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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Mar 05. 2016

예전과 같아질 수 있을까?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면 그때 그 감정 그대로일까?



헤어진 직후 그녀를 다시 붙잡을 수 있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예전보다 더 좋을 거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녀에게 매달리고 붙잡아보려 노력했지만 한 번 마음이 떠난 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반년이 지나 지금은 예전처럼 그녀에게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한 번 헤어지고 다시 붙잡는다면 분명 누군가는 먼저 양보하고 배려해야 한다. 그녀와 내가 같은 감정을 가지고 동시에 `다시 만나고 싶어`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 누군가는 분명 지고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연애에는 이기고 지는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이상 배려나 양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한쪽이 양보를 하고 져서 들어간다면 그리고 그렇게 다시 그녀와 연애를 시작한다면 예전과 같아질 수 있을까?





만약 그녀도 당신을 사랑한다면 예전처럼 예전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 번 더 기회를 줘보자는 느낌으로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다시 시작한다면 함께 벚꽃도 보러 가고 데이트도 하며 맛집도 다니며 연애를 즐길 거다. 하지만 만약에 연애를 하다 그녀가 혹시나 나에게 실망한다면 그녀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물론 내가 배려하지 못해서 생겨난 다툼이나 실수라면 먼저 그녀에게 다가가 사과를 해야 하지만 정말 그걸로 된 걸까 생각한다. 나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그녀의 연애에서 한 번 더 실수로 그녀와 싸우게 된다면 그녀는 헤어지고 다시 연애를 시작한 그때를 떠올릴 거 같다. 그렇다면 두 번 다시는 다툼이나 실수가 없도록 나는 더 신경을 쓸 테고 그렇게 모든 걸 그녀에게 맞춘 가식적인 연애를 이어나가게 될 거다.


반대로 죽어도 헤어질 수 없고 떠날 수 없는 그녀가 배려를 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할까? 그 자리에서 그녀에게 화를 내며 내 입장을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녀가 어떤 잘못을 하고 내가 아무리 기분이 상해도 그걸 감추고 그녀를 용서하려 할 거다. 내가 어디까지 용서하고 그녀에게 져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꽤 심한 잘못을 했더라도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헤어지고 다시 연애를 시작한 그때를 떠올리며.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런 연애가 계속된다면 과연 그녀와 평생을 함께할 수 있을까? 그녀는 이런 내 행동에 점점 익숙해질 거고, 나는 점점 지쳐 그녀와 멀어지게 될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힘들게 다시 시작한 연애에서 그녀와 싸우고 다툴 순 없으니까.


연애는 갑과 을이 없고 누가 더 사랑하냐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내가 배려하고 져준다고 한들 을 입장으로 연애를 이어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헤어지고 다시 만난 사랑은 그녀가 `사랑`이 아닌 다른 감정으로 날 만나고 있다면 을입장에서 그녀를 사랑해야 한다.


그런 사랑으로 과연 예전과 같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할 거 같아 두렵고 그러지 못할 거라 생각하기에 다시 시작하기도 두렵다.




헤어진 사람과의 사랑은 하얀 도화지가 아닌 구겨진 도화지에 사랑을 그려야 하는 만큼 예쁜 사랑이 그려지지 않을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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