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면 타던 버스

생각 없이 탔던 버스도 이제는 그녀는 추억하고

by pu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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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냥 그랬다. 출근을 하고 외출을 하고 누군가를 만날 때 탔던 그냥 평범했던 버스. 버스를 타면 아무 생각 없이 창 밖만 보고 정류장을 지나갔다. 그런데 언제부터 버스만 타면 그녀 생각이 난다. 집 바로 앞까지 오는 504번 버스를 타고 그녀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그녀 집 바로 앞까지 도착한다. 참고 참고 또 참아봐도 일상 속에 그녀와 추억이 숨어있다. 그 버스에 이름까지 붙일 정도로 쉽게 잊을 수 없는 그런 버스가 됐다.


헤어진 후에도 일 때문에 그 버스를 탈 일이 많아졌다. 미팅을 다니고 출장을 다니면서 종점인 서울역까지 많이 다니기 시작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504가 적힌 파란색 버스를 탔다. 그녀가 사는 동네를 지날 때마다 좌우 창 밖을 보며 혹시나 그녀 얼굴이라도 한 번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지나치기 전에 서둘러 둘러본다. 그렇게 많이 그곳을 지났지만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어쩌면 그녀를 마주치지 않은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길을 걷다 버스를 타다 지하철을 타다 그녀를 봤다면 나는 또 혼자 조급해서 그녀 앞에 섰을 거다. 아직도 그 버스만 타면 그녀가 사는, 그녀가 일하는 그곳에 가볼까 생각한다.


이미 사소한 일상부터 숨 쉬는 지금 이 시간까지 모든 생활 속에 그녀와의 추억이 남아있다. 아무 생각 없이 탔던 버스도, 아무 생각 없이 봤던 영화도, 평소에 먹던 밥 조차도 일상 속에 많은 것들이 그녀와 연관된다.


하지만 이미 헤어진 지금에도 더 이상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오늘도 그녀 생각만 한다.


그녀도 일상에서 내가 생각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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