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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Mar 25. 2016

Dear 그녀에게 <뭐 하니?>

우리가 만났던 날, 네가 행복하길 바라며

우리가 처음 연애를 시작했던 날이 다가왔어. 이제 곧 벚꽃도 지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계절이 온 만큼 네 생각이 나서 이렇게 편지를 써본다. 너는 그동안 잘 지냈는지 뭐하며 지냈는지 참 궁금했어. 혼자 글을 쓰고 네 생각을 하고, 이쯤 되니깐 이제 네가 행복하길 바라며 이 편지 쓴다. 이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너와의 사랑이야기를 마칠까 생각해. 널 진정으로 생각해주는 사람이 생겼고 나도 너와 했던 사랑만큼 좋은 사랑 찾아보려고. 마지막 글인 만큼 제목을 어떻게 할지 고민 많이 했지만 어쩌면 저 제목만큼 내 마음을 잘 표현한 말도 없을 거 같아. 우리 처음 만났을 땐 정말 별거 없이 너도 나도 꿈꾸는 청춘 알바생 이었지. 그날 네가 마음에 들어 얼마나 쫓아다닌 건지 모르겠다. 살면서 이렇게 좋았던 사람이 없었거든. 그래서 이런 사랑 정말 죽을 때까지 함께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네.


지금 이 글을 혼자 조용한 카페에 앉아서 쓰고 있어.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한다는 노래를 알려주니 그걸 기억하고 카페에 놀러 갈 때마다 틀어주곤 했었지. 지금 그 노래 중 하나가 나오네 기억하려나 모르겠다. <Way back into love> 이 노래의 뜻은 사랑으로 돌아가는 길 이래 그동안 들었던 노래들이 내 이야기가 될 줄 꿈에도 몰랐네.


헤어지고도 정말 정신없이 찾아가고 연락하고 난리를 피웠는데 그때마다 그래도 냉정하게 받아줘서 고마워. 정신 차리고 나도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던 거 같아. 아마 그러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널 붙잡을 생각만 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돼있겠지. 시간이 이렇게 흘러 나도 나를 가꾸고 열심히 살다 보니 이제는 안정도 되찾고 여기저기서 좋은 제안들이 많이 들어온다. 왜 이런 것들이 너와 헤어지고 찾아오는지 모르겠어. 그중에 선 함께 보고 싶은 공연도 있고 함께 가고 싶은 여행도 있었는데 함께 할 사람이 없어 결국 친구들 주고 말았지. 아쉬운 건 아쉬운 거지만 어떻게든 너와 한마디라도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하고 연락하곤 했었지. 어느 날은 이모티콘도 써주고 그랬는데 그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더라. 헤어졌지만 이렇게 대화도 할 수 있음에. 하지만 그나마 하던 연락도 끊어질까 겁이나 사소한 질문조차 못하고 차갑게 연락했던 나였어. 형식적인 연락이지만 이 연락을 계속 이어가고 나도 빨리 성공해서 멋있는 모습으로 한 번 더 정식으로 나타나야겠다 생각했지. 나름 지금은 돈도 어느 정도 벌고 스스로를 돌이켜 볼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긴 거 같아. 물론 시간도 많이 생겨서 이제 사람도 많이 만나고 다니고 있고. 딱 지금이 그 시기인 거 같은데 찾아갈 수 없다. 항상 주변에 많이 이야기하고 그랬어. 난 6월까지 돈도 많이 벌고 정말 프로가 돼서 멋있는 남자로 거듭나면 꽃을 들고 차를 타고 너에게 정식으로 다시 한 번 함께 해달라고 이야기할 거라고. 평소였으면 내 꿈을 위해 그리고 청춘들을 위해 이런 걸 해보고 싶어라고 이야기했겠지만 어느 순간 내가 성공해야 할 이유가 너로 변했더라. 뭐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정말 안 보일 정도로 멀리 가버린 너이기에 그때 상상을 해봤어.


너와의 소중한 사랑을 기록했던 블로그도 지우려고 많이 해봤지만 그래도 나에겐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추억이 있는 공간이라 차마 지우지 못하겠더라. 그때 해변가에 글씨를 쓰던 모습, 갈매기에 쫓겨 다가와준 모습, 카페에서 졸던 모습 등 짧은 기간이지만 소중한 추억들이 있었으니까. 지금은 나밖에 못 보는 공간이 됐고 언젠가 블로그도 지워지고 더 이상 널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겠지 이전에 썼던 글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방법을 속으로 알고 있으니까. 이렇게 마지막으로 글을 쓰더라도 널 쉽게 잊진 못하겠지.





