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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Apr 18. 2016

브런치라는 공간

사랑을 써보려다 모든 걸 내려놓게 만든 곳, 모든 걸 받은 곳

브런치라는 공간은 사실 그녀와의 사랑일기를 쓰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에요. 그녀는 잘 모르는 곳이지만 그동안 데이트를 했던 이야기를 하나씩 적어가며 책으로 만들어보고 싶어 시작한 공간이죠. 그렇게 열심히 작가 신청을 해왔지만 결국 그녀와 헤어진 후 작가로 선정됐어요. 기념일이 되면 그녀에게 예쁘게 만들어진 책을 선물해주고 싶어 시작한 곳인데. 그렇다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 동화로 만드는 꿈은 변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인연을 만나기 전까지 브런치를 다른 공간으로 만들어보려고 해요. 이제는 그녀를 기억하기 위한 보관함이 아닌, 이별 후 새로운 인연을 찾는 보관함으로.





감사해요



하루하루 감정이 너무 소중했어요. 그리고 너무 힘들었어요. 세상 어디를 찾아봐도 이처럼 좋은 사람 못 만날 거라 생각했어요. 지금은 괜찮아졌다고 말하고 있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선 아직 그녀만큼 좋은 사람을 못 만날 거라고 말하고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이별 후 브런치 작가가 됐지만 그녀와의 감정, 기억을 글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제 주변에는 알리지 않았어요. 그녀에게 피해가 갈 수 있을까 봐 혼자 조용히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하나 둘 쓰기 시작했던 글이 어느덧 60개가 넘어가고 3,000명이 넘는 독자가 생겼어요. 이렇게 많은 분이 제 글을 읽어주실 줄 몰랐어요. 필력이 부족하고 글을 쓰는 작가도 아닌 만큼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주변에 알리지 않고 한 명 두 명씩 읽던 사랑 보관함이 이렇게 됐다니 신기하네요. 구독해주신 모든 분들께 한 분 한 분 인사를 하고 싶지만, 하루에도 수십, 수백 분의 구독자가 늘고 있어서 누가 제 글을 읽고 계신지 몰라요. 어떤 분이 구독자가 됐는지 알 수 없어요. 그렇기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됐어요. 감사하다고.



감사해요



소중한 제 감정을 잊고 싶지 않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막상 글을 쓰다 보니 그녀 생각이 더 많이 나고 힘들어서 그만둘까 생각도 했지만, 그때 제게 힘을 준 댓글이 있었어요. 이렇게 계속 글을 써 내려가는 게 맞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작은 응원과 조언 속에 글을 쓰다 보니 제 속마음을 하나 둘 풀어내기 시작했고, 제 감정을 글로 내보내다 보니 이제는 점점 괜찮아지는 거 같아요. 하루에 한 번씩 그녀의 페이스북을, 카카오톡 사진을 보곤 했는데 지금은 벌써 그녀의 소식을 안 본 지, 못 들은지 1개월이 지나가고 있어요. 혼자 글만 쓰고 있었다면 아마 아직도 그녀 생각에 마음 아파 울고 있었을 제가 떠오르네요. 조금씩 상처가 치료되고 점점 괜찮아질 수 있었던 건 부족한 글을 읽고 응원해주시는 독자님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감사해요.



감사해요



그래도 그 사람은 제가 너무 사랑했던 사람이에요. 제 입장에서 써 내려간 글이다 보니 그녀가 나빠 보일 수도 있고 이기적으로 보였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녀 생각은 그녀밖에 모르고 그녀 마음도 그녀밖에 몰라요. 그렇기에 제 글은 그런 모습으로 보였을 수도 있어요. 그녀의 진심이 아닌 제가 바라본 그녀의 모습으로. 이런 글을 읽고 그녀를 욕하고 나쁘게 이야기하기보단 공감해주고 독자님의 이야기를 들려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아직도 저는 제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나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원하지 않아요. 한때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으니깐요. 그런 제 사랑을 존중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감사해요



