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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Jun 26. 2017

4주간의 기록, 교생실습

4년간의 마무리 교생실습을 준비한다.

해석학, 기하학, 집합론, 교육과정, 교육심리학 등 수십 가지의 과목을 공부하고 교사가 되기 전 처음으로 학생들을 마주한다. 과외나 학원 강사가 아닌 학교에서 아이들을 공식적으로 만나는 자리이자 선생님이 되기 전 생에 첫 제자를 마주하는 자리이다. 교생실습을 통해 선생님의 꿈을 확고히 하는 친구들이 있는 반면에 실습 후 선생님의 꿈을 포기하는 친구들도 꽤 많다. 실제로 교육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배운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실습하는 게 아닌 선생님은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깊은 고민을 하게 되는 시간이다.





대게 4~5월에 이뤄지는 교생실습은 가고 싶은 학교를 스스로 선정하고 실습 신청을 하게 된다. 대학교 근처에 있는 학교나 모교가 아니면 잘 안 받아주지만 그래도 가고 싶은 학교가 있다면 지원을 해볼 수 있다. 혁신 연구부에 교생실습 신청을 하게 되면 중고등학교에서 교사회의를 통하여 가능 여부가 판단되고 발령받게 된다. 그렇게 생에 첫 근무 학교가 정해지게 된다. 실습 신청이 끝나면 사전 오티에 참여하고 실습 일정이 정해지면 일정에 맞춰서 출근하게 된다. 복장이나 규칙, 일정 등은 오티 때 전달받게 되며 학교별로 받는 교육, 수업시연 횟수, 과제 등이 다르게 이뤄져 있다.


첫 발령 때 1 지망에 모교 고등학교를, 2지망에 모교 중학교를 써서 제출했다. 그리곤 고등학교에 전화하고 직접 찾아가 교생 신청서를 제출했다. 처음이기 때문에 당연히 긴장됐고 또 과거부터 교생실습 신청이 많지 않았던 학교이기 때문에 혼자 실습할 줄 알았다. 그렇게 오티 날 학교에 찾아가니 나 외에도 국어, 영어를 담당하는 교생 선생님이 와있었고 그렇게 국, 영, 수 주요 교과목 선생님이 한 달 동안 함께 실습을 하게 됐다. 다들 선생님의 꿈이 깊게 자리 잡고 있었으며 함께 실습을 받을 수 있었기에 긴장이 조금은 풀렸다. 실습 때 만난 선생님들과는 아직도 한 달에 1~2번씩 만나면서 계속 친목을 유지하고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교육, 가치관 등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인지 과목은 다르지만 분명히 잘 맞는 부분이 많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갔던 오티에서 대기하고 있던 두 명의 실습생을 보고 "아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가장 많이 남았다.


학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여학교나 남학교에 대한 환상 등을 생각하며 신청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주변에 실습을 다녀온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자 교생이 남학교를 갔을 때, 남자 교생이 여학교를 갔을 때 가장 힘들고 학생 통제가 어렵다고 한다. 남자 교생이 여학교에 갔을 땐 터치나 훈계, 말 한마디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 때문에 쉽게 통제하기 어렵다고 하고, 여자 교생이 남학교에 갔을 땐 이미 성장한 학생들이 무력을 사용하려 하거나 강하게 나오면 상황을 대처하기 어렵다고 한다. 학교는 본인이 원하는 학교에 실습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래도 가고 싶다고 한다면 딱히 말리진 않는다.


실습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실제로 여자 교생이 남학교에 가서 성추행, 성희롱을 당하고 오는 경우도 있었고, 남자 교생이 여학교에 가서 같은 이유로 고소당하는 경우도 봤다. 남학생들은 짓궂은 장난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당사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고, 여학생의 경우에는 자고 있는데 깨우려고 터치하는 경우에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조금은 과장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실제로 다른 과목 교생 선생님이 이와 같은 이유로 선생님의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유를 떠나서 남학생, 여학생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서 남녀공학으로 실습 신청을 하게 됐다. 나중에 친구의 조언을 듣고 또 한 번 "다행이다" 생각하게 됐다.


학교가 배정되고 실습 허가까지 나면 그때부터 많은 생각이 든다. 내가 과연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아이들과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 긴장도 되지만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많은 상상을 하게 되고 교생실습을 나가게 된다.





교육의 의미


사범대는 선생님의 꿈을 꾸는 학생들이 입학하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취업난, 공무원, 철밥통 등의 인식 변화로 선생님의 꿈이 없이 입학하는 학생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학교를 다니면서 왜 선생님이 되고 싶은지 그 이유에 대한 대답을 전혀 하지 못하는 후배들, 혹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왔다는 후배들도 상당수다. 우리가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하는 데 있어서 청소년 시기는 굉장히 중요한때다. 사범대에 온 목적이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아이들 앞에서 무언가를 할 때는 한 번쯤은 내가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은지 생각했으면 좋겠다.


선생님이란 교과목은 당연히 잘 가르쳐야 한다. 대학교에서 4년이란 시간 동안 교과목에 대하여 그렇게 깊게 파고들었는데 못 가르친다는 건 선생님의 자질 자체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교과목을 잘 가르치기 위한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학원으로 빠지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의 학교는 사실 학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좋은 대학교를 보내면 학교의 인기는 높아지고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은 좋은 대학교를 보내야 하고. 하지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 아이들은 대학교에 가서도 무얼 하고 싶은지 모른 채 공부만 하게 되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나라는 아직 선생님을 뽑는 기준이 잘못된 게 아닐까 고민해본다. 짧게는 대학교가 어떤 곳인지, 길게는 회사가 어떤 곳인지, 사회가 어떤 곳인지 알려주고 학생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들려주는 게 선생님이 아닐까 싶다. 교과목에 대한 연구를 하고 교육학, 전공 공부만 하고 온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과연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어쩌면 진짜 좋은 선생님은 임용고시 준비와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혹은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게끔 도와주고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일 수도.


선생님이란 한자어로만 봐도 먼저 태어난 사람에 불과하고, 교사란 단어 역시 본받고 배우는 사람, 스승이라는 뜻이다. 단순히 수업을 잘하고 공부를 잘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닌 먼저 태어났기 때문에 내 경험을 가르치고, 아이들 앞에서 본받은 사람이 돼야 하며, 그 아이들 역시 누군가에게 본받을 사람이 되도록 지도하는 게 교육의 진짜 의미라고 생각한다. 실습하기 전에 적어도 내가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은지 아이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실습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4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의 실습이지만 이 시간 동안 아이들은 나를 보며 배우고, 나로 하여금 변화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니 대충 시간을 때우고 졸업을 하기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오지 않길 바란다.


오늘부터 5월 총 4주 동안 교생실습을 다녀와 느낀 것들은 써 내려가 보려고 한다. 선생님을 꿈꾸거나, 아직 교생실습을 다녀오지 않은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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