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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Feb 25. 2016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 초속 5cm

서로에게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시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cm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의 제목인 초속 5cm는 정신적 아름다움, 정신적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라고 한다. 벚꽃이 떨어지는 초속 5cm는 그렇게 빠른 속도는 아니다. 눈으로 보면 움직이는 게 보이는 그런 작은 움직임이다. 이 영화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와 사람과 사람이 멀어지는 작은 변화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이 글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아직 초속 5cm를 보지 못했다면 영화를 본 후 글을 읽길 바란다.






첫사랑에 대한 기억
아름다운 기다림



영화의 시작은 어린 시절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함께 초등학교를 다니는 둘은 첫 만남부터 닮은 점이 많고 서로를 인연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중학교로 진학하며 이사를 가야 했던 그녀와 멀리 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그녀와 멀어지나 했지만 중학교에 진학하고 6개월 후 그녀에게 편지가 오고 편지를 통해 다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친해지기 시작한다. 또다시 6개월이 지나고 그는 그녀가 사는 곳까지 찾아간다. 약속한 시간 7시에 맞춰 그녀에게 가기 위한 기차를 탔지만, 하필이면 그녀를 만나러 가는 그 날 폭 설로인 해 기차가 연착된다. 결국 4시간이 더 지난 11시에 그녀가 사는 역에 도착한다. 4시간이나 늦었지만 그는 `아직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보다 그녈 위한 생각을 한다. 추운 겨울 폭설까지 내리는 날씨에 4시간이 넘도록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그를 기다리는 게 아닌 따뜻한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4시간을 늦게 약속 장소에 도착했고,
그는 그녀를 만났다.



결국 그녀는 역에서 그가 오기까지 기다리고 둘은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며 1부가 끝났다. 여기서 굉장히 많은 걸 느끼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필자도 그녀와의 첫 연애의 시작은 초속 5cm의 두 주인공과 같은 만남을 가졌다. 처음 대전에 출장을 갔을 때 저녁 10시쯤 서울에 도착하면 그녀를 잠깐 만나고 집으로 갈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날 대전 미팅은 굉장히 길어지고 결국 서울에는 새벽 2시에 도착하게 됐다. 늦은 시간이라 지하철도 버스도 다니지 않았다.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 첫차까지 터미널에서 뭐하며 기다릴까 고민을 했지만, 터미널에 도착하고 그런 고민이 쓸모없다는 걸 알았다. 10시쯤 서울로 도착해서 잠깐 보기로 했던 그녀가 새벽 2시가 넘어가는 그 시간에 대전에서 오는 날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그때 그녀에게 너무 미안했고 너무 고마웠다. 하지만 기다리면서 그녀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날 보고 그녀가 어떤 마음이었을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초속 5cm라는 영화를 보며 기다리는 그녀의 생각을 공감할 수 있었고 뒤늦게 생각하지만 그땐 그랬구나 생각할 수 있었다.






사랑을 약속한 사람도
언젠가는 멀어지고



그렇게 1부가 끝나고 2부에서는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의 시점에서 주인공을 바라보는 이야기로 구성됐다. 연락할 수 없는 그녀를 생각하고 여운을 느끼지만 결국에는 그녀가 없는 곳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성장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1부에서는 평생 함께하고 아무리 멀어져도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거 같은 두 사람이 2부에서는 서로를 찾기보다는 그때를 추억하며 자신의 삶을 산다. 만약 연애를 하고 헤어진 연인이라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상상한다. 아무리 헤어지고 힘들어한다고 해도 지금 나는 내 일에 집중하고 미래를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추억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니 굉장히 슬펐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조금은 공감됐다.






멀어지는 사랑은 점점 익숙해지고
스스로의 삶을 찾아간다.



마지막으로 3부가 이어졌고 3부에서 또 다른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다. 3부에서는 현실에서 완전히 잊힌 그녀와 그의 이야기로 이뤄졌다. 어른이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둘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녀는 약혼하고 결혼까지 준비를 하는 반면에 그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목적 없이 살아가게 된다. 그런 모습을 보면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마지막에 우연히 기차 건널목에서 둘은 스쳐 지나가고 서로를 알아보진 못했지만 그는 그녀라고 직감했고 그렇게 영화가 끝났다.






영화는 대략적으로 이렇게 마무리가 된다. 영화를 본다면 그 풍경과 상황에 계속 감정을 이입하게 되고 몰입해서 보게 된다. 초속 5cm는 빠른 속도는 아니다 그렇기에 당장에 눈앞에서는 얼마나 멀어졌는지 얼마나 움직였는지 알기 힘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5cm의 거리는 쌓이고 쌓여 멀어지고 더 이상 닿을 수 없게 된다. 1부에서 3부까지 가는 내용은 초속 5cm씩 서로 멀어지는 모습을 그린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많은 걸 느꼈다. 그중 하나가 평생을 함께하는 인연이라고 느끼는 사람도 결국엔 멀어지고 함께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누가 봐도 인연이라고 느끼고 서로는 더더욱 그렇게 느꼈을 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고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 평생이라는 단어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단어라고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정말로 `인연`이라면 어떤 일을 하든 어떤 길을 걷든 다시 만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 역시 지금은 헤어진 그녀 생각에 어쩔 줄 모르겠고 굉장히 힘들다. 또한 이 사람을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잊기 싫다는 마음도 굉장히 강하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만약 그녀와 인연이라면 그녀와 다시 만날 테고 아니라면 각자의 삶 속에서 행복을 찾지 않을까?


서로에게 다가가는, 멀어지는 시간도 초속 5cm만큼 느리다. 그렇기에 한 번 다가갔던 그녀와 신뢰가 깨져 멀어진다면 다시 그녀에게 원래 거리만큼 다가가기 위해서는 상상 이상으로 노력해야 하고, 그녀와 헤어지거나 멀어졌다면 그녀에게 많은 시간을 들여 조금씩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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