제 글을 사랑해주시는 분이 생겼어요. 카카오톡과 브런치는 달라서 어떤 분이 제 글을 읽고 이야기해주시는지 몰라요. 하지만 누군지 물어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느낌 같은 그런 거로요. 상담창구로 만들었던 나미야 잡화점에 오셔서 응원해주시는 분이 생겼어요. 저를 작가라고 불러주시는 분, 글을 읽고 오늘부터 변하겠다고 이야기하시는 분, 사랑에 힘들어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시는 분, 하루에 한 번씩 저에게 말을 걸어주시는 분까지 외로울 틈도 없이 요즘엔 너무 큰 사랑을 받는 거 같아요. 나미야 잡화점은 저와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꿈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해 만든 공간이에요. 그런데 이 공간에서 제가 더 많은 사랑을 받은 거 같아서 감사해요. 저 역시 누가 말을 거는지 어떤 분이 이야기해주시는지 몰라요. 저와 대화를 하고 싶은 분들도 놀러 오세요. 꼭 상담이 아니어도 괜찮을 거 같아요.



감사해요



부족한 필력에 이과 출신인 제가 글을 쓴다는 건 상상도 못했어요. 그리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글쓰기를 시작한 제 이야기를 누군가 읽어주긴 할까 생각 많이 했어요. 그래도 그녀와 헛된 사랑을 하진 않았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와의 이별을 사랑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춰 조금 다른 방법으로 풀어냈어요. 그런 글을 누군가 좋아해준다는 점. 그리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 공유해주시기까지. 혼자만 읽고 넘어가기보단 누군가에게 제 글을 보여주기 위해 공유해주신 점 너무 감사해요. 제 이야기가 그녀에게 닿았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이젠 괜찮아요. 제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다면 그걸로 너무 감사해요.



감사해요



감사해요. 그래서 제가 감사함에 드릴 수 있는 건 작은 약속 몇 가지밖에 없기에 꼭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해보려고 해요.





약속해요



제 글을 응원해주는 분이 있는 한 그리고 제가 사랑에 아파하고, 사랑에 감사하는 날까지 계속해서 글을 써볼게요. 부디 제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부족한 글솜씨에 제 감정을 다 풀어내진 못하고 있지만 계속 쓰다 보면 제 진심과 제 감정이 함께 풀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때까지 열심히 글을 써볼게요. 제 글은 1~2일의 텀으로 매일 밤 10시에 올라와요. 언제 올라오나 기다린다면 10시에 놀러 오세요. 나미야 잡화점도 밤 10시가 가장 활발해요.



약속해요



프리랜서로 남아있는 동안은 나미야 잡화점 상담창구를 꾸준히 운영할게요. 처음 시작은 무엇인가 대가를 바라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얼마 안 된 시간 동안 너무 많은걸 받은 거 같아요. 그렇기에 어떤 형태로든 나미야 잡화점은 계속 유지하고 운영할게요. 제가 받은 만큼 돌려드릴 수 있도록요. 나미야 잡화점에 나온 주인처럼 죽기 전까지 고민을 들어보도록 노력할게요. 만약에라도 제가 나미야 잡화점을 운영하지 못하는 날이 오더라도 잡화점에 꼭 맞는 사람을 찾아 잡화점 운영을 이어가도록 할게요.



약속해요



상담이라는 건 누군가의 인식을 바꿔주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강사라는 직업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상담해주고, 취업컨설팅을 하며 많은 청년들을 상담해줬어요. 하지만 이걸로도 상담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오늘부터 상담, 심리 공부를 해볼게요. 그리고 더 많은 경험을 하도록 할게요. 제가 보고 느낀 이야기들과 배운 내용으로 진짜 상담사가 될 수 있도록요. 저는 남자인 만큼 여자의 입장에서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게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함께 머리 맞대고 고민할게요. 나미야 잡화점은 여자, 남자 상담원 딱 한 명씩 고민을 기다릴 수 있도록. 그렇게 소박하게 작은 상담소로 만들게요.



감사해요, 그래서 약속해요



작은 상담소 kakao
@나미야잡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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