항상 뭐하고 지내는지 생각도 많이 하고, 남자친구가 있는지, 동생 군대는 잘 보냈는지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날 때마다 걱정하고 연락해볼까 고민했지만 참았어. 그때마다 항상 웃는 모습의 사진들을 보면 잘 지내고 있는 거 같아서 다행이야. 뭐 아픈 일이 있고 슬픈 일이 있어도 남들한테 표현을 안 해서 끙끙 앓는 게 아닐지 모르겠지만 참지 말고 옆에 있는 사람한테 다 털어놔. 씩씩한 것도 좋지만 가끔 보여준 약한 모습, 애교 많은 모습도 기분 좋게 만들어주더라. 처음엔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닐까 야속하기도 밉기도 했지만 결국엔 네가 웃고 다닐 수 있어서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더라. 내가 너에게 빠졌던 이유도 다름 아닌 그 웃는 모습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밥도 정말 잘 먹고 다녔으면 좋겠어. 무리하게 다이어트한다고 양배추랑 닭가슴살 들고 다니면서 조금씩 먹지 말고. 어떤 사람이든 너를 사랑하는 사람은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 널 사랑해주는 사람이라고 믿으니깐. 배고프고 밥 못 먹었으면 배고프다 표현도 하고 가끔은 도시락도 싸 달라고 이야기하면서 끼니 거르지 마. 그 사람 힘들까 봐 내색 안 하는 거겠지만 사랑하는 사람 굶고 다니는 모습을 보는 게 더 힘들고 마음 아플 거야. 바쁜 일정 속에서도 점심 못 먹었다는 말 듣고 너에게 들려 간단한 김밥이라도 한 줄 전해줬던 날. 그날도 `미안해`나 `고마워`가 듣고 싶어 그랬던 게 아닌 사랑했기에 너에게 갔던 거야. 만약 누군가 네가 굶을까 걱정돼서 이렇게 도시락을 싸들고 온다면 `미안해`나 `고마워`가 아닌 `사랑해`라고 말해주면 더 기쁠 거야.


항상 웃고 다니는 모습에 반해서 너에게 푹 빠졌지만 힘들고 견딜 수 없는 모습에 우는 너 역시 내 눈엔 예뻤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면 주변에 도움을 구해보고 물어보기도 해봐. 사람이란 건 그렇게 만나고 서로 함께 성장하는 거니깐. 취업이 힘들다면, 사랑이 아프다면 언제든 울어도 괜찮아. 넌 웃는 얼굴도 예쁘지만 우는 모습도 예쁘고 매력 있어. 그렇게 울어놓고 안 운척하는 모습도 생생히 기억나네. 그땐 이 사람 내가 지켜주고 정말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줘야겠다 생각했지. 그렇게 사무실에서 밤새 네가 썼던 자소서를 들여다보며 너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을 수 있었고 나 역시 그날 많은 걸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거 같아. 힘들 땐 힘들고 짐이 무거울 땐 부탁해도 좋아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주는 사랑 열심히 받는 것도 중요하잖아. 참고 참아 스트레스로 만들고 피곤한데 안 피곤 한 척 공부하며 잠들지 말고.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변할 네가 아니지만 가끔은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어야지.


시간이 없어도 가끔 조금씩 여유를 내서 여행하는 것도 참 좋은 거 같더라. 나도 일에 몰두해서 어딘가 놀러 갔던 적이 굉장히 적었던 거 같아. 유학 갔던 친구가 한국에 와서 놀러 갔던 날 빼곤 일부러 시간 내고 여유내서 여행을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거 같네. 그래도 우리 갑작스럽지만 함께 가까운 바다도 보러 가고 꽤 많이 걸었지만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그랬었는데. 아마 네가 아니었으면 그렇게 시간 내서 어딘가 놀러 가고 쌓였던 스트레스 풀며 걸었던 날이 있었을까 싶다. 그날 갈매기도 보고 낚시하는 모습도 보고 해변가에 글씨도 쓰면서 한 바퀴를 우리 힘으로 걸었던 거 같은데. 덕분에 좋은 풍경도 보고 한 번도 못 가본 곳에 가보고 정말 걱정이나 고민 없이 밝게 웃는 네 모습도 보고 내 기억 속에 가장 많이 남는 날이 아닐까 싶더라. 그날처럼 고민이나 걱정 없이 밝게 웃으며 돌아다닐 수 있게 하루 정도는 가까운 곳 여행도 다니면서 스트레스도 날려버려.


