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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Jan 08. 2018

나 사랑해? 당연하지

당연해져 버린 우리 사랑

어느덧 연애한 지 1년, 2년이 넘고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애초에 무뚝뚝한 사람이었기에 표현이 적은 건 이해를 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표현에 더 소홀해진다. 사실 연애 초반에는 이런 문제 때문에 굉장히 많이 싸우던 우리였다. 무뚝뚝하지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해주길 바랬고, 조금이라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랬다. 그 사람은 그런 게 익숙하지 않다는 말만 계속한다. 계속되는 다툼과 싸움 끝에 우리는 서로 이해하고 노력하기로 한다.



나 사랑해?



그 사람에게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꼈기에 하는 질문이 아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이렇게 연애하고 함께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기댈 수 있으니깐.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그 사람에게 직접 확인을 받고 싶어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다. 나도 알고 있지만 그냥 확인받고 싶어서. 딱 그 정도의 질문이다. 그 사람을 독촉하거나 의심해서 하는 질문 역시 아니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듣기 좋은 말이 있을까? 그냥 그 사람 입에서 사랑을 듣고 싶었을 뿐이고, 그 사람의 표현 속에서 소중함을 느끼고 싶었다.



당연하지



그 말에 그 사람은 당연하다는 말 뿐이다. 어쩌면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는 게 당연한 일이 된 것처럼, 그 사람도 내가 사랑하는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겁난다. 함께 노력하고 표현해야 알 수 있는 우리인데 가장 중요한 감정조차도 당연한 게 돼버린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우리는 사랑하기 전부터 서로 다른 사람이었고, 죽을 때까지 다른 사람이다. 그 사람의 감정을 내가 알 수 없는 것처럼 그 사람 역시 내 감정을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당연한 문제로도 싸우고 다투는 거니깐. 그런 그 사람의 대답과 표현에 불만이 있는 내가 잘못된 걸까?


그 사람은 표현을 잘 못하니깐 물어보지 말라고 한다. 물어봐도 당연하다고만 대답할 뿐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다. 아니 오히려 말해달라고 이야기하면 짜증을 낸다. 사랑을 나누고 말하는 일인데 그 단어 때문에 싸우게 된다.





당연한 사랑,
당연하지 않은 우리



그 사람에게 우리의 사랑은 참 당연한 이야기가 됐다. 우리가 혹시라도 헤어지게 된다면 그때도 당연하다고 이야기를 할까? 아니,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는 우리의 관계는 당연하지 않다. 애초에 서로의 노력이 없었으면 이뤄지지도, 이렇게 유지되지도 않았을 사랑이다. 그런 노력을 당연하다는 말로 아무렇지 않게 바꿔버렸다.



표현하지 않으면 결국 아닌 게 아닐까?



표현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도, 아무것도 모른다.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 그냥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해주길 바랄 뿐인데 표현을 잘 못한다는 말만 반복할 뿐 끝까지 입을 열진 않는다. 말하지 않는 그 사람을 보고 가끔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가 싶기도 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표현을 바랄 뿐인데 그 표현을 거부하니 그렇게 느껴지게 된다. 항상 만나서 데이트를 하고, 얼굴을 바라보며 대화할 땐 그 사람의 사랑이 깊이 느껴지고 진심이 느껴지는데 가끔 이럴 때 보면 그것도 잠깐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쁜 걸 부탁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의심하기 때문에 하는 말도 아니다. 그 사람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을 뿐이다. 어쩌면 당연하지 않기에 듣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의 관계가 그리고 내가 널 사랑하는 것, 네가 날 사랑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에 어떤 일도 당연한 건 없으니깐. 혹시나 당연한 일이 있더라도 말하지 않으면 모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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