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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Feb 26. 2016

배려라 쓰고 핑계라 읽는다

한 끗 차이의 배려와 핑계



오늘은 친구와 만나 잠깐 놀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나는 그녀에게 꾸준히 연락했고 그녀가 걱정하지 않도록 뭘 할지 이야기를 했다. 그런 그녀에게 친구와 만났다고 전화를 했고 그녀는 피곤할 테니 밥 먹고 일찍 들어가서 쉬라고 이야기하며 이제 잠들 거라고 말했다. 나는 그녀에게 알겠다고 이야기하고 그녀와 통화를 끝냈고 친구를 만나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의 합류로 만남은 길어졌고 결국엔 다음날 아침에 집으로 들어갔다. 혹시라도 그녀가 깰까 봐 나는 늦은 새벽에 연락할 수 없었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 그녀에게 연락했다. 피곤한 그녀가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배려했지만 그녀는 내 배려를 몰라주는 건지 도리어 나에게 화를 냈다.



그녀


그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 일도 늦게 끝나 피곤할 텐데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한다. 조금은 늦은 시간이지만 그를 믿기에 재미있게 놀다가 일찍 들어가라고 말했고 피곤하니 먼저 잔다고 했다. 그렇게 잠이 들었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그에게 연락이 왔나 확인했다. 하지만 자는 동안 그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 이제 들어간다고 문자가 왔다. 나에게 전화로 밥만 간단하게 먹고 들어간다고 이야기해놓고 왜 이 시간에 들어간 걸까. 그동안 도대체 뭘 하고 논거고 어떤 일이 있었기에 연락하지 않았던 걸까? 그런 그에게 왜 연락을 안 했는지 물어봤지만 내가 잠들었다는 이유로 날 배려한다는 핑계를 대며 연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가 일 때문에 지방까지 다녀왔다. 피곤하고 힘든 그녀였지만 돌아오는 날 같이 밥을 먹자고 먼저 이야기를 해줬다. 짐도 들어주고 같이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녀를 만났고 짐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짐을 주지 않았고 밥을 다 먹은 후 주겠다고 약속했다. 빕스에서 그녀와 밥을 먹고 거기에서 일하는 동생을 잠깐 만났다. 연애를 하면서 처음으로 상대방의 가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날이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밖으로 나와 다시 그녀에게 짐을 달라고 했다. 사소한 약속이고 사랑싸움이지만 그녀는 짐을 주지 않았고 나는 거기에 삐진 척 안 좋은 표정을 보였다. 그런 표정을 본 그녀는 내 표정에 불만을 가졌고 혼자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갑작스러운 그녀의 태도에 당황했고 그녀에게 아무 말도  못 하고 집까지 따라갔다.



그녀


오늘은 대구에서 일이 끝나 서울로 오는 날이다. 피곤하지만 그와 만나 함께 밥을 먹고 싶어 연락했다. 내가 도착하는 곳까지 그가 나왔고 짐을 달라는 그의 말에 부담을 주기 싫어 내가 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끝까지 짐을 달라는 그였기에 밥을 먹고 짐을 주겠다고 말한 뒤 함께 밥을 먹으러 갔다. 밥 먹는 곳에서 일을 하는 동생을 소개해주고 함께 대화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데이트가 끝나고 밖으로 나와 집으로 향했다. 그런 게 아까 했던 약속이 생갔났던 그는 나에게 짐을 달라고 했지만 나는 그에게 주지 않았다. 그는 나에게 서운한 표정을 지었고 매번 아무 일도 아니라며 그런 표정을 짓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화가 나서 그를 뒤로하고 집으로 걸어왔다. 나를 계속 따라왔지만 그는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결국엔 집까지 그와 함께 조용히 걸어왔다.






지금까지 연애를 돌이켜보면 이런 사소한 일들이 굉장히 많이 일어났다. 나름대로 배려라고 생각하고 그녀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또 그녀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잠을 자고 있다고 연락을 하지 않았던 건 배려가 아니고 핑계다. 이전에 썼던 글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연락은 서로에게 집착하는 수단이 아닌 서로를 생각하며 믿음을 주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믿음을 져버리고 다음날이 돼서 연락을 했던 그는 그녀 입장에서 보면 연인 간의 배려가 없는 이기적인 사람인 거다. 꼭 연락이나 전화에 비유하는 건 아니다. 그냥 사소한 이유로 그녀를 혹은 그를 배려한다는 핑계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거나 말해야 할 걸 숨기고 있진 않나 생각해보자.


서로를 위한다고 짐을 들어주는 과정에서 서로의 감정이 상했다. 어쩌면 그녀는 배려를 위해 거짓말을 했고, 그는 그 일에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다. 물론 그녀의 기분이 상했을 때 그 자리에서 풀어가야 하는 게 맞지만 그전에 이런 다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을 거다. 배려라는 이름으로 했던 행동들이 결국엔 핑계가 되고 감정이 상하게 된다.


 두 가지 경험을 되돌아보며 많은 걸 느끼게 됐다. 상대를 배려한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 혼자만의 이기적인 생각이다. 진짜 배려는 상대방을 생각하고 입장을 바꿔보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연애는 남자와 여자 둘이서 하는 사랑의 또다른 이름이다. 그런 만큼 나 혼자만을 생각하지 않고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한 번쯤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고민해보는 게 어떨까?



단 한 번이라도 그대를 생각했다면
이런 다툼도 사랑으로 바뀌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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