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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Oct 21. 2017

두 번째 눈 맞춤, 변하지 않는 것

똑같은 마음, 똑같은 실수

어느덧 마음을 잡고 그녀와 연락을 안 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혹시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설레발 부리며 연락을 하기도 해봤지만 그냥 내 욕심이라 생각하고 관뒀다. 어떤 이야기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결국 안될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차피 안될 거라 생각하며 스스로 그녀와 가까워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그녀와의 추억이 조금씩 무뎌지고 시간이 흘러 흘러 꽤 괜찮아졌다. 역시 시간이 약인가 보다. 찬란했던 순간들도 결국 행복한 다른 추억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한 순간일 뿐 조금씩 지워질 테니깐. 정말 간혹 페이스북을 통해 그녀의 소식을 듣거나 카카오톡을 보다 한 번씩 지나가는 게 그녀를 본 전부였다. 아니 요즘엔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익숙한 이름으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추석 연휴 잘 보냈어?" 별것도 아닌 그 말 한마디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혹시 잘못 보낸 게 아닐까? 무슨 일 있는 건가? 나름 아무렇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녀에게 먼저 연락이 오니 또 혼자 상상하고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내게 연락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답장을 하기 전 어떻게 보낼까? 뭐라고 보낼까? 거리를 두는 게 좋겠지?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 게 좋겠지? 멍하니 앉아서 고민하다 결국 그녀에게 답장을 보낸다. "잘 지냈지, 너도 연휴 잘 지냈고?" 애써 고민하고 생각해서 보낸다는 답변이 고작 이거다.


서로의 안부를 가볍게 묻고 그녀가 조심스럽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다. 만나서 해야 할 이야기인 거 같다며 먼저 말을 꺼냈다. 평소라면 연락을 주지 않았던 그녀가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할까? 혹시 내가 잘못한 게 있나? 왜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고 하는 걸까? 안부 인사와 다르게 더 많은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모르겠다. 왜 그런 걸까 생각하며 그녀의 페이스북에도 들어가 보고 했지만 아무 일 없이 정말 잘 지내는 모습뿐이기에 예측할 수 없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혼자 해결하려 애쓰던 그녀가 먼저 연락할 정도로 큰일이 있나 보다 생각하며 그녀와 약속을 잡았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으니깐.



두 번째 눈 맞춤



올해 초에 그녀를 만났고, 다시금 시간이 흘러 그녀와 두 번째로 눈을 맞췄다. 나쁘지 않았다. 떨리는 마음도 덜했고 이제는 감정이 많이 진정됐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입은 바짝 마르고 목이 탔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 거겠지? 곧장 밥을 먹으로 식당으로 이동했고 그동안의 안부를 물어보고 조심 스래 그녀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무슨 일 있어?" 바로 대답해주지

않았다. 아니 못한 거 같다. 말하길 주저하는 모습이 보인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이제는 괜찮은데 주저하는 모습에 무언가 힘든 일이 있었구나 싶었다. 밥을 다 먹어갈 때 쯔음 그녀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다.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 무슨 일 때문에 만나자고 했는지 이제 다 알게 됐다.


왜 나와 만나자고 했는지 알 거 같았다. 연락 안 하던 그녀가 연락을 줬던 이유도 알 거 같았다. 그렇게 알고 나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으니깐. 어쩌면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말하기 힘든 일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다. 그녀가 누군가에게 미움받고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건 나 역시 싫으니깐 이런 관계가 다행이라고까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를 만난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녀의 이야기를 부담 없이 들어줄 수 있었고 그녀를 응원하고 도와줄 수 있었다. 그냥 그걸로도 충분했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그녀가 스스로 선택하고 내리는 결정을 따라주고 존중해주려 한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작은 해결 방법과 소소한 응원의 한마디와 함께 우린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혹시나 비가 오지 않을까 데려다줘도 괜찮을까 싶은 마음에 그녀에게 연락해봤지만 딱히 그녀는 그걸 원하는 거 같진 않았다.


한 번 그녀와 마주하고 눈을 맞추니깐 다시금 잊었던 무언가가 계속 떠올랐다. 뭔지 모를 감정, 또 혼자 착각하고 상상하는 게 아닐까 싶다. 아닌 걸 알면서도 그렇게 안 되는 그런 느낌. 묘한 감정을 느끼며 잠이 든다.





변하지 않는 것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그녀 생각이 먼저 났다. 최근에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얼굴을 마주하고 나니 다시 돌아간 게 아닐까 싶었다. 때마침 그녀에게 주기로 했던 선물을 집에 놓고 와 다시 한번 그녀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점심쯤 그녀에게 먼저 연락했다. "어제 주기로 했던 선물 오늘 가져다줄게" 그녀가 사는 곳을 지나칠 일이 있어 그렇게 말하곤 늦은 밤 그녀가 사는 곳으로 향했다. 거의 도착할 때쯤 선물을 주려 그녀에게 연락했다. "10시쯤 맞춰서 도착할 거 같아" 너무 늦은 시간에 할 일이 있다고 나오지 못한다고 답장이 왔다. 돌아가야 할까? 괜히 연락한 게 아닐까? 여러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그녀의 동네에 도착했다. 어떻게 할지 몰라 일단 그녀의 집 앞까지 올라갔다. 문 앞에 한 동안 서있다 그냥 집 앞에 두고 가기로 결심했다. 누가 가져가도 괜찮았고 그냥 이렇게 하고 싶었다. 다른 일 때문에 못 나온다고 그녀가 말했지만 멋대로 문 앞에 두고 미안하다고 메시지를 보낸다. 또한 번 내 멋대로 행동하고 그녀에게 사과한다. 그녀는 괜찮다고 선물 가져갔다고  말했지만 정말로 그녀가 가져간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더 이상 그녀에게 연락하면 안 될 거 같았다. 더 이상 답장할 수도 연락할 수도 없었다.


오랜만에 들린 그녀의 동네, 건물도 많이 올라가고 옆길엔 작은 터널도 하나 뚫렸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번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걷다 보니 항상 마지막은 놀이터였다. 시간이 흘러 조금씩 변화한 동네였지만 그곳에서도 역시 그 놀이터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반복되는 실수에 후회하며 두근거리는 마음 진정시키려 작년 이맘때쯤 이야기했던 놀이터에 앉았다. 그렇게 30분, 1시간 그네에 앉아 그녀를 생각했고, 막차가 찾아올 때쯤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그냥 보기만 해도 너무 좋았다. 그 사람이 너무 좋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 여전히 예뻤고 보기만 해도 떨린다. 마음은 이렇지만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 사람 곁엔 좋은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은 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다. 스스로도 통제가 안되니깐.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멀리해야 한다. 이것만큼 가슴 아픈 일이 있을까?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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