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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Jun 20. 2017

뻔한 상상, 착각 Part.2

그럴 줄 알고 있었지만 아니길 바랬다.

그녀에게 푹 빠졌다. 우린 남부럽지 않게 사랑을 나눴다. 그녀에게 내 모든 사랑을 줬고 나 역시 그녀에게 사랑을 받았다. 매일매일이 행복했고 일분일초 온통 그녀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서로` 사랑했다. 아침마다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매일 아침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일어났다. 매일 밤 그녀를 보고 집 가는 버스를 타면 그녀에게 전화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에게 많은걸 받았고 그녀에게 많은걸 주었다. 이런 게 진짜 사랑이구나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그녀와 사소하게 다퉜다. 어쩌다 보니 감정이 격해지고 우린 그렇게 헤어지게 됐다. 사실 그녀를 아직 사랑한다. 내가 그때 그러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 더 잘 만나고 있지 않았을까? 아직도 이렇게 헤어진 이유를 모르겠고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매일 아침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함에 머리론 헤어짐을 생각한다.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한 헤어짐에 심장은 나를 혼자 상상하고 착각하게 만든다.





재회


그 사람을 다시 만났다. 어쩌다 보니 연락이 됐고 그녀를 마주할 수 있게 됐다. 사실 물어보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있었지만 차마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얼마나 오래 기다리고, 얼마나 많이 그리워했는데 그렇게 힘들게 만났는데 작은 실수로 다시 멀어지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특별히 그녀의 안부를 묻는 것 빼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 마디 한 마디 하는 게 신중했고 말을 꺼내기 힘들었지만 그녀는 딱히 그렇지 않았다. 아닌 척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불편함 없이 마주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싶다.


나 역시 괜찮다는 듯 아무렇지 않은 척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고 그녀의 안부를 물었다. 예나 지금이나 똑 부러지는 성격은 똑같았고 열정적인 모습은 보기 좋았다. 조금 변한 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이 조금 안 보이는 정도 딱 그 정도 변한 거 같았다. 시간이 흘렀지만 그녀는 아직도 예뻤고 다시 한번 나를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착각한다


다시 보자고 말을 꺼냈을 때 처음엔 무서웠다. 무슨 말을 할까 이제 정말 다시는 못 보지 않을까 혼자 상상한다. 하지만 그녀를 만나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봤고 여자 친구가 있는지 물어봤다. 어쩌면 다시 그녀와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만났던 저녁시간이 훌쩍 넘어 10시가 다 됐다. 밥도 못 먹고 이렇게 헤어지는 게 아쉽긴 했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그때부터 그렇게 혼자 착각하기 시작했다. "우리 조금 가까워질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그렇게 다시 만난 그녀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아직은 그녀의 눈치를 보며 종종 그녀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마다, 그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있을 때마다 연락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답장해줬고 짧지만 종종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렇게 조금씩 가까워지는 게 아닐까? 혹시 지금 남자 친구가 없으면 조금 더 그녀와 가까워져도 괜찮지 않을까?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이렇게 상상하며 그녀와의 끈을 조금 더 강하게 잡기 시작했다. 내가 느끼는 지금 이 감정이 나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길 바라면서.





뻔한 결과


나 혼자 상상하고 그녀와 다시 가까워졌다고 착각했다. 어쩌면 속으로 알고 있었던 뻔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싶다. 일주일에 1~2번 정말 종종 연락을 했지만 다시 연락하지 말아달라고 그녀가 말한다. 이런저런 이야기와 함께 긴 장문의 글이 왔지만 내 눈에는 딱 그 한 줄밖에 보이지 않았다. 헤어진 사람에게, 나보다 다른 사람이 좋다고 떠나가 버린 그 사람에게 난 또 뭐가 좋다고 이렇게 상상하고 착각하는 걸까. 그 문자를 받고 다시 한번 심장이 뛰면서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를 사랑했던 내 진심이 통했기에 누군가 나를 도와준다 생각했지만 모든 게 내 착각이었다. 이별 아닌 이별을 다시 한번 하게 됐고 그녀의 문자에 답장을 할까 말까 고민했다.


두 번째 이별이라 그런지 잠깐 고민하고 곧장 그녀의 메시지를 지웠다. 어쩌면 나를 힘들게 하는 건 그녀가 아니라 내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사실 이렇게 될걸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물어보지 않아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그녀가 내게 잠깐 보자고 했던 이유도 사실 속으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으면서 혹시나 하는 뻔한 상상과 착각 속에 그녀를 다시 만났다. 그럴 줄 알고 있었지만 아니길 바라면서.


아마 이별 후 다시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한다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사실은 속으로도 안될 걸 알고 있지만 그 사람이 너무 좋아 멀어질 수 없는 마음. 안 좋은 이유로 헤어졌다면 그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면서 모든 걸 다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 상처를 받았지만 다시 한번 그 상처 그대로 돌아온다고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 어쩌면 사랑을 주는 사람이 사랑받는 사람보다 더 마음이 아프고 힘든 건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별한 지 2년이란 시간이 됐고,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땐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이 심장이 뛰었다. 하지만 아직 나는 이런 아픔을 받아들일 준비는 안된 거 같다. 그녀의 말에 답장 할 용기조차 지금은 남아있지 않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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