이든, 두 번이든 서로를 만났고 사랑을 나눴다.


쉬는 날이 되면 당연하듯 그 사람을 만났고, 새로운 영화가 나오면 그 사람과 봤다. 그 사람과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만나는 일상이 자연스러워졌고 우리는 서로에게 익숙해졌다. 이제는 그 사람을 안 보는 날이 어색하고, 친구들과 영화 보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익숙함이라는 감정이 나쁜 건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서로의 삶 속에 깊이 녹아있는 거 자체로도 행복했으니깐.



변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조금씩 변해갔다. 아니 그 사람이 조금씩 변해갔다. 나를 만나는 시간도 부족하다며 찾아왔던 그 사람이 이제는 나를 보는 시간보다 친구를 만나고 일하는 시간이 늘었다. 서운하다고 말을 해도 변한 거 같다고 말을 해도 그렇지 않다는 말뿐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그 사람이 무얼 해도 마냥 좋았고 사랑했지만 이제는 소홀해진 마음에 서운함이 커졌다. 그래도 그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다. 사랑하니깐.


한 발 양보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은 조금 편했다. 서운함에 가끔 싸우긴 해도 그 사람을 이해하다 보니 우리 관계는 다시 괜찮아졌다. 어떤 커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서로 조금씩 양보할 수 있는 건 양보하고 배려할 수 있는 건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잠깐 만날 사이가 아닌 평생 함께하고 싶은 사랑을 하는 거니깐. 그렇게 다시 평범한 사랑을 한다.





밉다



어느 날 그 사람이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며 연락이 왔다. 그게 그 날의 마지막 연락이었다. 어디서 뭘 하는지 궁금해 연락했지만 그 사람은 받지 않았다. 그렇게 다음날 오전이 돼서야 연락을 못해 미안하다며 답장이 왔다. 문자를 보니 화가 나기보단 이 사람과 행복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잠깐이지만 이런 생각이 했다는 내 모습을 보니 그 사람이 미워졌다. 나는 이렇게 사랑하고 한결같이 최선을 다하는데, 어째서 내가 다가갈수록 너는 더 멀어지려고만 하는지. 밉다.


하루는 그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요즘 일 때문에 너무 바쁘고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신경을 못써줬다고 한다. 그 사람이 나에게 소홀해진 이유를 처음으로 설명해줬다. 그 사람을 마냥 미워하기만 한 내가 조금은 부끄러워졌다. 그동안 내 감정 다 받아주면서 혼자 끙끙 앓았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그 사람에 대한 작은 오해가 조금은 풀린 거 같았다. 오해가.



오해



예전과 다르다는 걸 느꼈지만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니 서운하기보단 걱정이 됐다. 바쁜 일은 마무리가 잘 됐는지, 집안일은 잘 해결됐는지 궁금했다. 통화할 때마다 괜찮은지 물어보고 만날 때마다 신경 쓰였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하며 그 사람과 연애를 이어갔다. 그리곤 시간이 지나 그 사람이 말한다.





헤어지자



싫어,

다른 세상에 온 것 마냥 심장이 뛰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 혹시나 내가 잘못 들었을까 하는 마음에 그 사람에게 다시 물어본다. "뭐라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지만 그 사람의 대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왜 그러는지 무슨 이유에서 그러는지 물어봤다. 나는 최선을 다해 사랑했고 내 마음 다 줬던 거 같은데 이렇게 헤어지자니. 갑자기 울컥한다.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머리는 하얗게 아무 생각도 안 난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 사람에게 뭐라도 이야기해본다. 그리곤 붙잡아본다.


진심으로 그 사람을 사랑했는데, 이렇게 헤어지는 게 말이 될까? 요즘 일 때문에 바빠서 신경도 제대로 못써주고 집안일 때문에 지쳐서 그만 헤어지고 싶다고 한다. 그 사람이 힘들고 여유가 없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어려운 일이 있을수록 곁에 있고 서로를 보듬어주는 게 연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생각을 그대로 말했고 계속해서 붙잡아봤다. 하지만 결국 그 사람의 마음은 변하지 않고 이렇게 이별을 받아들였다.


집에 도착해 침대에 누우니 눈물이 나온다. 아직도 헤어짐을 실감할 수 없고 눈을 뜨면 그 사람 생각이 난다. 그 사람은 잘 지내고 있을까?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아직도 보고 싶고 붙잡고 싶다. 결국 참지 못하고 그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도 해본다. 받지 않는다. 마음이 뻥 뚫린 듯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손은 부들부들 떨린다. 이런 게 이별이구나. 진심을 다해 사랑했는데 결국 이렇게 이별이 찾아오는구나.



평범한 사랑



누구나 그렇듯 평범하게 사람에게 빠져 평범한 사랑을 했다. 많은 걸 바란 것도 아니고 그냥 오래오래 사랑하길 바라며 그 사람 곁에 있길 바랬을 뿐이다. 남들과 똑같은 그냥 그런 사랑을 원했을 뿐인데, 그런 사랑을 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걸까? 특별함 없는 평범한 사랑이 이렇게 가슴 아플 줄이야.


결국 그 사람의 메신저는 몇일만에 웃는 모습으로 사진이 바뀌고, 낯선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이 프로필로 걸려 있었다.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전화해 뭐라고 해볼까 싶었지만 이제 내가 뭐라고 이러나 싶었다. 계속 마음은 아파왔다.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만한 평범한 사랑, 그리고 그 사랑으로 생긴 평범하지 않은 아픔.


지금쯤 그 사람은 내가 바라던 그런 평범한 사랑을 누군가와 하고 있겠지. 아무렇지 않게.





평범한 사람을 만났고,
평범한 사랑을 했다.

평범한 이별을 했고,
평범한 상처를 받았다.

세상에서 가장 가슴 아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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