예전에 밤에 함께 걷다가 어떤 빌라 앞에 서서 여기가 불꽃축제 때 폭죽이 그렇게 잘 보이는 곳이라며 이야기해줬던 곳 기억나려나 몰라. 그날 거기 올라가서 저 멀리 불꽃이 터지는 모습을 봤는데 정말 멋있더라. 그냥 집도 가까운데 같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 한 번쯤 연락하면 대화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결국 불꽃축제도 벚꽃놀이도 함께하지 못했지만 소중한 날인 만큼 행복한 기억이 남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나 그래도 연애하면서 정말 많은 게 바뀌었어. 연애는 서로 성장하고 서로 기대며, 함께 걸어가는 길인 만큼 짧은 연애에서 날 신경 써주던 사소한 말한 마디데 많은 게 변했어. 매일같이 새벽까지 일하고 아침 늦게 일어나는 습관도 지금은 항상 아침 8시에 일어나 밥 잘 챙겨 먹고 그때부터 일하고 있고, 항상 운동이나 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네가 짝사랑하던 그 사람도 운동을 좋아했던 만큼 연애를 시작했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매일은 못했지만 꾸준히 운동도 하고 있어. 너의 사소한 말 한마디가 몇 년을 가져온 내 습관을 고쳐주고 날 더 건강하게 만들어준 거 같아 감사해.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어서 시작한 행동들이 돌이켜보니 날 위한 것들인걸 늦게나마 알게 됐어.





헤어지고 나니 줄 수 있는 것들을 줄 수 없게 돼 너무 미안해.


아직도 메신저에서 네 사진이 변하거나 페이스북에 뭔가 올라오면 우린 친구조차 아니기에 다 읽을 순 없지만 손이 떨리고 심장이 뛰어. 그런 날은 잠을 제대로 못 잘 만큼 두근거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을 갖게 되더라. 언제까지나 이렇게 지낼 수 없는 거 알기에 정말 열심히 성공해서 찾아가려고 했는데, 이제 그러지도 못한다는 걸 알게 됐어. 그래도 나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어. 죽을 때까지 못 만날 수도 있는 그런 사랑 비록 헤어졌지만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너 역시 그렇게 사랑하고 사랑해주는 사람 만난 거 같아 다행이야.


이 편지가 너에게 닿을지 네가 읽을지 모르겠지만 이젠 너의 행복을 바라며 마음을 다져보려고. 항상 페이스북을 보고, 카카오톡을 보며 변하는 사진에도 흔들렸던 나인만큼 스스로 볼 수 없게 만들고 지워볼게. 이런다고 내 마음속에서 지워지진 않겠지. 하지만 시간이 흘러 너에게 연락이 오면 언제나 너에게 달려갈 거야. 하지만 네가 기댈 사람이 나밖에 없을 때까지 네 행복을 바라며 기도할게.


정말 많이 노력할 거야 너만큼 좋은 사람 만나서 정말 예쁜 사랑 할 거고. 네 생각 하나도 안 날 만큼 재미있게 놀 거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러 다닐 거야. 그러니깐 너도 정말 예쁜 사랑 하고 행복해야 해.


이제야 모든 걸 지우고 내려놓으려 다짐해서 미안해. 너무 늦었지만 이렇게 카톡도 번호도 지워보고 내려놓으려고,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아마 내 기억속에서 네가 떠오르지 않으려면 한참의 시간이 더 걸리겠지. 정말 먼 미래 우연히 만난다면 그리고 그런 날이 온다면 그걸로도 참 기쁠 거 같다. cluvhaney 마지막 공간이 사라지고 없어질 때까지 널 기다릴게.



넌 내게 최고의 기억이고,
넌 내게 최고의 추억이고,
넌 내게 최고의 친구였고,
넌 내게 최고의 여자였고,
넌 내게 최고의 사랑이야.

항상 행복하고, 항상 즐겁고,
항상 사랑하고, 항상 기쁘길 축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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