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uding Feb 12. 2016

집을 나서면 타던 버스

생각 없이 탔던 버스도 이제는 그녀는 추억하고


처음엔 그냥 그랬다. 출근을 하고 외출을 하고 누군가를 만날 때 탔던 그냥 평범했던 버스. 버스를 타면 아무 생각 없이 창 밖만 보고 정류장을 지나갔다. 그런데 언제부터 버스만 타면 그녀 생각이 난다. 집 바로 앞까지 오는 504번 버스를 타고 그녀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그녀 집 바로 앞까지 도착한다. 참고 참고 또 참아봐도 일상 속에 그녀와 추억이 숨어있다. 그 버스에 이름까지 붙일 정도로 쉽게 잊을 수 없는 그런 버스가 됐다.


헤어진 후에도 일 때문에 그 버스를 탈 일이 많아졌다. 미팅을 다니고 출장을 다니면서 종점인 서울역까지 많이 다니기 시작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504가 적힌 파란색 버스를 탔다. 그녀가 사는 동네를 지날 때마다 좌우 창 밖을 보며 혹시나 그녀 얼굴이라도 한 번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지나치기 전에 서둘러 둘러본다. 그렇게 많이 그곳을 지났지만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어쩌면 그녀를 마주치지 않은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길을 걷다 버스를 타다 지하철을 타다 그녀를 봤다면 나는 또 혼자 조급해서 그녀 앞에 섰을 거다. 아직도 그 버스만 타면 그녀가 사는, 그녀가 일하는 그곳에 가볼까 생각한다.


이미 사소한 일상부터 숨 쉬는 지금 이 시간까지 모든 생활 속에 그녀와의 추억이 남아있다. 아무 생각 없이 탔던 버스도, 아무 생각 없이 봤던 영화도, 평소에 먹던 밥 조차도 일상 속에 많은 것들이 그녀와 연관된다.


하지만 이미 헤어진 지금에도 더 이상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오늘도 그녀 생각만 한다.


그녀도 일상에서 내가 생각날까?

매거진의 이전글 헤어진 그녀와 잘되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