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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Apr 20. 2016

커플링

인연이 나타날 때까지

요즘 푹 빠져 살았던 사람이 나타난 후 내 연애관은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지금까진 인연은 만들어가고 사랑은 조금씩 키워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전에 연애를 시작해보기도 했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 점점 좋아졌던 적도 있다. 사람, 사랑에 틀렸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겠지만, 사랑을 하면서도 이런 연애방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첫눈에 어떻게 반하냐며 말하고 다녔던 내가 첫눈에 반한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그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면서 내 모든 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녀를 만난 후 사랑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간혹 연애를 시작한 이유를 물어보면 사랑하는 감정이 없더라도 사귀다 보면 좋아질 수 있다는 말을 하곤 했다. 하지만 그녀와 이별한 지금 더 이상은 하지 않는 말이다. 감정이라는 게 없이 연애를 하는 것도 그리고 연애를 하다 보니 생기는 감정이라는 것도 정말로 가능할까? 날 좋아해주는 사람과 시작한 연애이기에 사랑받았다고 느끼지만 그 사람에겐 제대로 된 사랑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 헤어질 위기가 오면 내가 붙잡을 정도로 상황이 역전된 적도 있었지만 진심을 다해 사랑했기에 붙잡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땐 나 역시 이렇게 받아온 사랑을 앞으로 못 받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과 그동안 함께해온 정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결국 연애를 한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사랑을 받았을 뿐이니깐.


사랑이 아닌데 사랑이라 착각하며 살아왔다. 진짜 사랑을 만나고 나니 이별과 만남에는 항상 아픔과 책임이 따른다는 걸 느꼈다. 인연이 아니면 어쩌지 두려운 마음도 있고 누군갈 사랑한다는 게 망설여진다. 그렇게 사랑을 느끼고 나니 새로운 사랑에 조심스러워진다. 날 잊고 새로운 사랑을 하고 있는 그 사람을 보면 어쩌면 그 사람한테 나는 진짜 사랑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이별 후 오히려 더 예쁜 사랑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던 게 이렇게 조심스러워졌으니깐. 어쩌면 그동안 했던 사랑의 값을 치르는 게 아닐까 싶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소중한 사람과 연애했던 게
얼마나 될까?



결국 준비가 될 때까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밀어낸다. 가끔 일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호기심에 여자친구가 있는지 물어보곤 한다. 강연을 할 때도 종종 나오는 질문들이다. 사실 예전 같았으면 있었으면 있었다고, 없었으면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마음속에 누굴 좋아하고 있어도 마찬가지였다. 당장은 없었으니깐. 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혹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먼저 말을 거는 붙임성 좋은 성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사랑이라는 게 참 대단하다.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 변화하는 모습은 많이 봤고, 실제로 나 역시 많이 변했지만. 이별 이렇게 사람을 변하게 한다는 건 상상해본 적도 없다. 그렇기에 제대로 사랑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마음의 준비가 끝날 때까지 아직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둘러대며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그 사람을 잊을 준비는 됐지만 아직 새로운 사랑을 할 준비가 안됐기에. 결국 이런 사소한 질문조차 점점 싫어지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그녀이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그녀가 떠오르니깐.


결국 가벼우면서도 씁쓸한 마음으로 반지를 맞추러 갔다. 혼자 들어가 맞춘 커플링. 많은 반지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반지를 찾아봤다. 이리저리 손에 껴보며 둘러보고 만족한 마음으로 예쁜 반지 하나를 골랐다. 사실 여자 사이즈를 묻는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평균적인 사이즈로 주세요. 깜짝 놀라게 선물하고 싶어요."라며 대답했다. 그렇게 예쁜 커플링을 마련했고 지금은 나 홀로 끼고 있다. 남은 하나는 인연이 나타나면 조심스럽게 선물해줄 거다. 녹여서 새로운 반지를 만들든 지금의 반지를 끼든 그때까진 이렇게 밀어내 본다.


결국 내가 맞춘 반지는 그녀에게 "나는 잘살고 있으니깐 너도 행복하게 지내 나 신경 쓰지 말고"라는 메시지와 함께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기 위함이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고 내 마음 다 줘도 괜찮을 거 같은 사람이 나타나면 그땐 주저하지 않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할 거다. 그때까지만 나 홀로 커플링을 껴본다. 인연의 손에 남은 하나의 반지를 끼우는 날까지. 벌써 이 반지를 낀지 1개월이 지나간다. 나는 그렇게 준비한다. 새로 다가올 사랑을.



커플링 예쁜가요?



잡을 수 없는 너의 손
허전한 손을 달래기 위해
작은 반지를 끼워본다.

남은 반지 하나는
언제쯤 네 손에 끼워줄 수 있을까?


_by pu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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