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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Jul 17. 2017

기억력이 좋은 사람

네가 기억력이 좋았으면 해

하나의 추억이 만들어지면 내 안에 다른 기억이 사라진다고 한다. 그렇기에 사람을 잊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계속해서 기억할 새로운 추억을 쌓아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즐거운 추억이 하나씩 하나씩 쌓이다 보면 결국 지나간 기억은 보이지 않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기억력이 참 안 좋기로 유명했다. 한 번은 과외를 다니며 영어단어를 외우는 숙제를 했었다. 30개의 단어를 일주일 동안 외울 시간을 줬다. 쉬는 시간, 등하굣길에 열심히 외웠다. 그렇게 일주일 후 치렀던 단어 시험에선 고작 3개를 맞았던 적도 있었다. 누구랑 어디를 갔었는지 누구랑 뭐 하고 놀았는지 금방 잊어버리고 헷갈렸다. 그때까지 스스로 기억력이 참 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그 사람을 만났다. 처음 느껴보는 두근 거림에 데이트를 했고 어느새 우린 연인이 됐다. 그녀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부터 그녀가 싫어하는 것 까지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기억력이 참 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에 관한 거라면 기억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떠올랐다. 그렇게 조금씩 그녀를 알아갔고 우리만의 추억을 하나씩 쌓아갔다. 어느덧 그녀의 추억이 다른 추억들을 뒤엎고 잔뜩 쌓였을 때 우린 이별했다.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게 기억력이 안 좋았던 내가 그녀의 추억만큼은 지우지 못한다. 기억하려 해도 기억하지 못했던 내가 이젠 지우려 해도 지울 수 없게 됐다. 시간이 흘러도 아직까지 그녀에 대한 기억은 선명하게 남아있다. 누군가 그러더라 잊고 싶은 추억이 있다면 그 위에 새로운 추억이 쌓일 때까지 더 행복해지라고. 얼마나 더 쌓아야 잊힐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소중했던 추억이 하나씩 지워지길 바란다.



네가 기억력이 좋았으면 좋겠어
우리 추억 쉽게 잊혀지지 않았음 해
함께 쌓은 추억 나 혼자 기억하기엔
너무 쓸쓸하고 외로우니깐,
너에게도 그 추억이 소중했음 하니깐.


_by pu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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