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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Apr 19. 2016

준비, 정리, 다짐

잊는다, 끝낸다, 약속한다.

아직 새로운 인연을 만날 준비는 안됐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마음이 열리고 점점 편안해지고 있다. 이제 나도 스스로 노력해서 준비를 해야 될 때라고 느끼고 조금씩 변화하려 한다. 아직은 인연이 나타날 때 까진 누군가 만날 자신이 없다. 또 괜찮을 거라며 시작하는 연애가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 있고 그녀가 떠오를 수 있을 거 같기에. 그녀에게 마지막 편지를 썼던 그날부터 예쁜 이별을 위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렇게라도 멀어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잊고 싶진 않지만 잊어야 한다.





너를 볼 수 있었던,
너와 이야기할 수 있었던
마지막 끈을 내손으로 끊었어.
그렇게 다짐하고 나니깐
나 조금은 괜찮아지더라.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아도 되겠지?



그녀를 잊기 위해 가장 처음 했던 건 그녀와의 연결고리를 끊는 거였다. 사소하지만 카카오톡 프로필 하나가 변할 때마다 손이 떨리고 심장이 뛰었다. 작은 변화에도 감정이 올라오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그녀가 읽을지 모르는 마지막 편지를 쓰고 모든 연결고리를 끊었다. 처음엔 그녀와 이야기했던 문자와 카카오톡 대화를 지우고, 그 후엔 연락처와 카톡을 삭제했다. 페이스북도 안 보이게 설정하고 나니 한결 괜찮아졌다. 그렇게 그녀와 진짜 이별을 하기 위해 준비를 했다. 처음엔 그녀를 기다리겠다며 대화명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내 행동들 그녀는 전혀 모르고 나에게도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 이제는 그녀를 기다리지도 않고 대화명도 그녀를 향하지 않는다.


잊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아직 못 잊고 아파하고 있다면 그 사람과의 연결고리를 지워보는 건 어떨까 생각이 든다. 죽을 때까지 못 잊을 사람이라고 느꼈지만 스스로 다짐하고 그녀의 흔적을 전부 지우 고나니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다. 나를 먼저 찾을 리 없는 그녀이기에 나만 이별의 준비가 끝나면 됐다. 그것도 모르고 지금까지 그녀 생각에 아파한 게 조금은 억울한 기분도 든다. 너는 그렇게 웃으며 지내고 있을 텐데. 그래도 웃고 있어서 참 다행이야. 아니 아마 웃고 있을 널 생각하니 참 다행이다.





잊지 못할 사랑은 없나 봐



그녀와의 연결고리를 끊었지만 아직도 그녀의 생각이 난다. 그래서 다음으로 했던 건 여행이다. 창업을 하다 보니 멀리 가진 못했다. 그래도 하루 이틀 시간을 비우고 대전에 다녀오기도 했고, 포항에 다녀오기도 했다. 또 강원도에 가서 태백산에 올라가 보기도 했고, 노량진 사육신공원에서 벚꽃을 보고 오기도 했다. 여행이란 게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이렇게 움직이고 바람을 쐬고 돌아다니니 그녀와의 아픔이 좋은 추억처럼 다가왔다. 그래도 여행하는 동안 그녀와 왔으면 참 좋았을 텐데라며 느꼈지만 다가올 인연과 함께할 생각으로 다시 여행을 즐겼다.


책 한 권 들고 한강에 놀러 가도 좋다. 아니면 그녀와 자주 갔던 공원에 정말 작정하고 찾아가서 하루를 보내봐도 좋다. 그녀와 헤어진 후 함께했던 곳을 돌아다니며 추억해보니 슬프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그렇게 공원에 앉아 바람도 쐬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잔잔한 음악과 함께 책을 읽어보니 여행만큼 기분이 좋더라. 나는 그녀를 이렇게 조금씩 지워간다. 멀든 가깝든 어디든 괜찮다. 나가서 흐르는 바람에 내 감정과 추억을 조금씩 흘려보내자.





만약 다시 본다면 웃을 수 있도록
그날을 위해 나에게 집중할게



마지막으로 나를 발전하고 돌보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고 이제는 회사 매출도 올라가고 있다. 그녀를 그리워하며 보냈던 시간과 노력만큼 나를 돌봤다면 더 좋았을 텐데 생각한다. 이제는 강연도 불러주는 곳이 많아져 강연을 다니기 시작했고, 새로 차린 마케팅 회사도 직원이 생길 만큼 점점 좋아지고 있다. 먹고살 만큼 벌고 있는 지금 조금만 더 하면 꽤 잘 나갈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이렇게 노력하고 발전해있는 미래를 생각하니 이별로 받았던 아픔은 조금씩 사라졌다.


그녀와 마지막 연락을 했을 때 약속했던 게 있다. 언제 한 번 마주치거나 얼굴을 보게 된다면, 그땐 서로 웃으면서 봤으면 좋겠다고. 어떤 의미가 담긴 말은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 정말로 그녀가 내 인연이라면 다시 마주칠 날이 있을 거다. 그때 웃으며 당당하게 그녀 앞에 설 수 있도록 앞으로는 나를 돌보는데 더 집중할 계획이다. 그녀와 했던 약속이기에 언제 지켜질진 모르지만 꼭 지키고 싶었다.






더 이상 브런치에도 그녀라는 단어를 가급적이면 쓰지 않으려 한다. 나미야 잡화점을 열고 고민이 있는 손님들과 대화를 해보면 세상에 정말 좋은 사람이 많이 있구나 느낄 수 있었다. 사랑에 아파하고, 정말로 예쁜 사랑을 해본 사람도. 그리고 내 이야기처럼 나와 연애를 했지만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과 사랑을 했던 사람까지. 사랑에 아파하고 진짜 사랑을 느껴보고, 사랑에 감사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걸 느꼈다. 그렇기에 세상에 좋은 사람은 정말로 많고 많은 걸 알았고, 그런 사람들로 하여금 조금은 더 빠르게 이 아픔을 덜 수 있었던 거 같다.


이별했지만 그녀에게 했던 말과 그녀와 했던 약속들은 평생 지켜가며 살 거다. 그녀와 했던 약속은 2개였다. 다시 만나면 서로 웃는 얼굴로 보는 것. 단순히 서로를 그리워하고 생각하며 웃는 게 아닌 다시 볼 수 있는 그 날 내가 최선을 다해 만들어놓은 위치에서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보살핀다. 다른 하나의 약속은 정말 힘들어서 내 생각이 날 때 그때는 아무 말 없이 찾아간다는 약속. 어떤 고민이 생기거나 힘든 일이 생겼을 때 그때 기댈 사람이 정말 나밖에 없으면 어디서 무엇을 하든 그녀에게 달려갈 거다. 그녀가 날 필요로 할 때 그때 단 한 번. 딱 그 두 가지 약속만 기억하며 이별을 준비하려 한다. 마지막까지 그녀에게 남은 마음 전부 못버렸지만, 그녀에게 먼저 연락이 오기 전까진 그녀를 잊고 살아본다.


나는 그렇게 이별을 준비했고, 그녀를 정리했다. 그리고 다짐한다. 그녀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너를 잊고 너와의 관계를 끝낸다. 그리고 너와 했던 약속으로 다짐한다. 멋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이별을 준비하고,
그녀를 정리하고,
스스로 다짐한다.

잊겠다고,
끝낸다고,
마지막 약속을 가슴에 품고.

8개월이 지나서,
이제야.


_by pu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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