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니깐 그런 거야, 사랑하니깐 그런 거야?
신입생이었던 나는 꿈에 그리던 대학생활을 생각하며 동아리에 들어갔다. 당연히 처음 해보는 대학생활 모든 게 낯설고 어려웠지만 다행히 좋은 곳에 소속돼 선배들이 친절하게 알려줬다. 함께 모여 밤새고 공모전도 나가고 누구보다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은 그 공간에서 유독 나를 많이 챙겨준 그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의 키는 나보다 조금 크고 평범한 외모였지만 좋은 성격 덕에 선후배에게 인기가 유독 많았다. 어쩌면 나 역시 그런 모습에 그 사람이 좋았던 거 같다. 그 사람 역시 밝은 내 모습이 좋았다고 한다. 한 학기가 끝나갈 무렵 우린 연인 사이가 됐고 하루하루 행복한 날을 보냈다.
봄이 찾아왔다.
방학을 했지만 집으로 가지 않았다. 그 사람과 함께 있는 게 좋았고 내 삶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좋았다. 계속 대학교에 남아 데이트도 하고 공모전도 하고, 여러 가지 대외활동도 했다. 그 사람과 함께. 처음 해보는 연애였지만 어색함도 어려움도 없었다. 그 사람 역시 나에게 최선을 다해주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 조금씩 천천히 그 사람과 손을 잡았고, 늦은 밤 집 앞에서 헤어질 때면 달콤한 키스까지 했다. 아직은 모든 스킵십이 두근거리고 떨렸지만 기분은 좋았다. 수줍지만 행복한 연애를 했다.
100일,
어느덧 우리가 함께한 지 100일이 됐다. 다시 개강하고 축제 기간과 함께 100일이 찾아왔다. 그 사람은 나에게 작은 인형과 편지, 액세서리를 선물해줬다. 평소에 종종 내가 가지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것들이다. 스치듯 이야기했던 선물을 준비해왔기에 얼마나 나에게 신경 써주는지 느낄 수 있었다. 연애도 처음이고 무엇을 해줘야 할지 몰랐지만 그 사람처럼 나 역시 그이가 원하던걸 해주기로 결심한다. 종종 같이 있고 싶다고 이야기해줬던 그 사람을 위해, 아직은 모든 게 어색하지만 날 믿어주고 내가 믿을 수 있던 그였기에 오늘만큼은 함께 밤을 지내기로 한다. 그 사람 역시 함께 있는 게 좋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줬기에 오늘 밤 우린 근처 모텔로 향했다.
난생 처음 들어간 모텔이라 그런지 들어가자마자 어색했다. 둘이 함께 데이트하는 건 익숙했지만 이렇게 같이 잠을 자려고 오는 건 처음이었으니깐. 그 사람 먼저 씻고 나왔고, 그 후에 내가 씻고 나왔다. 마음의 준비가 안됐기에 그 사람 역시 나를 안심시켰고 나도 아무 일 없을 거라 믿으며 그 사람과 함께 침대에 누웠다. 많이 낯설고 어색했지만 그 사람의 팔베개가 좋았고 다음날 아침까지 이렇게 같이 있을 생각에 행복했다. 씻고 나와 가운만 걸친 채 그의 품에 안기다 보니 살갗이 닿기 시작하고 그 사람의 체온을 느끼기 시작한다.
팔베개를 해주고 허리를 감싸주며 키스를 건넨다. 그렇게 그의 손길은 허리에서 얼굴로, 얼굴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허벅지로, 그렇게 은밀한 부분까지 내려간다. 묘한 기분이 들어 그 사람에게 싫다는 표현을 했다. 그래도 그 사람의 손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괜찮아 우리 사랑하잖아. 아무것도 안 할 거야 그냥 손만 대는 건데 뭐 어때" 누군가 함께 밤을 보내는 건 처음이었기에 그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묘한 기분과 분위기에 취해 그 사람을 내 몸을 더듬고 온몸에 키스하기 시작한다.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싫지는 않았다. 모든 커플이 다 이렇겠지 생각하며 누워있었다.
