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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보겠다는 말의 모순

생각은 하고 있지만 마음은 몰라준다.

by puding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된다고.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 이미 헤어진 그녀에게 신경 쓰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를 일에 집중하고 바쁘게 지내왔다. 일부러 사람들도 더 많이 만나보고 하루에 잠도 까말까 할 정도로 굉장히 바쁘게 살았다. 다른 사람도 만나 연애도 해보고 잊어보려 노력했다. 그런데 왜 그럴까 잊겠다고 하면 할수록 그녀를 잊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거 같이 느껴졌다.


그녀와 헤어지고 가장 먼저 했던 건 페이스북을 지우는 거였다. 페이스북을 보면 친구도 아닌데 하루가 멀다 하고 그녀가 어떻게 지내고 있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어가 볼 거 같았다. 어차피 참을 수 없음을 스스로 잘 알기에 보지 않으려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아무리 지우고 친구를 끊어도 기억 속에서 잊히진 않는 거 같았다. 시간이 흘러도 한 번씩 검색도 해보며 그녀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려고 애썼다. 그러던 날 페이스북이 비활성 됐고 처음으로 다행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카카오톡도 그녀의 번호도 삭제했고, 핸드폰에 저장된 그녀 사진도 하나씩 지우기 시작했다. 하나 둘 그녀의 흔적이 지워져 갈 때마다 머릿속에 있던 그녀의 모습은 선명해졌고, 마음속에 있던 그녀와의 추억은 생생해졌다. 말로는 머리로는 잊겠다고 하지만 마음은 그러지 못했다.



잊으려 할수록 더 기억에 남고 기억하려 할수록 잊혀지지 않는다.
잊으려 노력하고 있고 주변에선 잊으라 말하고 있지만,
그녀를 잊는 방법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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