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uding Mar 08. 2016

나를 그려준 건 언제나 그랬다

스스로 그리지 못한 나의 모습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동네 친구들과 놀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 종일 맘껏 놀고 집으로 돌아간 그날 부모님은 싸우고 계셨다. 우리 가족은 그날 그렇게 갈라졌다. 그때부터였을까 내 미래를 가족을 위해 그리기 시작했던 게. 그날부터 나는 내 꿈보다는 가족과 부모님이 원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공부를 썩 잘하진 않았지만 수학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렇게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에 입학하게 됐을 때 보통의 가정과 많이 다르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한 반에서 한부모 가정은 한 두 명 정도가 고작이었고 그중에 하나가 나였다. 그렇게 어머니 혼자 동생과 나를 키우셨다. 어느 날은 급식비가 없어 하루하루 버스비를 받아 학교까지 걸어가며 점심을 사 먹었던 적이 있었다. 왕복 3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걸어 다니며 조금씩 아껴둔 버스비로 매점에서 끼니를 때웠다. 그런 모습을 본 선생님은 나를 불러 한 달 동안 밥을 먹을 수 있는 식권을 주셨고 그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수학과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수학선생님이라는 구체적인 꿈을 꾸기 시작했다.


지금은 내가 정말 잘하고 원해서 만들어진 꿈인가 의심하며 다른 길도 가보고 있지만 그 당시 나는 수학선생님은 내가 좋아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내가 원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여기저기 이사도 다니면서 어려운 생활을 했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공부하며 원하던 수학교육과에 입학하게 됐다. 그래도 국가장학금 받아가며 1학년을 무사히 보내고 군대도 잘 다녀왔다. 하지만 2학년이 되고 내 성격과 가치관은 180도 변하게 됐다. 한 번도 선생님이 아닌 다른 길을 생각해본 적도 없던 내가 무슨 영문인지 그동안 존경하고 좋아했던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회의감을 느끼게 됐다. 그렇게 나는 휴학을 하게 되고 취업이라는 길에 발을 들이게 됐다. 대외활동부터 인턴, 알바 등 다양한 일을 경험하게 됐고 살면서 처음으로 스스로를 하고 싶은 위해 살아봤던 경험이다.


이런 결정을 하고 나선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선생님처럼 좋은 직업을 놔두고 왜 어려운 길을 가냐, 공무원은 철밥통인데 왜 취업을 준비하냐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은 취업도 아니고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주변에서는 더 걱정하고 경제적, 시간적 여유도 훨씬 없다. 하지만 물질적으로 행복하다고 내 삶과 인생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어린 시절엔 어른들의 말을 듣고 부모님의 말이 다 맞다고 생각하고 살아왔지만 그랬던 시절에 스스로에게 성취감을 느껴본 적은 거의 없었던 거 같다. 적어도 지금은 심적으로 어느 때보다 풍족하고 만족하고 있다.





취업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또 하고 싶은걸 빨리 찾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꿈 역시 강요가 아니라 한 번쯤 내가 해보지 못한 일을 경험하면서 만들어지고 그리고 그 과정은 내 속도에 맞춰 천천히 나아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꿈을 찾으라고 강요하고 싶진 않지만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남이 그려준 내 모습이 마음에 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내 모습은 내가 그리면서 살아 보자.
어차피 후회할 거 남 탓하며 핑계 대는 것보다
내 선택에 값진 경험을 얻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부모님이, 사회가 원하는 길로 가서 결국에 행복하지 못했다면 다른 사람들의 핑계를 대며 행복하지 못함에 후회하겠지만 스스로 선택하고 원하는 일을 한다면 나중에 후회할지라도 적어도 지금 당장은 내 선택에 행복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행복감에서 많은 걸 얻을 수 있으니까. 10년을 꿨던 선생님이라는 꿈을 다른 꿈으로 바꿀 때 인생이 크게 변할까 두렵고 무서웠다. 하지만 10년 동안 바라본 목표를 놓고 다른 꿈을 꾼다고 내 인생이 망하지 않았고 지금은 잘만 살고 있다.


하얀 도화지에 인생을 그린다면 무엇을 그릴지, 어떻게 그릴지, 어떤 색을 쓸지는 스스로 정해라. 그렇게 그림을 그리다 부족하면 그때 나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에게 인생을 어떻게 그리면 좋을지 조언을 받는 거다. 미숙한 실력일지라도 그렇게 스스로 그리다 보면 완성됐을 때 내가 원하는 그림이 꽤 그럴싸하게 완성돼 있을 거다.


넌 언제나 잘할 수 있을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