섹스
시간이 흘러 몸이 조금씩 달아오른다. 피곤했지만 그 사람의 손 와 입은 멈출 줄 몰랐고 날 계속해서 더듬었다. 그렇게 내 다리를 벌렸고 이상하게 저항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 사람은 내 위에 올라와 허락하지 않았던 관계를 하고자 삽입하려 한다. 마음의 준비가 안됐기에 하지 말라며 약하게 그 사람을 밀었다. 괜찮다며 기분 좋지 않냐며 말하곤 나를 계속 설득한다. 분위기 때문인지 나 역시 그 사람과의 관계를 믿었는지 모르겠다. 콘돔도 끼지 않고 무작정 하려는 그에게 콘돔을 끼자고 이야기했다. 밖에다 사정할 거라며 안 껴도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그래도 싫다고 강하게 이야기했지만 괜찮다며 계속해서 나를 설득했다. 어차피 한 번인데 설마 하는 생각에 다음부턴 꼭 끼자는 약속과 함께 내 몸을 허락했다. 사실 이러고 싶진 않았지만 그 사람의 계속된 애무와 하고 싶다고 조르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허락하게 됐다. 처음이라 그런지 아팠다. 피도 나고 기분도 이상했다. 그래도 처음 느껴보는 느낌과 그 사람이 좋아하는 모습에 만족하며 내 첫 경험을 그렇게 끝났다. 기분이 찜찜했지만 다음날 어느 때보다 밝은 그 사람 모습에 괜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변화
섹스를 한 후부터 그 사람의 많은 게 변했다. 매일같이 자러 가자며 조르기 시작했고 평소에 챙겨주던 것들을 이제는 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먼저 챙겨줬기에 당연하기보단 고마움을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갑자기 변화한 모습을 모니 서운함이 생겼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않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갑자기 싸우는 횟수가 많아지고 다른 여자 후배와 가깝게 지내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화를 내면 그냥 후배라며 넘어가는 게 일상이었다. 그 사람은 내가 더 집착하고 예민해진 거 같다고 말한다. 항상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그 사람과 다투면 내가 지고 먼저 사과한다. 싸운 후 화해를 할 때마다 그 사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우린 섹스를 했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넘겼다. 그래도 그 사람을 사랑하니깐 이해할 수 있었고, 싸우지 않을 땐 누구보다 내게 좋은 사람이었기에 함께 할 수 있었다.
마지막 섹스를 하고 3주가 지났을까? 평소에 주기가 딱딱 맞았던 생리를 하지 않아 걱정과 함께 별에 별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요즘 학점이랑 잦은 다툼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생리주기가 변한 게 아닐까 걱정하며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해봤다. 두 줄, 아무리 다시 검사해도 두 줄이 나왔다. 꼭 피임을 하자는 약속과 다르게 콘돔 없이 섹스를 하는 게 익숙해졌던 나와 그 사람, 결국 20살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게 됐다.
두 줄
사랑하니깐, 괜찮다며 했던 잠자리
사랑하니깐, 괜찮다며 했던 섹스
사랑하니깐, 괜찮다던 그 사람
사랑하니깐
사랑하니깐, 한마디에 모든 걸 허락했던 나
사랑하니깐, 하지 말자던 콘돔
사랑하니깐, 책임진다던 너
합의하에 했으니 발뺌하는 너
어디까지나 사랑, 섹스는 연인 두 명 모두의 합의하에 해야 하며, 서로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건강한 사랑을 위한 피임은 필수다. 만약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술, 분위기를 이용해 억지로 섹스를 하거나 괜찮다며 강압적으로 콘돔 없이 섹스를 하는 것 역시 데이트 폭력에 속한다. 강한 거절도 중요하지만 조금이나마 싫은 표현을 한다면 그건 좋지만 내숭을 부리는 게 아닌 상대의 기분이 상할까 봐 걱정하며 표현한 거절일 거다. 잠깐의 스릴과 짜릿함을 위해 희생해야 할 필요도 없으며 반강제적인 데이트 폭력을 가하는 사람을 만날 이유도 없다. 사랑이란 이름 아래에, 사랑하니깐 괜찮다고 전부 용서가 되는 건 있을 수 없다. 섹스가 절대 나쁜 게 아니다. 책임지지 못할 상황을 만들고 상대가 원하지 않는 강압적인 관계가 나쁠 뿐. 진정 나를 위해주는 사람이라면 내 의사를 존중해주고 나를 배려해줄 거다. 사랑하니깐 그럴 수 있는지, 사랑하니깐 정말 괜찮은지 한 번쯤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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